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기관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기록적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2년 만에 최장 기간, 최대 규모의 매도세다. 지난 10월 급락장 이후 이어지는 약세장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33포인트(1.35%) 내린 638.06로 장을 마감했다. 기관 투자자는 이날도 코스닥 시장에서만 103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매도세를 이어갔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팔자’를 외치며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18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이번 순매도 행진은 2016년 12월 28일부터 2017년 1월 31일까지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록 이후 2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하지만 순매도 금액으로는 이번이 최대 규모로, 기관 투자자들은 이날까지 1조2236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 투자자 중에서도 증권사 등 금융투자사가 6566억 원으로 매도를 이끌었다. 여기에는 코스닥 150 상장지수펀드(ETF) 등 ETF 매도 물량도 포함돼 있다. 뒤를 이어 연기금(2283억 원)과 사모펀드(1532억 원), 자산운용사(740억 원), 국가·지방자치단체(715억 원) 순이었다.

순매도의 배경으로는 위험자산 투자 심리 악화와 삼바 사태로 인한 제약·바이오주의 불확실성, 중소형주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밑돌면서 투자 매력이 하락하는 등 코스닥 시장 자체의 매력이 반감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연기금이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의 비중을 줄이면서 수급을 받쳐줄 매수 주체가 없다는 지적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기관 투자자들은 이 기간 동안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1172억 원 규모로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이와 함께 에코프로(594억 원), 펄어비스(535억 원), 신라젠(499억 원), 포스코켐텍(445억 원), 인트론바이오(423억 원) 등 제약·바이오주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일각에서는 결산기를 앞두고 ‘윈도 드레싱’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윈도 드레싱이란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주식평가액을 높이기 위해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회계결산기가 다가오면 실적에 기준한 가치평가를 하게 되는데 코스닥 기업은 대부분 실적보다 성장성이 주가 동력 요인이기 때문에 올해 실적 전망이 많이 어긋난 기업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은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연말 대주주 양도차익 소득세를 피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양도세 요건 강화로 종목별 15억 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들은 양도차익에 대해 22∼27.5%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이로 인해 12월까지 양도세 회피를 위해 매도가 늘어나 코스닥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스닥 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까지 나와 정책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취임사와 올해 신년사에서 부동산에 몰리는 민간자금을 벤처투자로 유인해 투자 중심의 시장을 조성하고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해 혁신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정부도 지난 1월 새해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해 혁신성장 추진을 뒷받침하겠다”며 “혁신기업의 성장 자본을 원활히 공급해 건전하고 신뢰받는 투자시장이 되도록 자본시장 혁신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맞춰 올해 최소 100개 기업을 코스닥에 신규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지난 8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올해 신규 상장 기업 수가 105개에 이를 것이라 공언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정부는 이를 위해 코스닥 시장 진입 장벽을 전면 철폐하고 올해 상반기 코스닥벤처펀드를 출범시키며 공모주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했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고 지난 10월 급락 이후 약세장에 머물면서 공모시장뿐만 아니라 투자 심리까지 얼어붙어 예비 승인을 받은 기업들의 상장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약세 여파로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며 “하반기 들어서는 투자 심리의 위축으로 공모 철회를 하는 기업들도 많아졌고 현재까지 집계되는 올해 공모금액 총액은 지난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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