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하늘 높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수많은 새들이 보는 자연의 모습은 어떨까? 고대부터 지금까지 호기심을 자아내는 궁금증일 것이다.

▲ 양성원, ‘Artificial Landscape-10'. 55 × 95cm, 2018.(사진=왕진오 기자)

비행기나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본 지구나 동네의 모습은 과학적인 목적으로 지형을 그대로 담아내며 우리의 시각이 미처 담지 못한 이미지를 포착해서 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가 양성원(동서대학교 교수)이 하늘 높이 나는 새가 포착한 이미지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드론(drone, 조종사 없이 무선으로 비행 및 조정이 가능한 무인 비행기)을 활용해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을 꾸민 작품을 들고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11월 3일부터 서울 성북구 아트스페이스 H에서 진행하는 '인공 풍경(Artificial Landscape)'전을 통해 2년 여간 부산, 영남지역 곳곳의 모습을 촬영해서 얻은 이미지에 디자인적 감각으로 접목해 디지털 회화로 변화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양성원 작가는 "과거의 예술은 자아의 발견을 위한 도구나, 추구하는 이상을 표현하는 시각적 목적이 우선인데 반해, 21세기의 창작은 즐거움과 놀이가 결합된 형태라 본다"며 "드론을 날리기 위해 여행을 하고 새로운 지역을 탐방하며 학습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과서적인 이상이 아닌 즐거움을 얻으며,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궁극의 목표를 완성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 양성원, ‘Artificial Landscape-9'. 95 × 55cm, 2018.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마치 구글어스(구글이 제공하는 위성사진 프로그램으로 세계의 여러 지역을 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위성영상지도 서비스)를 통해 얻은 이미지처럼 하천이나 바닷가 그리고 아파트 주차장의 모습이 픽셀화되어 표현됐다.

하지만, 양 작가는 드론이 담아낸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붓을 들고 완성했던 자신만의 색채실험과 디자인적 표현을 컴퓨터를 활용해 조화를 시켜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한, 붓으로 화면을 완성하는 방법대신 물감을 찍는 점묘법을 구사해 사실적 형태를 파괴하면서 간단한 구성으로 자신만의 색상을 완성시키려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한국의 여러 지형들은 외국의 넓은 대지와 다른 모습이 있다. 산이 나타나면 바로 옆에 도로와 만나고, 해변과 강줄기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사람이 사는 도시와 부딪치기고 하면서 그 자체가 이미 완성된 레이어가 쌓인 회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 양성원, ‘Artificial Landscape-5. 55 × 95cm, 2018.

그가 완성하고 싶은 풍경을 선정하고 나면 적절한 장소를 섭외하고 촬영한 이미지에 손으로 직접 점묘법으로 물감을 입히고, 여기에 성경 문구와 같은 인간이 추구해야할 본질적 텍스트를 올려놓아 시각적 요소를 단순화시키고 가감하는 방법을 완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양 작가는 "풍경화를 그리는 작가들의 풍경은 보고 그리는데 집중하는 것 같다. 시점에 정해져 있는 한계를 하늘 위를 나는 새의 시점으로 바라본다면, 눈에 들어오는 자연의 모습은 더욱 방대하고 스펙터클해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항공 드론 외에 수중 드론을 활용해 물고기의 시점으로 바라본 물속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화가라면 사람의 일반 시각과 다른 시각으로 대상을 접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평소의 소신이 반영된 이야기다.

▲ 양성원, ‘Artificial Landscape-14. 55 × 95cm, 2018.

또한,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자연을 접하는 데 훨씬 가까워 질 수 있다는 의식이 드론을 작품에 활용한 아티스트로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탐험가의 의지도 담겨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양성원 작가가 추구하는 시점의 방향은 단순히 하늘을 날고 있는 새의 시각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변하는 것처럼 대상도 넓어지고 깊어진다면, 상대방과의 의사소통도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마치 누구나 새가 되어 하늘을 날면서 내려다본 우리 삶속의 공간을 또 다른 방식으로 담아내려는 의도다. 전시는 11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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