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얼마나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 신지영, '언어의 줄다리기'.

메신저 용어, 줄임말, 은어 등 무수한 유행어의 홍수 속에 언어 속에 숨은 이데올로기를 되짚어 보는 언어학자의 고민이 '경기장'이라는 공간에서 겨루기를 하는 내용이 한 권의 책으로 꾸며졌다.

지은이 신지영(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은 "우리의 언어 속에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유지·확대·재생산하는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 그런 언어들은 대단히 위험하고 폭력적이다"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차별과 비민주적 표현을 담은 단어들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다고 강하게 일침을 가한다. 그러면서 언어 표현 속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가 은연중 우리의 생각과 관점을 지배한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오랜 기간 대통령 뒤에 붙었던 '각하'라는 경칭은 권의주의 시대의 상징 같았던 단어인데, 이 단어는 사실 봉건 신분사회의 귀족 호칭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꼽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천명한 헌법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단어라는 것이다. 각하가 담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봉건 시대처럼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자는 반민주적 가치이다.

저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 역시 헌법이 명시하는 민주적 가치를 전혀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크게 거느리고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는 이 언어 표현은 '국민을 주권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리과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과거 우리 사회에서 봉건군주제의 왕처럼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해도 된다는 인식을 사실상 강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 '언어의 줄다리기'에서 소개하는 단어 중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단연 성차별 표현이다.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여성을 폄훼하고 차별하는' 언어 표현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여전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대목이다.

여성과 아동을 차별하는 이데올로기가 녹아 있는 한국어의 현주소는 언어학자의 친절한 해설을 곁들인 구체적인 자료와 어우러지면서 책 속 곳곳에서 발견된다.

청년이라는 단어가 왜 여성을 아우르지 못하는지? 교수·교사 ·검사 등의 단어에서 왜 남자를 전체하고 여교수·여교사·여검사 등의 단어를 별도로 써야 하는지? 인간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기혼'과 '미혼'은 적절한지 표현인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 책은 저자가 만든 '경기장'으로 독자적으로 안내하며 흥미로운 해설을 진행한다.

지은이가 설정한 경기장은 '팽팽한 언어의 줄다리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봉건적이고 반민주적인 가치를 담아 있는 각하라는 단어가 민주화운동의 파고에 밀려 사라졌듯이 언어는 언어사용자들 간의 치열한 격돌을 통해 바뀌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간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현실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사회의 미래상과 그대로 연결된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과 부합하지 않는 언어를 줄다리기를 통해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짜장면과 자장면의 줄다리기'에서 볼 수 있듯이 관(官) 주도 하에 일방통행식의 언어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한참 뒤떨어지는 행태이다.

지은이의 주장처럼 언어의 주인인 '민'이 주도하는 시스템으로 언어정책을 전환해야 하는 것은 숙명적이지만, 결코 늦쳐질 수 없는 이 시대의 과제인 것이다. △지은이 신지영 △펴낸곳 21세기북스 △304쪽 △정가 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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