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사실주의 회화로 잘 알려진 이광호(51) 작가가 선인장 시리즈에서 벗어나 가시덤불과 습지를 주제로 한 신작 20여 점을 10월 12일부터 부산 조현화랑에 펼쳐놓는다.

▲ 이광호, 'Untitled 1679'. 259.1 × 387.8cm, Oil on canvas, 2016.(사진=조현화랑)

이광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재현으로서의 회화를 넘어선 촉각적, 감정적 언어를 부여한 새로운 환영과 느낌을 표현한다.

찔릴 것 같던 메마른 가시들은 오히려 따뜻하고 포근한 촉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축축한 습지는 거대한 자연 속 비밀의 화원을 찾은 듯 때론 고요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회화의 사유를 탐구하는 이 작가는 'Inter-View', '선인장' 시리즈로 대상의 사실적 재현에 기반을 두지 않고, 주관적 해석과의 차이를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표현했다.

이 작가가 그리는 자연 풍경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도시 공간과는 또 다른 미지의 신비로움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대상 속에 들어가 직접적인 감각인 촉각을 사용한다. 풍경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신체적 감각뿐 아니라 빛, 냄새, 소리 등 오감을 통해 전해지는 것들이 다양한 정서로 작가에게 전달된다.

뉴질랜드의 초원과 습지를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들은 공간의 깊이를 표현했던 지난 작업보다 공간의 부피와 시선의 높이가 넓어졌다.

▲ 이광호, 'Untitled 2374'.130.3 × 162.1cm, Oil on canvas, 2017.(사진=조현화랑)

광활한 풍경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마치 창밖을 내다보듯 관망하는 자세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작품 속에도 관망하는 생명체인 '꿩'은 이광호 자각의 풍경 속에 종종 등장한다.

이 '꿩'은 풍경을 바라보는 현실의 주체이며, 풍경 작품 속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경험적 존재라 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인 이름 모를 다양한 수풀들이 엉켜져 캔버스에 가득 메워져 묘사되어 있다.

각각의 화려한 색으로 어지럽게 얽혀 있는 수풀들로 인해 어느 곳 하나 숨 쉴 수 있는 시선의 틈이 없다. 다만 어떠한 반응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수면만이 우리의 시선에 여유를 주고 있다.

▲ 이광호, 'Untitled 1752'. 259.1 × 486.3cm, Oil on canvas, 2017.(사진=조현화랑)

이번 전시는 특정 장소의 한 부분을 포착해 단순히 형태의 윤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그 안으로 들어가 느끼고 만진 감각을 캔버스에 표현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더욱 섬세한 붓질과 과감한 색으로 인해 깊어진 이 작가의 촉각적 향유의 절정을 이번 전시를 통해 발산한다. 전시는 11월 2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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