[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꽃은 피고 지고~ 봄날은 가고 봄은 안 오는데~ 봄날은 가고 우리는 우리의 길로 같이 간다. 그럼에도 그러니까 그러나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길로 간다~."

▲ '서울 방배동 살롱드 어메즈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양용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화가 양용우가 기나긴 작업의 시간 속에서 입에 흥얼거리며 불렀던 작업 관을 노트에 적어 놓은 내용이다. 그가 3년 만에 갖는 개인전 '점과 선, 경계의 확산'을 9월 5일부터 서초구 방배동 살롱드어메즈(salon de AMAZ)에서 진행한다.

양 작가의 작업은 동양성을 기반으로 산 속에서 체험한 자연의 보이지 않는 힘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목표의식을 갖게 되면서 시작됐다.

양용우 작가는 "자연의 에너지는 우주적 개념이다. 사물을 볼 때 형상을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어떤 형태를 담아냈다고 먼저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라며 "화면을 마주하는 관람객들이 감각적으로 느끼는 그대로 담아가기를 바란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 읽히는 그런 그림을 선보이고 싶다"고 설명했다.

▲ 양용우, '오페라'. 150x150cm, mixed media, 2015.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붓으로 그려낸 드로잉 같지만, 한 걸음 다가가서 보면 붓으로 자유롭게 표현한 형태들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붓질의 흔적들 사이에 양 작가만의 여백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작품들이 여백과 공간의 비어냄을 화면 외곽으로 부여하는 데 반해서, 작가는 형태가 어우러져있는 내부에 독창적인 여백을 만들어 놓는다.

우연을 통한 필연적 근원을 드러내는 작업에는 마치 살얼음이 녹는 부분과도 같은 경계가 존재한다. 그곳은 빙점과 해빙이라는 자연의 섭리가 충돌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드러내는 찰나의 위대함인 것이다. 그것을 포착해 드러내는 것이 바로 작가의 작업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양 작가는 "내 작품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애매모호할 수 있지만, 우연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닌 작가의 의도가 예리하게 배어 있는 작품이죠. 붓으로 이미지를 화면에 올렸지만, 그림 자체가 발광하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하도록 가이드 역할만 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 양용우, '잿빛비상'. 112x76cm, mixed media, 2015.

계산되지 않은 순간의 열망을 화면에 담아내는 작가는 남의 그림이 전시된 갤러리도 자주 가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작업에만 매진하며 양 작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 천착한다.

"알게 모르게 남의 이미지를 보게 된 후, 내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때 놀랐다. 독창적인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어서 작업실에서 캔버스와 씨름을 하게 됐다."

그래서일까, 양 작가는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누군가의 작품에서 본 듯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아낀다.

▲ 양용우, '꿈틀'. 150x150cm, mixed media, 2015.

또한, 유행하는 사조나 인기를 끄는 방식의 작업을 따라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색상이 혼재되어 다양한 표현을 보여주는 것처럼 1인 1장르의 새로운 화풍을 통해 화면만 봐도 누구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한다.

섬세한 그의 손길과 인고의 과정을 거친 자연의 재료들은 눈에 띄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담백하고 간결한 작가 본인의 품성처럼 오래 숙성된 와인 같은 독특한 향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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