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톡뉴스의 강규형 칼럼들을 읽고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께서 본인의 블로그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단상과 더불어 본인의 오랜 언론인과 오피니언 리더의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의미를 진한 감성으로 표현했기에 본보에 류근일 선생님의 글을 옮겨온다. (편집자 주)

患亂 가운데서 강규형 교수가 겪은 마음고생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필자가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서 이들의 협박과 회유에 안 넘어가고 끝까지 버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죽창이 난무하는 상황을 지연시키고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요번 진미위 활동의 일시적 정지와 무력화는 필자로선 매우 기쁜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언론노조원들이 보인 막장 행각들은 물론이고, 여러 다른 KBS 관계자들이 보여준 기회주의적 또는 배신의 행태는 기회가 될 때 모조리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

윗 글은 강규형 명지대 교수이자 전 KBS 이사가 인터넷 매체에 최근 쓴 칼럼 한 대목이다. 그는 그 글을 통해 자신이 KBS 신(新)권력에 어떻게 당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위원회’라는 걸 만들어 미음에 들지 않은 사원들을 징계했는지, 그것이 어떻게 가처분 신청 일부 허용으로 일단 저지됐는지를 격한 논조로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뿐 아니라 그 과정에 있었던 일부의 ‘기회주의와 배신’에 관해서도 글로 증언해 놓겠다고 했다. 격동기에서는 인간들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법이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도 프랑스 혁명기의 온갖 인간 유형들이 다 묘사돼 있다. 고결하고 고매한 사람, 천하고 사악한 사람, 그 틈에 끼인 여러 가지 어중간한 스펙트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인간이 인간을 향해 ‘최고’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면의 적대자’들보다 ‘주변의 배신’이 더 뼈저린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곧잘 체험하는 일이다. 강규형 교수는 아마 이런 일을 겪은 모양이다. 정면의 권력이 치는 건 당연(?)하달 수도 있지만, 의외의 사람들이 뒷전에서 딴 일을 진행시켰다면 그건 참 참기 힘든 고통이다.

필자가 강규형 교수의 체험 칼럼을 읽으면서 유독 이 대목에 신경이 쓰인 이유는, 세상사와 인간사(人間事)는 정치 경제 이전에 그야말로 인간의 이야기임을 강하게 느끼면서 그 점을 특히 주목하고 싶어서다. 인간의 이야기 중에서도 기쁨의 이야기보다 아픔의 이야기, 아프게 만드는 이야기가 보다 크고 깊은 성찰의 주제가 될 것이다.

무엇이 인간을 가장 아프게 만드는가? 전쟁, 혁명, 내전(內戰)이 아픈 이유는 그것 자체뿐 아니라 그 과정에 드러나는 인간의 얄팍함 때문이다. 악한 것은 악하니까 그렇다고 치부할 수 있다. 나약한 것도 누구나 다 그렇다고 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힘들 때 덧셈을 하지 않고 뺄셈을 하는 게 정작 '아픔 중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다.

프랑스 혁명, 스페인 내전, 두 차례의 세계대전, 볼셰비키 혁명, 그리스 내전, 우리의 6.25 남침 때 이런 ‘상처에 소금 뿌리는’ 스토리들이 번번이 허무(虛無)를 뿌리고 지나갔다. 진정 조용하게라도 있을 수만 있다면 인간의 이야기가 한결 덜 잔인할 터인데...

환란(患亂) 가운데서 썩 훌륭한 처신을 하는 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그렇게는 못 해도 어떻게 최소한의 염치(廉恥)를 잃지 않고 사느냐 하는 건 아주 중요한 문제일 성싶다. 강규형 교수의 체험담은 바로 이 염치라는 걸 돌아보게 만든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

류근일 선생은 특히 강규형 칼럼의 아래부분들을 읽고 위와 같은 단상을 쓰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전 야권 이사진 일부에서도 정권교체 후 괴상한 행태들이 일어났었다. KBS 출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추천 이사는 평소 KBS 사장의 측근과 같이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고대영 사장 해임 결의안이 기습 상정되자 임시의장으로서 본인의 손으로 해임결의를 결정하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이러한 기이한 행태는 방송국 내외의 경악을 불러왔다. 더군다나 다른 야권 이사들이 이러한 진행에 반대해서 퇴장한 가운데도 표결에 참여해서 기권표를 던지는 기행을 일으켰다 ([KBS공영노조 성명서] 국민과 함께 KBS를 지켜나갈 것이다 참고).

2017년 KBS 언론노조(2노조)는 감사원에 청구한 법인카드 사용 특별감사에서도 야권 이사(이인호, 이원일, 변석찬, 조우석, 차기환, 강규형)중 에서 유일하게 이 KBS출신 이사를 제외했다. 2018년 1월에는 필자가 이사에서 해임되자마자 KBS언론노조가 야권이사 네명(이인호, 차기환, 강규형, 이원일)만을 ‘법인카드 배임“이라는 구실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야권 이사 두 명은 고발에서 제외해 주는 “은전”을 베푸는 ’오묘한‘ 일도 일어났다. KBS 출신은 야권이사 선임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견이 나온 이유 중 하나이다. 신임 KBS출신 이사들은 다른 때보다 더 투철한 각오로 이사직에 임해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세평을 불식시켜야 하는 의무도 지게 됐다.

정권과 언론노조의 방송장악과정에서 KBS 야권 이사들에 대한 압력과 회유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행해졌다. 야권이사들은 이러한 압력과 회유를 이겨내고 방송사 내외의 거대권력과 맞서는 투지를 보여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언론노조의 방송장악 과정에서 본의든 본의가 아니던, 또는 협박에 의한 것이었던 모호한 태도를 취한 야권 이사들이 있었다. 위기에 순간엔 그 인물의 가면이 벗겨지고 진면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여러 번 KBS공영노조의 성명서가 이들의 행태를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작년에 이미 감사원의 정기감사가 끝났고 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용에 문제없음이 판명 난 이후에, 언론노조는 한 명을 제외한 야권이사들과 단 한 명의 여권 이사만 구색으로 포함한 특별감사를 신청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었다. 언론노조가 봐주기 식으로 빼준 이사는 무슨 이유에서 빠졌는지 의아할 뿐이다.

이 이사는 결국 자기 손으로 고대영 당시 사장의 해임 결정의 의사봉을 두드렸다. 필자가 해임되고 나자마자 언론노조는 미운 놈 손봐주기 차원에서 네 명의 야권이사(이인호, 강규형 차기환, 이원일)만 콕 집어서 검찰에 고발했다. 두 명의 이사는 무슨 연유에서 이 손봐주기에서 빠졌는지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그중 한 사람은 여기저기서 김상근 현 이사장을 찬양하는 것으로 드러나 사람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김 이사장의 어떤 면모가 그리도 훌륭한지? 권력의 KBS장악에 앞장선 친북좌파인사이며 진미위라는 숙청기구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 뭐 그리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편집자 주)

 

[KBS공영노조 성명서] 강규형 뺀 야당이사 소송 취하, 무슨 꼼수인가

언론노조 KBS본부가 강규형 전 KBS이사의 강제 해임과정에서 이른바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과 관련해, 현 야당 측 이사들을 고발했다가 최근 강규형 전 이사만을 제외하고 모두 소 취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당시 강규형 이사 등 야당 측 이사 6명 가운데 4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 KBS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강 전이사를 제외하고 야당 측 이사 3명의 고발이 모두 취하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법인카드 사용 건인데 왜 강규형 전 이사만 소 취하에서 제외됐을까.

강규형 전 이사는 언론노조 성재호 전 위원장 등 핵심 노조원들을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를 해놓은 상태다. 고소 이유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언론노조원들이 강 이사를 막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특수상해죄로 언론노조 KBS본부 측 피고소인들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특수 상해는 폭행과는 달리 죄가 인정되면, 벌금형 없이 바로 재판으로 넘겨지는, 처벌이 무거운 죄다. 집행유예 등의 실형이 선고되면 당사자들은 사규에 따라 해직된다. 

강 전 이사는 제 3자를 통해, 쌍방(강 전 이사와 언론노조원들)이 소송취하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이사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자 강 전 이사만 제외하고 야당 측 이사에 대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 강 이사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 이유는 특수상해죄가 처벌이 무거운데다, 피고소인 일부가 이런 상황에서 해외특파원으로 가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 이사가 고소를 취하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특파원 발령 등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인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언론노조의 행태는 ‘치졸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결정에 분노를 금치 못하는 바이다. 

당당하게 조사를 받고 죄가 있다면 벌을 받아라. 이런 저런 꼼수를 부려 법망을 피해 가려고 하지 말라. 또한 이참에 야당 이사들에게도 경고한다. 

도대체 강규형 전 이사를 제외하고, 자신들만 소송 취하 제안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 언론노조에게 어떤 합의를 해 줬기에 소송을 취하해준 것인가. 그 내용을 밝혀라. 

야당 이사들은 동료이사가 강제해임 되어도 자신들만 살면 그만이라는 말인가. 이인호 전 이사장이 사퇴할 때 동반사퇴를 거부했다면, 양승동체제가 잘못되어가는 것을 막거나 최소한 견제해야 하지 않는가.

양승동 체제가 노조 중심의 경영에다, 편파 왜곡 보도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도 야당 이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여당 이사일 때도 제대로 역할을 못하더니, 야당 이사가 되고 나서도 아예 수적 열세를 핑계 삼아 사측의 전횡을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만 보겠다는 것인가. 

야당 추천 이사답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라. 야당이사인지 여당이사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공영방송 KBS 바로 세우기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행동하기 바란다.

지금 KBS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반드시 역사가 심판을 내릴 날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2018년 5월 21일  KBS 공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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