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노랗게 물든 단풍 나뭇잎이 떨어지는 늦가을의 모습을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 놓은 모습에 관람객들은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 '갤러리현대에 설치된 이불 프로젝트 U 를 설명하고 있는 이슬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자연의 색채와 인공의 물감으로 꾸며진 갤러리는 마치 산책을 위해 마련된 정원에 온 듯 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은행 나뭇잎조차도 작가 이슬기(46)가 진행한 '은행잎 프로젝트 B'의 결과물이다.

단색조의 추상화와 알록달록한 예쁜 그림이 주로 걸렸던 전시장에 은행잎, 나무 체, 누빔 이불, 바구니가 놓여 있어 마치 공예트렌드 페어에서 볼 것 같은 작품들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작품들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11월 15일부터 막을 올리는 이슬기의 '다마스스(DAMASESE)'展의 설치 모습들이다.

이슬기 작가가 선보이는 작업들의 근간은 서로 다른 장르의 협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바구니 프로젝트 W'는 멕시코 오악사카 지역 주민들이 만든 바구니를, '나무 체 프로젝트 O'는 프랑스 중부 지역 공예가와 '이불 프로젝트 U'는 통영 장인과 함께 완성한 작업들이다.

▲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 1층에 설치된 은행잎 프로젝트 B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이들 작업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 있는 목표는 장르와 사물들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합치면서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가교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통영 누비이불 장인들과의 협업으로 진행한 '이불 프로젝트 U'는 속담 내용을 도형적인 모습으로 치환해 쉽게 알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새로운 이미지로 표현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 '싹이 노랗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등은 속담에 담긴 사물과 현상을 오로지 간결한 선과 단색의 기본적인 형태로 전환시켜 속담이 가진 은유적인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 이슬기 작가의 '이불 프로젝트 U'설치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속담의 이미지는 '누빔'이라는 한국 전통 수공예 장인들에 의해 이불 위에 장식으로 새겨져 우리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전달된다.

이슬기 작가는 "이불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이어주는 하나의 연결고리라 생각했다"며 "잠을 자는 공간과 이상 세계를 상상하며 여행할 수 있는 기구 같은 성격으로 단순히 덮고 자는 것이 아니라 결을 이어 붙여 하나의 새로운 문양을 만들어 놓으니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1층 전시장에 매달린 설치 작업 '나무 체 프로젝트 O'는 프랑스의 나무 체 장인이 30년 된 너도밤나무로 제작한 지름 88센티미터의 원형 틀로 관람객이 작품을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며 '여, 우, 아, 이, 요'등의 한글의 모음을 연상시키게끔 격자 틀을 끼워 넣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 '갤러리 현대 본관에 설치된 이슬기 작가의 나무 체 프로젝트 O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이번 전시는 우리 눈앞에 놓인 현실과 신화, 설화 혹은 속담 등에 숨어 삶의 이면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세계를 사물로 연결 짓는 매개체 역할이 되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을 현실로 되살려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전시는 12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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