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만섭 칼럼 @경제풍월] 서울시는 지난 2006년 7월,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제빙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시행함으로서 내 집, 내 점포 앞, 보도 및 이면도로에 내린 눈을 치워야 한다. 주간에 내린 눈은 눈이 그친 대로부터 4시간 이내, 야간에 내린 눈은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제설 및 제빙해야 한다.

서대문구 홍은동 언덕빼기 집에서는 매년 매서운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 된다. 쏟아지는 함박눈에 눈을 일찌감치 구경하러 나온 어린 아이들부터, 출근길 차량 이동 걱정을 위해 제설장치를 들고 나온 아저씨, 아줌마들, 사람 구경을 하기 위해서, 미끄러진 차량을 구경하기 위해서 나온다. 비로소 얼굴 마주친 옆집 이웃들을 보고 인사를 한다. 

눈이 아니면 1년 가까이 거의 마주치지 않았거나, 지나치며 만나도 서먹서먹한 인사만 살짝 주고받은 것이 동네 분위기다. 지금은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1층에서 10층까지 올라갈 동안 적막할 정도로… 자기 앞마당이 없는 아파트 생활은 눈이 와서 나와서 마주칠 경우가 더욱 적다.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걱정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두 같은 생각인 것이다. 마치 동질감 같은 느낌을 갖는다. TV에서는 1분이 멀다하고 속보와 예보가 쏟아지고, 주위사람들은 서로 눈 이야기를 하기에 바쁘며, 차도에는 안전을 위한 비상등을 켠 차량을 자주 본다.

주제가 같다기 보다는 눈이라는 매개체로 지역토론장에 나온 셈이다. 목적은 미끄러운 눈 거리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고, 토론방식은 자유롭고 주제는 가벼우면서 다양하기 그지없다.

안전을 위한 ‘하나’의 목적으로 온 국민이 걱정을 하며, 직접 안전조치도 취하고, 서로를 걱정해 준다. 특히 첫눈이나 함박눈이 오면 전화통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바빠진다. 커뮤니티가 활발해진다. 

‘하나’되는 느낌. 현재 우리가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하나’되는 느낌이 뭔지 알 것이다. 단적인 예로 2002년 월드컵 때의 그런 짜릿한(?) 분위기라면 설명이 될까. 이러한 ‘하나’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순간 모든 일들은 순조롭게 잘 되리라 여겨지고 되고 그렇게 되게끔 하게 된다. 이러한 느낌이 중요하고 지금 필요한 것은 아닐런지 생각해 본다.

각종 미디어 속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제각기 다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경제적 커뮤니티의 입장을 자신이 대변하게 마련인데 그것이 다른 커뮤니티와 상이하다면 마찰과 분열이 일어나게 된다. 이 마찰과 분열은 속해있는 커뮤니티가 경제적, 정치적 혹은 지역적 커뮤니티의 입장만 생각하기에 그런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필자는 국가로는 대한민국에 속해 있고, 정치적 커뮤니티, 지역으로는 서울 홍은동 지역에 속해 있으며, 지역적 커뮤니티, 직장으로는 여행업, 경제적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 누구나 적어도 두 군데 이상에서는 속해 있을 것이다. 속해 있는 곳에 커뮤니티가 존재할 것이고 자신이 속해 있는 커뮤니티가 한 개가 아니듯이 한 개 만의 입장을 표출해서는 또 다르게 속해 있는 다른 커뮤니티 입장을 말하고 있지 않는 것은 결국 소심함의 결과이다. 이러한 모든 커뮤니티 조직은 서로 유기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는 많이 활성화 된 상태이다.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서 미디어의 기사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사용자가 직접 제작된 콘텐츠를 카페나 블로그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사용자간에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셈이다.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어떠한가. 오프라인은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구성으로 얽혀있다. 오프라인 조직 서로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위해서는 우선 매개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눈이라는 매개체가 자연스러운 커뮤니티를 형성하듯, 자신이 속해 있는 커뮤니티에 활성화 및 동질화를 지필 수 있는 매개체를 찾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 볼 수 있다. 국가와 지역사회는 이러한 하나 된 동질적인 주제와 함께 활성화할 수 있는 매개체를 보여 주어야 될 것이다.

이렇듯 활성화된 지역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면 인간은 누구나 사회적 동물임을 느끼게 되며, 이 말은 즉, 모든 이는 커뮤니티에 속해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작은 것에서 부터 커다란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소속된 모든 커뮤니티에 자기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그러한 활발한 커뮤니티를 통해 개인은 자아실현 할 수 있고,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진정한 모습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0호(2007년 3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