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김병욱 의원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예금이나 적금, 보험, 펀드 등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 ‘꺾기’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은행권은 의심 거래일 뿐이라며 제도적으로 금지돼 있는 꺾기 행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 16개 은행별 중소기업 대출 꺾기 의심거래 취급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16개 은행에서 ‘편법 꺾기’로 의심되는 거래는 70만 건으로 금액은 33조 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에서도 올해 2분기 편법 꺾기로 지목된 건수는 4만7492건, 금액은 2조3260억 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보다 1만2066건(34.1%) 늘어났으며 금액도 2961억 원(14.6%) 늘어난 수치다.

꺾기란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 주면서 30일 이내에 일정 금액을 강제로 예금토록 하거나 적금, 보험, 펀드, 신용카드 등에 가입시키는 금융상품 구속 행위로 표면상 나타나는 대출금리 이상으로 실질금리를 인상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다.

현재는 은행법 제52조의 2에 따라 금지돼 있으며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최근 3년 반 동안 국내은행이 중소기업 구속행위로 제재를 받은 건수는 21건 뿐이며 금액은 3억 원이었다. 2015년과 올해 상반기에는 제재 건수가 없다.

금감원은 2017년 4월 ‘은행업감독규정’을 통해 꺾기 금전제재의 실효성을 제고해 꺾기 과태료 부과기준을 개선했으며 올해 초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역점 과제로 꼽고 금융소비자에 대한 상품판매 조직의 영업행위 검사를 대폭 확대해 소비자피해를 유발하는 부당영업행위에 대한 검사를 중점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규정 개선과 검사가 꺾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해석이다.

김 의원은 은행이 대출 실행 한 달 이후인 31∼60일 사이에 금융상품에 가입시키는 '편법 꺾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대출 전후 1개월 초과 금융상품 판매 행위에 대해서는 법규상 규제하지 않고 있는 점을 파고들었다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은행별로는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IBK기업은행이 3년6개월 동안 29만9510건, 12조8346억 원으로 집계되며 의심 건수와 금액 모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10만1056건에 3조6203억 원, KEB하나은행은 7만1172건에 2조2678억 원, 우리은행은 5만9181건에 3조3598억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김 의원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을의 위치라 은행이 편법 꺾기를 종용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경기침체와 자금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에 더해 은행의 불공정행위에 이중, 삼중의 압박을 받지 않도록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의심거래일 뿐이라며 못을 박았다.

가장 많은 의심거래가 있다고 집계된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규정상 대출 한달 전후에 상품 가입은 전산 상으로 막아져 있으며 자료는 의심거래일 뿐”이라면서 “중소기업 대출 거래 건수와 점유율이 많다 보니 차주들의 금융상품 가입 건수도 많아 자료 상으로 수치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창업 기업이나 신용등급 상 금융약자로 표현되는 차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3개월간 대출 상품 가입을 제한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며 “대출을 받으면서 은행 거래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데 은행 입장에서 거래 고객을 받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법 상 대출 한 달 전후로는 제도적으로 상품 가입이 금지돼 있으나 이후 가입은 보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기업들이 여유자금이 생겨 운용의 필요성을 느끼고 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입의사 확인서를 받아 적법한 절차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기업대출은 중도상환 수수료가 발생하다보니 만기상환하는 경우가 많아 적금을 운용해서 만기자금으로 대출을 갚는 차주들도 많은데 이런 내용은 (의원실 자료에)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편법 꺾기와 관련해 현재 별도로 모니터링하는 건 없으며 사실상 실제로 모니터링도 쉽지 않다”면서도 “차후 일정을 확인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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