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안 팔려도 좋아. 내가 만든 내 작품인데, 그래서 오늘도 망치와 정을 놓지 않고 돌을 쪼개는 것 같아."

▲ 12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조각일로(彫刻一路), 사제동행(師弟同行)'전을 설명하고 있는 조각가 전뢰진 선생'.(사진=왕진오 기자)

구순(九旬)을 맞이한 조각계의 참스승이자 전설로 불리는 각백 전뢰진(90)의 한평생 오로지 돌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노력해온 궤적을 한 자리에서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9월 12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막을 올린 ‘조각일로(彫刻一路), 사제동행(師弟同行)’이란 타이틀의 특별전시는 스승의 신념과 행보를 훌륭하게 이어온 제자 20인이 저마다의 뜻과 노력을 모아 자신들의 작품과 함께 전뢰진 작업의 근원이 됐던 드로잉 9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

돌과의 인연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전뢰진 작가는 "팔자를 어기면 불행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작품이 안 나오는 것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 나도 돌조각을 하고 싶어서 했겠어? 결국 내 팔자지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작업을 해온 것 같다"며 "돌을 다루면 고생이 많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것처럼 이게 보람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에 위로가 됐다"고 설명했다.

▲ 전뢰진, '엄마와아가'. 대리석, 38x22x36cm, 1985.(사진=선화랑)

조각가 전뢰진이 돌과의 인연을 갖게 된 것은 그림을 배우러 이쾌대 연구실에서 그림을 배우며 지내던 시절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국빈 선물로 작가의 '소녀상'을 전달하면서부터 조각가의 길을 걷게 된다.

23살부터 망치와 정을 들고 조각을 하기 시작한지 벌써 67년이 지났지만, 여전이 규칙적으로 신림동에 위치한 허름한 작업실에서 매일 일정시간 돌을 깨고 다듬기를 한다.

그래서일까 조각가로서 전뢰진의 작품은 지금까지 500여 점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그것도 기계와 조수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혼자서 모든 것을 완성했다는 사실은 그의 성실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 전뢰진, '소녀의 꿈'. 대리석, 60x23x53cm, 1991.(사진=선화랑)

또한, 모든 조각의 모양을 만들이 위해 그려졌던 드로잉만 1000여점 이상이 넘는 것도 한평생 돌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밑거름이라 할 수 있다.

전뢰진 작업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드로잉은 이번 전시를 통해서 세상에 새롭게 공개되는 것들이다. 처음 전시를 준비할 때는 90여점 밖에 없었는데, 작업실과 집에서 드로잉 뭉치를 발견한 제자 전덕제 선생 덕분에 90평생 조각가의 길을 걸어온 그의 인생의 흔적을 만나게 된 것이다.

조각가 전뢰진의 천생인연이라는 돌조각의 궤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선화랑 2층 전시장에 재현된 신림동 작업실의 신문지로 덮인 의자다.

▲ 전뢰진 드로잉 '날고싶다'.(사진=선화랑)

전 작가가 작업 도중 쉬기도 하고, 작품 구상을 하기위해 머물던 자리이다. 유심히 살피면 10년 넘게 발행된 신문이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 것이다.

전뢰진 작가는 "먼지가 많이 쌓여서 지저분해지면 그날 신문지를 한 장 깔아놓고 앉아서 쉬는 곳이지. 그 의자도 전 주인이 놓고 간 것인데 지금까지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도 나와의 인연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각계의 살아있는 전설 전뢰진이 우리에게 꾸준히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의 작품은 온리 원(Only One), 즉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조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대리석과 화강석을 쪼고 깨고 갈아내서 만들어낸 열정의 응축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12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 설치된 '사랑' 조각 작품과 함께한 전뢰진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한편, 이번 전뢰진 조각가의 '조각일로(彫刻一路), 사제동행(師弟同行)'전에는 400페이지가 넘는 대형 드로잉 단행본 ‘모든 것은 사랑이었다’(조각가 전뢰진의 삶과 예술) 출간기념회도 함께 열린다.

또한, 강관욱, 고경숙, 고정수, 권치규, 김경옥, 김성복, 김수현, 김영원, 김창곤, 노용래, 박옥순, 박헌열, 이일호, 이종애, 전덕제, 전소희, 전용환, 정현, 한진섭, 황순례 등 제자와 후배 조각가들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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