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처럼, 아름다운 상징의 꽃이지만 덧없음의 상징으로 다가왔죠. 짧은 순간 지나가는 인생처럼 꽃도 만개하면 지는 것을 알게 됐다."

▲ '이화익갤러리에 설치된 라넌큘러스 작품과 함께한 한운성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매듭 작가로, 과일의 온전한 모습을 보여줬던 '과일채집', 그리고 건물의 앞모습만을 강조했던 '디지로그' 시리즈를 통해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 본질을 외면하는 현실을 꼬집었던 작가 한운성(72)가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을 들고 화랑 나들이를 갖는다.

10월 17일부터 서울 율곡로 이화익갤러리 전관에서 펼쳐지는 'FLOS(꽃)'전에는 한운성 작가가 1년여 넘게 꽃에 심취해 세상만사를 비유한 작품 15여 점이 함께한다.

한운성 작가는 "나이가 드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죠. 그동안 소재를 수십 개 바꿔왔지만 주제는 일관됐다"며 "바로 '너의 정체는 무엇인가?"로 우리시대의 정체를 구체적 물체에 비유해 드러나는 것이 바로 내 작업의 궁극의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꽃을 그리면서 실감한 사실은 꽃이 언제 지는지를 알게 됐다. 수정 이후 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가장 절정기를 맞이한 이후 생을 정리하는 우리네 인생과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한운성, '장미(Rosa Hybrida)'. 캔버스에 유채, 150x150cm, 2018.(사진=이화익갤러리)

전시장에 걸린 다양한 꽃그림은 화려한 모습의 만개한 상태와 시들어가면서 본래의 생명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포착한 꽃등이 함께한다.

한운성 작가에 따르면 결국 꽃이 화려한 이유는 곤충을 유혹해서 수정을 하기 위함이 아니란 이야기다.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꽃을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니다. 꽃 중의 꽃이라는 장미의 말라서 비틀어지는 상황을 포착해서 덧없음을 강조하려 했다."

한 작가가 꽃을 캔버스에 옮겨 온 이유는 2016년 이화익갤러리에서 열었던 개인전 '디지로그'전 이후 병실에서 투병 후 책을 쓰던 가운데, 작업실 가는 길에 발견한 야생화의 모습을 본 이후라 한다.

몸이 아픈 상태에서 바라본 꽃들의 지고 피는 것을 본 이후 꽃도 인생과 다름없이 덧없음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한 작가는 "생명의 근원을 상징하는 꽃이지만, 바라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내 작품이 오랜 기간 세상에 남아 있게 되면 생명의 근원이 덧없음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삶과 죽음이 동시에 함축된 꽃을 제대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한운성, '라넌큘러스(Ranunculus Asiaticus), 150x150cm, Oil on Canvas, 2018.(사진=이화익갤러리)

캔버스 중앙에 극사실화같이 그려진 꽃의 암술, 수술을 중심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꽃잎을 보면 한 작가의 꽃은 그동안 우리가 관습적으로 생각했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개체이기보다는 하나의 생명체로 받아들여진다.

작가는 활짝 핀 절정의 꽃에서부터 시들어 죽어가는 꽃, 떨어진 꽃잎 등 다채로운 꽃을 통해 꽃의 생명력을 더욱 부각시킨다.

탄성을 자아낼 만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이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말라비틀어지는 숙명 속에 생명의 유한함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 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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