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기업들 중 일부 기업이 낸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와 함께 국정감사에서는 거래소가 코스닥 상장규정을 위반했다며 상장폐지 결정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투자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위원회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며 코스닥 업체들의 무더기 상장폐지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정운수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상장규정 제38조에 따르면 상장폐지가 결정된 11개 종목은 시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확정해야 하는데 거래소는 하위 규정인 시행세칙에 따라 형식적 상장폐지라는 명목으로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로 상장폐지를 끝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행정절차법은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공공기관의 정책과 제도 변경에 대해 행정예고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한 시행세칙 개정이 거래소 법규 서비스 규정 제·개정 예고에서 누락됐다”며 “11개 코스닥 종목의 상장폐지 결정은 코스닥 상장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상장폐지 결정을 원천무효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의 경우 형식적으로 즉시 상폐 대상이 되며 동일감사인과 재감사 계약을 체결하면 6개월 개선기간을 부여해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며 “시행 규칙에 따라 심사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그는 “시행세칙 규정 축소와 관련해 사전 예고는 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시행세칙 변경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예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이 시행규칙을 어겼다면 재심사하겠다”고 답하며 “기업의 상장을 위해 ‘자금조달을 쉽게 하겠다’는 목표와 ‘투자자보호’ 사이에 조화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서도 상장 실질 심사를 강화하는 등 투자자보호도 함께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 상장 주간사가 면밀하게 심사해 주간사 책임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 문제도 철저하게 심사하도록 지도하고 감독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상장 관련 규정은 금융위 권한이고 그 아래 시행세칙은 거래소 권한인데 거래소가 금융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시행세칙을 변경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법원이 일부 기업의 상장폐지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을 두고 거래소의 권력 남용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거래소가 시행세칙을 만들 때 금융위와 협의하는 절차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판단…혼란은 피해자 몫

이번 논란은 지난달 19일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회계감사인의 의견거절·감사범위 제한 등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이 됐던 코스닥 법인 중에서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총 11개 상장사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지난 5일 ‘감마누’와 ‘파티게임즈’가 낸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8일에는 모다와 에프티이앤이의 가처분 신청을 연이어 인용하며 거래소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법원은 거래소가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이 부여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해 4개 회사는 본안소송 판결이 확정되거나 거래소의 이의 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상장폐지 결정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부터 코스닥 시장에서 시작된 11개 종목의 정리매매 중 4개 회사는 정리매매가 중단된 상태며 나머지 5개 회사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지난 11일 상장폐지됐고 2곳은 오늘 상장폐지가 진행됐다.

거래소의 결정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피해주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에 언급된 11개 기업의 소액주주 7만9899명의 손해액은 기업 시가총액 기준 1조174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주주들은 지난달 26일부터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폐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기업에 충분한 소명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거래소가 감사기간을 연장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부당하게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지난해보다 개선 기간이 3주 더 늘어나며 해당 기업들에게 해명 기간을 충분히 제공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규정에 따른 상장폐지이므로 번복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거래소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기로 했다.

이 의원에 주장에 대해 증권업계는 “규정에 대한 해석은 제도적인 부분이라 이와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은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하나의 건전한 방법이기 때문에 상장 이후 관리에 대해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닥 상장 문턱을 낮추는 후속방안으로 지난 4월 4일 정례회의를 통해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 요건을 개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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