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조선의 제26대 왕이자, 대한제국 제1대 황제 고종의 얼굴이 생생하게 포착된 초상 사진이 태평양을 건너 한국을 찾았다.

▲ 김규진, '대한황제 초상'. 1905년 추정, 채색 사진, 33x22.9cm, 뉴어크미술관 소장.(사진=국립현대미술관)

임금의 어진은 북송의 유학자 정이(1033~1107)의 말처럼 ‘터럭 한 오라기가 달라도 다른 사람(一毫不似 便是他人)’이라는 원칙에 따라 그렸다는 전신사조(傳神寫照)에 근거해 제작된 초상화에 버금가는 카메라로 용안을 담아낸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근대미술사의 기점인 대한제국 궁중미술을 조명하기 위해 김규진, 변관식, 안중식, 채용신, 등 대한제국 시기 대표작가 36명의 회화, 사진, 자수, 도자, 금속 공예 등 200여점을 한 자리에 모은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전을 11월 15일부터 덕수궁에서 개최한다.

전시장에는 왕에서 황제가 된 고종의 지위에 맞추어 황제와 황후에게만 허용되는 황색의 용포와 의장물이 어진과 기록화에 등장하는 변화를 볼 수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 설치된 채용신의 '고종어진'.(사진=왕진오 기자)

검은 익선관을 쓴 황룡포 차림의 '고종 어진'과 대한제국의 군복을 입고 불법을 수호하고 있는 호법신이 그려진 '신중도',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곽분양행락도'와 2007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수복을 위해 내한했던 '해학반도도'(호놀룰루미술관소장)가 10년 만에 다시 일반에 공개된다.

전시를 준비한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고종의 의향을 반영한 궁중미술을 통해 1897년 대한제국으로 명칭이 변경된 조선의 미술을 조명하고 기록과 재현의 새로운 방법으로 등장한 사진까지도 살펴봤다"며 "근대미술의 사각 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제국의 궁중미술을 전체적으로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궁중미술 작품과 함께 근대화를 적극 수용했던 고종을 비롯한 대한제국의 주요 인사들이 애용했던 사진 작품들도 상당수 등장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 설치된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 1902년 추정, 비단에 채색과 금박, 12폭병풍, 227.7x714cm, 호놀룰루미술관 소장.(사진=왕진오 기자)

1880년대 초 황철에 의해 최초로 서울 종로에 사진관이 설립된 이래 어진이나 기록화 같은 궁중회화 상당 부분을 사진이 대체한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는 육군 대장복 차림의 '순종 황제',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김규진의 첫 고종사진 '대한황제 초상사진'이 대표적이다.

1905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김규진의 '대한황제 초상'은 뉴어크미술관(Newark Museum)소장품으로 대한제국 황제의 공식초상 사진이다. 미국의 철도 및 선박 재벌이었던 에드워드 해리먼이 1905년 10월 초 대한제국을 방문했다가 고종 황제로부터 하사 받으면서 해리먼 사후 1934년 뉴어크박물관에 기증됐다.

당시 궁내부 대신 비서관이었던 김규진이 미국 순방단에게 전달할 황제의 공식사진을 제작한 것으로 판단되며, 지운영 이후 한국인이 촬영한 첫 고종사진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 19세기 말-20세기 초, 비단에 채색, 10폭병풍, 139.6x366cm,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 소장.(사진=왕진오 기자)

고종, 순종시기의 각종 공예품의 전반적인 양상과 변화를 조명한 '공예, 산업과 예술의 길로' 섹션에는 1908년 설립된 한성미술품제작소가 처음으로 공예를 미술품 혹은 미술공예품으로 지칭했으며, 도안의 개념을 수용해 완상용 공예품을 만드는 등 시대적 변화를 선도한 것으로 조명한다.

이외에 고종, 순종시기에는 도화서가 해체됨과 동시에 다양한 외부의 화가들이 궁중회화의 제작에 참여하게 됐고, 오히려 ‘외주(外注)’ 화가로서, 전문가적으로 혹은 예술가적으로 대우를 받는 상황이 됐다. 자연스럽게 과거와 같은 익명의 그림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분명히 남긴 궁중의 회화들이 제작됐다.

▲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전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근대 화단에 풍속화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채용신의 '벌목도', '최익현 유배도', 근대기 사군자화의 대표작가 해강 김규진의 '묵죽도'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는 2019년 2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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