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죠. 가족 이외에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외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최소의 공간인 집을 은유적으로 그려봤죠."

▲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 설치된 '그곳을 바라보다' 작품과 함께한 송지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일상에서 늘 접하던 도시 속을 혼자 걸으며 바라봤던 건물들의 모습을 두터운 붓질의 중첩으로 독특한 화면을 만들던 작가 송지연(37)이 빌딩 숲 대신 아파트가 그려진 작품을 전면에 내걸고 전시장 나들이를 갖는다.

선화랑 41년 역대 초대작가 중 가장 젊은 작가의 전시로 10월 17일부터 꾸려지는 'One's home'전에는 2014년 예감 전시 후 작업했던 32점의 작품이 함께한다.

작업 초기 단독주택 위주의 소재에서 아파트,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을 사람대신 은유적으로 집으로 표현해 도시의 현실을 그만의 시각으로 담아냈다.

▲ 송지연, '바라보다-아파트'. acrylic on linen,162.2 x 112.2cm, 2018.(사진=선화랑)

그의 캔버스에 담긴 건물 이미지는 작업실 주변이나 지나쳤던 도로 등에서 느꼈던 환경과 세월에 따라 변하는 감정의 결과물이었다.

송 작가는 "물감을 두텁게 여러 번 칠한 것은 마치 추상적으로 일상의 모습을 표현하려는 의지였다. 우리의 삶은 희로애락이 무한 반복되는 생활에서 지겹기도, 힘든 것 아닌가"라며 "제 삶을 이야기하다보니 늘 밝은 것만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시를 그리는 작가로 굳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송 작가는 "지금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특정한 모티브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 답답할 정도로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는 현실 속에서 도시의 부정적인 요소보다는 어쩔 수 없는 그 자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 송지연, '바라보다-한남'. acrylic on linen,116.7 x 91cm,2018.(사진=선화랑)

송지연 작가의 작품은 두툼한 질감과 거친 화면의 중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곧고, 딱딱한 빌딩으로 이루어진 풍경을 감각적으로 풀어내, 보는 이에게 따뜻하고 아득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것은 단순한 색의 조합이 아닌 작가의 감정을 담은 색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어딘지 모를 풍경은 특정 장소, 지역을 담은 풍경의 재현이 아닌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삶의 현장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멀리 바라봤던 도시의 풍경에서 작가 자신이 실제 대면하고 있고 가까이 볼 수 있었던 공간인 '아파트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 송지연, '물위를 걷는 사람들'. acrylic on linen,19 x 33.4cm,2018.(사진=선화랑)

현대 사회 속 인간군상의 만화경을 담고 있는 아파트는 반복적이고 획일화된 모습으로 현대인의 일상과 닮았고, 그 존재의 의미를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대상이 됐다.

송 작가는 "2006년 첫 개인전 당시 사람이 들어있는 도시의 모습을 트레이싱 종이를 겹쳐 그리면 나오는 이미지를 그렸는데, 이제는 3~4회의 겹칠 하면서 채도만 다르게 그려보니 미묘한 겹침이 두드러지게 됐다"며 "사람이 안 들어가도 붓질의 꼬질꼬질함이 강하게 표현되어 마치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들어다. 마치 낡은 집의 형태가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시리즈는 높은 곳을 올라가 내려다보면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풍경, 위치보다는 작가 자신의 감정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을 표현한 것이다.

▲ 송지연, '그곳을 바라보다'. acrylic on linen,130 x 128cm, 2018.(사진=선화랑)

송 작가는 "보기 드물게 작업에만 몰두하는 작가"로 불린다. 하루에 8~12시간을 붓을 들고 화면을 완성하는 고된 노동 같은 작업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점과 색의 변주를 보여주며 끊임없이 자신의 화폭에 새로운 시도를 하며 묵묵히 자신만의 세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유한한 삶 속에 무한한 일상이 우리의 삶 속에 어떤 의미를 담아 일상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줄지에 대한 고민들이 담긴 이번 전시는 11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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