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주주 사외이사, 임시 이사회로 회추위 구성 시도했지만 예보 반발로 연기
-최 위원장 발언이후, 회장 후보 인물만 20여 명 거론…관치금융 시도 비난도

▲ <사진출처=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지배구조 문제에 적극 개입할 뜻을 시사하면서 지주전환이후 이끌어갈 회장 자리를 놓고 복잡한 셈법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영화과정에서 독립경영을 약속한 정부가 입장을 번복하는 꼴이 돼 그 취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생각은 있지만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할지, 하면 어떤 방법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개입할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또 “은행 경영에 대해 개입하기보다는 우리은행이 자율적으로 경영이 잘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영업이 잘 되면 정부가 가진 주식 가치도 오르기 때문에 그러한 차원에서 정부는 자연히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18.4%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와 관련해 당연히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측은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은행 외에 비은행 부문도 균형 있게 성장시키고 경영권이 고르게 분배되기 위해선 회장과 행장 분리방안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취해 온 만큼 어떤 형태로든 표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오는 26일 열리는 우리은행 정기이사회에 예금보험공사가 선임한 비상임 사외이사가 참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 회장 선임 안건이 정식으로 상정되지는 않지만 선정방식을 놓고 예보 비상임 이사를 포함한 이사 간 논의 과정에서 정부 측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위원장 발언 전 이미 방향성 제시

물론 이번 최 위원장의 발언이 회장 선임 안을 두고 불씨를 당겼지만 이미 금융당국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지주사)는 설립 전이라 은행 이사회에서 회장 후보를 정해 지주사 정기 주주총회에 올리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 과점주주 사외이사 5명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결의하려했다.

이들은 앞서 행장을 뽑았던 임추위(임원추천위원회)와 같이 예보 이사는 제외하고 과점주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을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예부 이사가 임시 이사회 개최를 늦춰줄 것을 요청하면서 중단돼 분수령을 맞게 됐다.

당초 과점주주 사회이사들은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회장 후보군을 꾸린 뒤 탁월한 인물이 있으면 회장을 따로 선임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회장과 행장 겸직 체제로 가자는 생각이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된다고 해도 당장 은행 매출 비중이 전체 계열사의 98%수준으로 압도적이고 회장-행장 권한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권력 이원회가 내분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조 측도 손 행장이 민영화 이후 조직의 숙원이었던 지주사 전환을 다시 추진한 공적을 세웠고 올 상반기 11년 만의 최대실적을 거두는 성과도 보여줬다는 점에서 손 행방의 겸임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보를 통해 분리 안을 고수할 경우 겸임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회장-행장이 분리 돼야 은행 중심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주권 행사 취지 불구 경영 간섭 논란만

다만 이 같은 금융당국의 행보는 자칫 경영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016년 11월 과점주주들에게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하면서 경영권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했다.

당시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한화생명, 동양생명, 키움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7개 과점 주주들에게 지분 29.7%를 매각 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말 손 행장 선출 과정에도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선 관여할 뜻을 전해 1년여 만에 약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기에 친정부 입김의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경우 관치 금융이 재현된다는 비판은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한 우리은행 사회이사는 “민영화 당시 경영 간섭을 하지 않기로 해놓고 1년 만에 이렇게 손바닥 뒤집 듯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논리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게 전혀 반갑지 않다”면서 “만약 행장-회장이 분리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 내에서 관료 출신은 철저히 막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위원장의 발언이후 벌써 20여 명의 회장 후보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어 논란의 키울 것으로 보인다.

주로 문제인·노무현 정부와 연이 있는 전직 관료나 금융권 인물이 중심이다.

금융권에서는 손 행장을 비롯해 전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인 선환규 예보 감사, 김희태 전 신용정보협회장, 김종운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신상훈 우리은행 사외 이사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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