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 물산, 풍경 다 바뀌어 서로 ‘타인사이’
출산모 한명 없는 ‘노인마을’ 소멸 우려

민족 대이동… 전 인구의 70%
‘낯선 내고향’ 슬픈 감상들
지형, 물산, 풍경 다 바뀌어 서로 ‘타인사이’
출산모 한명 없는 ‘노인마을’ 소멸 우려
▲ 추석 차례상. <사진@국립민속박물관>

마다 추석명절 ‘민족 대이동’을 체험하면서 해마다 새로운 감성이 쌓인다. “어찌하여 우리사회는 매년 이 같은 대규모 이동 행사를 되풀이해야 하는가”

올해 국토부가 마련한 ‘추석 특별 교통대책’에 따르면 연휴기간 중 전 인구의 70%인 3,664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됐다. 고향 찾는 성묫길 2,092만 명, 귀경길 1,572만 명으로 1일평균 611만 명이 움직인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길도 45만 명으로 붐비게 된다.

고향길 초만원이나 고생도 재미, 추억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우리민족의 명절 대이동은 타고난 팔자나 다름없다. 우리네 모두가 전통 농경사회에 살다가 산업화 시기 ‘압축성장’ 노동을 찾아 ‘무작정 상경’ 했으니 솔직히 ‘고향 버리고 도망쳐 온 사람들’ 아닌가. 그로부터 세월이 무정하게 흘러 고향산천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쌓였으니 명절맞이를 계기로 몽땅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는가.

더구나 추석이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계절의 가운데 토막’으로 모처럼 근심, 걱정 없어진 풍성한 시기 아닌가. 이럴 때 홀가분한 심정으로 옛 모정, 우정, 연정이 절로 샘솟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매년 고향길은 과밀 고생이지만 오가는 사람들 만나 살아온 이야기로 소통하는 것만도 보람이고 즐거움 아닌가.

신문에 지난해의 추석이동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고향과 여행지에서 머문 시간 비교가 보도됐다. 이에 따르면 성묫길, 납골당에 머문 시간 98.7분, 요양병원이나 보호시설 문안, 문병시간 104.1분에 비해 골프장이 381분으로 최장시간이고 이어 공원길 101.8분, 백화점․쇼핑몰 133.9분, 공연장 등 문화시설 172.7분 등으로 비교됐다.

카카오 내비 데이터에 기록되어 있다는 이 같은 시간비교가 시대 발전과 생활상의 변모를 말해준다고 믿지만 우리네 입장에서는 다소간 슬픈 감상이다.

정든 얼굴 하나 없는 ‘낯선 고향’ 슬픈 감상

민족 대이동 속에 특별히 ‘나의 고향’ 감상이 간절하고 가슴 뭉클하다. 추풍령 고개 지나 나지막한 도농복합 및 혁신도시가 내 고향이다. 그곳 도심에서 다시 서북향 10km 지나 얕은 산 넘어 성황당 고갯길 넘어 외진 산촌마을이다.

이곳서 태어나 자랄 때 50~60여 호가 모두 한집안처럼 정답게 살았었지만 지금은 단 한사람 얼굴 아는 이가 없다. 마을회관 찾아 ‘아무개 자식’이라고 소개했지만 서로가 못 알아보는 타인사이니 슬픈 ‘낯선 내 고향’ 아닌가. 고향 떠나온 출향세월이 무려 59년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으니 태생적 기억 속에 입력되어 있는 나의 ‘고향 데이터’가 무효처리 될 수밖에 없었지 않겠는가.

정든 옛 초가지붕, 꼬불꼬불 토담길 다 사라지고 온갖 추억이 담겨 있는 늙은 감나무, 살구나무도 흔적이 없어졌다. 또 진흙탕, 먼짓길이던 마을 진입로와 풀길이던 농로마저 딱딱한 시멘트길로 바뀌었으니 영 옛 맛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황금들판’으로 불린 논밭들이 온통 비닐하우스로 바뀌어 쌀농사마저 폐업하여 농협창고에 전화해서 배달받아 먹는다니 놀랄 일 아닌가. 특용작물이 쌀농사 보다 경제성이 높다고 들었지만 내 고향마저 ‘천하지 대본’(天下之大本)을 포기한 것이 지나친 변절이나 변심 아닐까 싶은 감상이다.

시시각각 사라지고 줄어드는 ‘노인네 마을’

가장 아쉽고 안타깝고 슬픈 대목은 젊은 세대 한명도 없는 ‘노인네 마을’로 시시각각 일손이나 생활풍습마저 사라지고 줄어들어 머지않아 마을 자체가 소멸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비단 내 고향 마을뿐만 아니라 면단위, 시단위로도 내 고향 지자체가 ‘소멸대상’에 올랐다고 신문에 나온 적이 있었다.

내가 태어난 면(面) 내의 출산가능 여성이라야 겨우 20여명, 이 가운데 토박이 여성은 한명도 없이 모두 동남아 각국에서 결혼이민 왔다니 이 또한 슬픈 이야기 아닌가. 이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당당한 한국인으로 자라고 있다지만 행여 ‘절반쯤 한국인’ 면모를 나타내지 않을까 염려되는 항목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출산모들은 남편보다 젊고 고학력으로 자녀교육에서 경제, 문화생활 전반을 주도하면서 자신의 모국어와 역사, 문화를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인 절반, 어머니 모국 절반으로 살려고 하지 않겠는가.

또 다른 서글픈 소식… 서울보다 비만의 삶

2017년 기준 ‘비만백서’(肥滿白書)가 서울사람들보다 농촌사람, 외진 섬사람들이 보다 뚱뚱하게 살아간다고 말해 주니 또 다른 서글픈 소식이다.

비만율 상위 5개 지역을 꼽으면 ①강원도 철원군 ②강원도 인제군 ③인천시 옹진군 ④강원도 양구군 ⑤강원도 화천군 순이다. 강원도 산촌과 옹진군 섬사람들이 비만이라니 뜻밖 아닌가. 비만율 하위 5대 지역은 ①서울 강남구 ②서울 서초구 ③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④경기도 과천시 ⑤서울시 송파구 순이니 부자촌 사람들이다.

신문은 농촌이나 섬지역 사람들이 옛날처럼 걷지 않고 경운기 타고 트럭 타고 다니며 비만관리에 관심도 없이 술을 잘 마시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에 서울 등 대도시 부자사람들은 비만은 곧 ‘반건강’이란 인식아래 몸 관리에 신경을 썼기 때문일 것으로 비교했다.

내가 자란 ‘내 고향 시절’은 너무나 배고픈 세월이라 비만이란 용어가 없었다. ‘보릿고개’와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말이 실제상황으로 온 마을사람들이 모두 깡마른 체형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고향을 떠나온 후 세월이 좋아져 내 고향 사람들도 복 받아 팔자개편 했노라고 반겼더니 저출산, 고령화에 비만까지 겹쳤다니 온통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이야기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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