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 풍경이나 일상적 사물들을 온화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미묘한 빛으로 포착한 작업을 선보이는 이창남 작가의 개인전이 11월 15일부터 대구 리안갤러리에서 막을 올린다.

▲ 이창남, 'Studio shelves'. Oil on canvas, 91 x 116.8 cm, 2017~8.(사진=리안갤러리)

'On the Wall - Drawing & Paintings'란 타이틀의 개인전에는 한국 구상화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의 근작을 볼 수 있다.

금호동 옥탑 작업실에서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는 "신의 존재가 종교인들에게 당연한 것이듯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작업실 위치에 대해 설명했다.

대학시절부터 추상화가 예술계의 주류로 인식되는 경향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구상화에 대한 탐구를 고수하고 잇는 작가에게 회화란 여전히 대상이 없는 상상계, 영적, 관념적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감각으로 식별이 가능한 구체적 사물과 시공간을 담아낼 수 있는 매체여야 했다.

특히 사회, 문화적 이슈보다는 매일 직접적, 즉각적으로 마주하는 눈앞의 사물이나 상황들을 시각적으로 포착한 작가의 주제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작업실 안에 있는 찻잔, 유리컵, 과일 등의 정물 소품과 탁자, 벽시계, 창문과 커튼 등 특별할 것 없는 모습들이다.

▲ 이창남, 'Curtain'. Pencil on paper, 65.7 x 98 cm, 2018.(사진=리안갤러리)

하지만, 이창남 작가는 사물의 형태보다는 고유한 색채와 빛에 주목했다. 그의 눈에 보이는 형태가 입체가 아닌 다양한 뉘앙스의 빛과 색채에서 이미 평면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설정한다.

전시 타이틀인 'On the Wall'은 작가의 세상에 대한 관조와 예술적 접근 방식을 단적으로 암시한 설정이다. 벽 자체는 입체적인 건축 구조물이지만 그것을 입체가 아닌 평면으로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회화의 평면성을 오롯이 인정한 상태에서 빛과 색채 표현에만 집중했다.

작가의 작품에 놓인 오브제들은 카메라로 촬영해 복사하듯 그려낸 극사실주의 회화와 달리 대상을 바라본 후 그 순간의 햇빛 강도와 뉘앙스, 그 빛의 작용이 반영된 색감의 미묘한 변화가 드러난다.

이창남 작가는 "사진은 이미 셔터를 누르는 순간 과거가 되어 버리고 조작된 상태일 뿐이며 실제 눈으로 본 것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고"설명한다.

▲ 이창남, 'Shaver on the Wall'. Oil on canvas, 53 x 53 cm, 2017~8.(사진=리안갤러리)

그래서일까 이창남의 작업은 사진적 묘사가 아닌 영상에 가까운 회화이다. 언뜻 보기에 3차원의 사실적 형태 묘사에 치중한 듯 보이지만 애초에 벽과 같은 평면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그의 작품에서 사물들은 3차원 공간 안에 존재하는 개별적 객체라기보다는 작가의 시각 틀 안에 존재하는 색채와 빛의 연계성으로 이루어진 관계들의 합이다. 전시는 12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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