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미톡뉴스DB>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우리 밥그릇은 개밥그릇보다 못 한데 그 밥그릇까지 뺏어가려는 것인가”라며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집회 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 모빌리티(이하 카카오)가 카풀(승차공유)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택시업계가 이를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18일 새벽 4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으며 오는 19일 새벽 4시까지 24시간 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로 이뤄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오후 2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 반대를 주요 골자로 자가용 불법 유상 운송행위 근절과 택시 생존권 보장, 공공성 강화 촉구를 위해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광화문 광장에는 이들을 중심으로 전국 택시종사자들 약 7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해 생존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지역마다 깃발을 들고 머리에 ‘생존권 사수’, ‘카풀 투쟁’ 등이 써진 띠를 두르기도 했으며 ‘카풀 앱 불법 영업 OUT’, ‘여객 운송질서 확립’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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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는 지난 4일과 11일 양일간에 걸쳐 카풀 영업행위 금지를 요구하며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사옥 앞에서 ‘카카오 규탄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카풀 앱의 24시간 영업허용요구는 ‘출·퇴근 때’에 대한 자의적인 법률해석으로 입법 취지를 위배했으며 앱을 통한 카풀 자체가 자가용 불법 유상운송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험처리가 되지 않고 범죄 등에 취약해 시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으며 카카오는 민간기업의 이익 추구만을 위해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카풀 앱’을 금지하는 법안의 통과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에서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 카풀은 기존 대중교통의 공급이 부족한 출퇴근이나 심야 시간 등에 승용차 운전자와 탑승자가 빈 좌석을 공유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서비스다. 운전자는 소정의 운전료를 받게 된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이번 집회는 자가용 불법 유상 운송행위인 카풀 앱 반대와 택시 자정 운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친절한 택시, 사랑받는 택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결의의 두 가지 목적으로 이뤄졌다”며 집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카풀은 출발지와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선의적 입장에서 품앗이하는 행위지만 카풀 앱은 다르다”며 “카풀 앱은 자가용 유상 운송행위로 이는 명백한 불법인데 카카오가 카풀이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만으로 과도하게 법을 해석해 합법처럼 호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조항을 보면 출·퇴근 때 자가용을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둬 카카오가 이를 근거로 유상 운행이 가능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구 위원장은 “현재 택시기사들은 12시간을 일해도 한 달에 200만 원도 벌지 못하는데 카풀 앱이 택시 이용자의 10%를 데려간다고 하면 20만 원의 수입 감소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번에 카풀 앱을 막아내지 못하면 그 이후에도 쏘카나 그린카 등 유사 택시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려 택시산업이 망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집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불명예스러웠던 택시의 인상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새롭게 시민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대화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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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의 선창에 맞춰 구호를 외치던 한진수 서울지부 도봉지역회 양평운수 노동조합위원장은 “카풀 앱이 시행되면 우리 택시 사업을 넘어 대중교통업 자체가 몰락할 뿐만 아니라 현재 평균 임금도 되지 않는 임금조차 지킬 수 없다”며 “택시기사는 법적으로 국가 자격증을 따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건데 자격증이 없는 개인이 운수업을 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카카오는 불법적인 요금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라며 “일반 자가용으로 불법 영업하는 ‘나라시 택시’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며 격양된 목소리를 냈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익명을 요구한 한 택시기사는 “카풀을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고정층이 생길 수 있어 택시 이용 횟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나는 14∼15시간을 넘게 일하는데도 평균 임금을 받기가 힘든데 카카오가 종지만한 밥그릇조차 뺏어가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함께 올라왔다는 다른 택시기사는 “이를 추진한 카카오와 허가를 해준 정부 모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뉴욕에서 카풀 서비스 확대로 택시기사들이 목숨을 끊는 등 심각한 사태가 있었다는 뉴스를 봤는데 왜 우리나라도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최바다 카카오 모빌리티 신사업 팀장은 지난 17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현행법에 보면 출·퇴근 때 유사 운송행위는 괜찮다는 멘트가 들어가 있다”면서 “출·퇴근 시간은 다양할 수 있어 그 부분에서 논쟁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해 택시업계나 운송사업자 분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는 택시를 타고 싶어도 못 타는 분들을 위주로 카풀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사업이나 서비스를 준비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일단 택시가 명확히 안 잡혔을 때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것은 너무나 괜찮은 명분이고 택시업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화문 광장 근처에서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운행을 하던 택시를 집회에 참여한 택시기사들이 붙잡고 실랑이를 벌여 경찰이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한 택시기사는 “혼자만 살려고 우리가 집회하는 줄 아느냐”며 소리를 질렀고 또 다른 기사는 “내가 방금 승객 내려주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며 “미터기 확인해보자”고 막무가내로 택시 문을 열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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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풀 반대를 위한 택시 파업 집회에 대해 시민들은 택시업계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집회를 지켜보던 A씨는 “택시를 타면서 무례한 일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택시산업 자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며 “택시 서비스가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해왔는데 선택지가 늘어나면 택시기사들의 서비스 개선도 이뤄질 것 같다”고 전했다.

B씨도 “짧은 거리를 이동하려고 할 때 승차거부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카카오랑 연계된다면 사용하기도 편할 것 같아서 찬성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C씨는 “택시를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가격적으로도 부담이 덜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는 결국 운수업계 쪽의 임금이 내려가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며 “만약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생겨도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그 짐은 운전자가 떠안아야 하는데 카카오는 수수료만 계속 가져가면 그뿐이라 ‘빈익빈 부익부’가 계속될 것 같다”며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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