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보이지 않는 시간을 2차원의 화면에 담는다는 것은 무모한 것일까? 카메라로 오랜 노출을 통해 그것을 담아내는 많은 아티스들에 비해 기다림의 미학을 통해 많은 이들이 놓쳐버린 그 순간을 담는 화가 박상남(57).

▲ 박상남, '보물, 지금' 전 출품작.

그가 지금 보고 있는 현재도 과거가 되어 버린다는 사유를 담은 작품을 들고 전시장 나들이를 갖는다. 10월 17일부터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상명대입구 앞에 위치한 빛갤러리(대표 한수경)에서 '보물, 시간을 담다'란 타이틀의 개인전을 펼친다.

박상남 작가가 시간의 궤적을 포착하게 된 것은 프랑스 유학 중 비 내리는 카페에서 바라본 도로 위를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긴 흔적의 사라짐을 보면서 먹물을 묻힌 주머니를 갖고 종이에 탁본을 뜨듯이 옮겨 놓은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 작업실에서 작품과 함께한 박상남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박 작가는 "빗물에 젖은 인도 위를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탁본하듯 종이에 옮기는데, 바로 그 순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담아낼 수 있었다"며 "순간 지나가면 보이지 않지만, 그 순간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보물 같은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초기에는 시멘트나 아스팔트 위의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차갑고 무겁게 옮겼는데, 이제는 밝은 색을 담아 따스함이 강조되는 작업으로 삶의 희로애락을 드러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같이 박상남 작가는 길 위에서 어우러지는 것들에 대해 애정을 갖고 관찰을 한다.

▲ 박상남 작가 '보물, 지금' 전 출품작.

한 걸음, 귀한 시간, 어디를 지나치다가도 바로 그 순간을 마주하는 것이 진정한 소중함이자, 보물과도 같은 귀중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작가는 "솔직할수록 작가는 힘이 듭니다. 그러다 보면 테크닉을 사용해 세상과 타협을 하려는데, 제 작품을 보는 누구라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마음에 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우선이죠"라며 "붓이 익숙한 오른손 대신이 왼손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고집을 부리며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 박상남, '보물, 지금' 출품작.

그래서일까 박 작가의 작품에는 진실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발색을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10여 년 전 발견한 시간의 흔적이다.

자신의 눈에만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구나 한 번 쯤은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작가는 그것을 사각의 화면에 표현해내는 것이다.

▲ 박상남, '보물, 지금' 출품작.

한지 위에 은은히 배어나는 물감과 같은 삶의 경륜이 묻어나는 작품 속에는 오랜 시간 녹물이 빠져서 그 흔적만 남기는 흐름의 궤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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