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아! 아! 우향, 예술을 위해 가시밭길을 밟고 지금은 십자가를 진 당신. 나와 아이들을 위해 또 한 개의 십자가를 지고 간 당신. 불러도 대답 없는 그대여! 내 못다 운 울음을 우느냐 겨울 뜨락은 그때 제일로 아픈 공허에 찬 심장에 그런 서러움으로 나날을 채우며 되씹어야 하는가. 나는 한 번 더 소리쳐 불러 보오. 나의 영원한 아내 박래현! 나의 소중했던 와이프여!"

▲ 왼쪽우향 박래현 생애 마지막 드로잉, 오른쪽 '근원 A'.(사진=청작화랑)

1976년 투병 중 유명을 달리한 부인 우향 박래현을 추모하며 운보 김기창(1913~2001)이 쓴 애달픈 글이다.

유명 화가의 부인이자, 아이들의 어머니로 살아온 작가 박래현(1920~1976)의 42주기를 기억하며 그가 생애 마지막 6년여 동안 작업한 판화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대표 손성례)이 9월 11일부터 22일까지 우향 박래현 판화전을 진행한다. 한국에서 미공개한 15여점의 판화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며느리가 가져온 판화 총 30여점을 볼 수 있는 자리다.

▲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 설치된 우향 박래현의 판화 작품들'.(사진=왕진오 기자)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는 "30년 전인 1988년 7월 운보 김기창과 우향 박래현 부부 전을 진행한 것이 엊그제같이 회상된다"며 "한국화단에서 최초로 서양기법의 판화에 한국적 이미지를 현대화 시켜 부각시킨 동판화 작품들과 생애 마지막으로 완성한 드로잉도 선보이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우향 박래현 작가는 운보가 선전에 나온 작품을 본 후 반해서 서울로 올라와 운보와의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에도 우향은 "내가 결혼을 한 후에도 그림을 그리게 허락해주어야 한다"며 편지로 연애시절을 애틋하게 보낸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게 전해지고 있다.

▲ 우향 박래현, '바다의 현상'. 에칭, 동판화, 38 x 44cm, 1971.(사진=청작화랑)

우향 박래현의 판화 전시는 1995년 강남에 위치한 시몽갤러리에서 열린 후 23년 만에 열리는 특별한 자리이다. 그의 판화는 어려운 수작업으로 동판을 긁고 파서 만든 창작의 결과물이다.

복식동판화, 메조틴트 기법으로 생을 마감하기 전 6년간 미국 뉴욕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며 강렬한 영감과 섬세한 감각 그리고 풍부한 감성을 쏟아 부어 시대를 앞서가는 미적 감각을 선보였다. 특히, 작품들에는 한국 전통 문양을 차용해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 '운보 김기창과 박래현 부부'.(사진=청작화랑)

이번 전시는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서의 이름만 알려졌던 그동안의 세월 동안 잊고 있던 여류 작가로서의 박래현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고, 40여년이 지난 현재 미술사조와 비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화풍을 지녔던 시대의 작가로서의 그를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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