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표방하는 사모펀드(PEF)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경영참여를 선언한 가운데 최근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에게 지배구조가 취약한 주요기업들이 먹잇감으로 지목돼 후폭풍을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가 만든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5일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9.0%(532만2666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 참여라고 밝혔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로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LK파트너스 출신이자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로 알려진 강성부 대표가 독립해 운용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도 불린다.

PEF 공격, 부실 지배구조 약점 노츨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현재까지 별 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속내는 복잡해진 상황이다.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28.9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 국민연금이 8.35%, 크레딧스위스그룹 5.03%, 한국투자신탁운용 3.81% 등으로 지분을 갖고 있다.

한진칼은 그룹의 지주사로 대한항공 29.96%, ㈜한진 22.19%, 진에어 60.0%, 칼호텔네트워크 100%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그레이스홀딩스가 기관투자자나 소액투자자들을 규합해 표 대결에 나설 경우 한진그룹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교체를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면 한진칼 뿐만 아니라 한진그룹 전체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16일 “이사회 멤버 7인 중 석태수 대표이사 조현덕, 김종준 사외이사 3인과 윤종호 상근감사의 임기가 2019년 3월 17일 만료되는 만큼 이사진 교체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또 “주총 표 대결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 지는 우호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냐에 달렸는데 한진그룹이 국민적 공분을 산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들이 그레이스홀딩스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레이스홀딩스가 이사회를 장악하면 적자 사업부 정리를 위한 호텔 및 부동산 매각, 계열사 경영 참여 등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그레이스홀딩스는 대표소송권, 이사의 위법행위 청구권, 주주제안권, 주주총회 소집청구권 등의 권리를 갖게되며 이를 활용해 한진칼의 주요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주주총회를 소집해 조양호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일 수도 있다”며 “한진칼의 의결권 50%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의결권은 조 회장 측은 21.0%, 그레이스홀딩스의 경우 41%다. 한진칼에서 의결권 대결이 이뤄질 경우 국민연금, 크레딧스위스그룹 등을 설득하는 것이 양측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집중투표제 추진에 경영권 방어 위축

더욱이 시간이 흐를수록 펀드에게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한진그룹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가 포함될 예정이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즉 이사 3명을 선임한다면 주당 3개의 의결권이 부여돼 주주는 특정 이사에 집중적으로 투표해 찬성이나 반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대주주 입장에서는 이사회를 장악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펀드입장에서는 자신이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가 더욱 쉬어지는 구조가 된다.

이에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 및 그룹의 경우 행동주의 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한 하이투자증권 연구권은 “운용규제 체계 폐지 등 사모펀드 개편 방안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 등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 도입 등으로 국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되면서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가 확산될 것”이라며 이 같은 움직임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친화 정책이 가시화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국내 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의 개선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의 경영참여 학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대와 달리 경영 안정 위협 논란 여전

다만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은 기업의 경영 안정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투기적 경영권 공격이 남긴 것은 막대한 부의 유출일 뿐 실제 주주나 기업의 실익은 전혀 없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부터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해왔지만 엘리엇의 반대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또 엘레엇은 현재 현대차가 보유한 자본 8조~10조 원,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자본의 4조~6조 원을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들과 대립하고 있는 기업들이 어떤 해법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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