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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칼럼] 영화 '출국'과 통영의 딸 리얼스토리오길남 박사의 비극적인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영화
  • 강규형 명지대 교수
  • 승인 2018.11.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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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길남 박사의 비극적인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영화
"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강규형 (명지대 교수·강규형 전 KBS 10기 이사) @이코노미톡뉴스] 영화 “출국”을 관람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영관이 극히 제한돼 있고 특히 CGV는 거의 상영을 하지 않았다. “역시 CGV!”라는 조소를 들어 마땅하다. 그리고 상영시간도 아침이나 한밤중 새벽 등에 몰려있는 등 아예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그러나 극히 제한된 상영관과 상영 횟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잔잔한 파문 일으키고 있다.

▲ 윤이상이 전달한 요덕에서의 오길남 박사 가족(부인 신숙자, 딸 혜원, 규원) 사진. <사진@필자 제공>

길남 박사 문제를 제일 처음 재거론(‘예술가의 위대한 업적과 정치적 업보’ 조선일보 2010년 4.22.)했던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여러 매체에서 문제 제기(‘두 公人의 허위-노태우와 윤이상’ 동아일보 2011년 9.2.; “윤이상 음악제에 세금지원 안 된다‘ 동아일보 2011년 11.8,; ”윤이상 이응로의 반인륜 범죄, 더 이상 덮지 말라’ 뉴데일리 2011년 6.29 등)를 했었기에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내가 이 문제를 제기한 이유 중 하나는 피해자들은 지옥과 같은 생활을 하는 데 반해, 가해자인 작곡가 윤이상은 남북한 모두에서 추앙받으며 윤 씨 가족들은 남북한과 독일, 미국을 자유로이 오가며 풍요한 생활을 한다는 도치된 현실이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윤이상에 대한 잘못된 ‘우상화’ 작업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영화를 제대로 규정하고 얘기를 시작해야겠다. “출국”은 논픽션 영화, 즉 실화영화가 아니라 철저한 픽션 영화에 오길남 가족 스토리를 살짝 입힌 것이라고 생각하고 봐야 한다. 영화 자체가 가족들을 구하려 노력하는 멜로가 가미된 첩보물이었기에 허구의 상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영화를 실화영화로 생각하고 가신 분들은 큰 실망감을 표현했다. 원래 오길남 스토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이 영화와 실제 스토리와 같은 것은 두 딸의 이름 혜원, 규원이라는 것과 영화에서 이범수가 주연을 맡은 주인공 이름이 오박사(극 중 이름은 오영남)라는 것 정도이다. 그러나 감독/작가는 이 픽션 드라마에 원래 리얼 스토리를 사이사이에 집어넣으려 꽤 노력했다. 원래 오길남 스토리를 잘 아는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그 노력의 흔적을 잘 읽을 수 있었다.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영화에서는 오박사가 유학생들을 포섭해서 북한으로 데려가려고 가족과 코펜하겐으로 같이 나오는 것으로 설정됐는데, 이것부터가 픽션이다. 실제로 오박사는 북한 공작원들과 독일에 들어가기 위해 코펜하겐 공항에 입국하다가 1986년 11월 탈출을 감행하고 성공했다. 또한 영화에선 주인공인 오박사를 많이 미화했지만, 원래 오길남씨는 그런 영웅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나약하기 짝이 없고 판단력에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 필자가 2010년 오길남 케이스를 재거론하자 오길남 박사에게서 나를 보자는 연락이 와서 장시간 얘기를 나눴었다. 그는 죄책감과 괴로움을 술로 달래는 생활을 해왔기에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다. 그의 여러 판단과 행동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그에게 깊은 인간적인 동정을 느끼기도 했다.

▲ 이범수, 연우진, 박혁권, 박주미 등의 배우가 출연한 영화 '출국' 스틸컷.

이 영화에 실망한 관객들은 특히 오씨 가족이 수감됐던 요덕 수용소가 언급되지 않고, 라스트 신에 큰 딸이 아리따운 모습의 외국인 관광객 안내원으로 멀쩡히 나오는 장면에서 분노했다. 마음 같아서는 실제 이 가족이 겪었던 비극적인 스토리를 더 사실적으로 부각했으면 좋으련만, 사정상 스토리를 매우 소프트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이 있다고 이 영화에 관계했던 분들은 말한다. 이 영화가 픽션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약간의 사실을 버무린 픽션 영화로 감상한다면 볼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주인공 역의 이범수는 이 어려운 배역을 열연을 하고 있고, 원로배우 전무송은 오박사를 꼬셔서 북한으로 가게 만든 윤이상과 송두율 교수를 합쳐놓은 캐릭터인 강문환 박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특히 윤이상과 송두율의 음험함과 위선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영화에서 강박사는 노동당 정치국 비밀 후보위원일 때는 “김영호”라는 이름을 가진 북한 서열 40위 정도인 인물로 나오는데, 실제로 송두율은 고 황장엽 비서의 증언에 따르면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북한 서열 20위권의 인물이었다고 한다. 북한 첩보 책임자 역을 맡은 이종혁의 탄탄한 연기도 볼만하다. 오박사 부인 역의 박주미는 미인으로 유명한 배우라 내심 걱정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수수한 보통 여자의 모습으로 비극을 감수하는 아내와 엄마 역을 무난하게 소화해 냈다.

특히 북한으로 데려갈 인물인 화학자 이문호 박사가 북한으로 갈 것을 결심하는 장면은 명장면이었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이문호의 북한행을 설득하는 오박사는 마치 과거에 강문환에게 자기가 설득당하는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현실과 과거가 혼동돼서, 오박사가 오박사 자신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처럼 처리된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문호 박사가 북한행을 결심하자 속으로 “나도 너같이 생각하고 북한에 갔다가 인생을 망치게 됐어! 등신아!”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였다.

그럼 당시 오길남 씨가 실제로 북한에 데려가려 했던 인물은 누구였을까? 오씨는 여러 번 그 인물이 상지대 법대 박병섭 교수라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박 박사를 북한으로 데려오는 계획은 오씨의 탈출로 무산됐고, 박씨는 한국에 돌아와 비교적 조용히 살았지만 좌파권에서 늘 활동했고, 강만길 씨가 상지대 총장일 때 부총장을 맡기도 했었다. 박교수는 자신이 북한행 대상자였다는 것을 완강히 부정해 왔다. (‘[단독]오길남씨 “入北포섭 포기했던 유학생은 모대학 교수’ 동아일보 2011년 9.30. 참고)

지금 상황에서 이만큼이나마 “출국”이라는 영화가 완성돼 나온 것이 다행이다. 그러면 진짜 오길남 가족 스토리는 어땠는가. 영화보다 훨씬 더 비극적이고 리얼하다. 오씨는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1985년 서독 브레멘 대학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유학 중 파독 간호사로 서독에 온 신숙자 씨를 만나 결혼하고 서독에서 두 딸을 낳았다. 재독 시 반한 단체인 민건회에 가입해서 활동하다 작곡가 윤이상과 송두율 교수가 권유하고, 독일에서 활약한 북한의 고정간첩인 김종한이 주선해서 박사학위 취득 후인 1985년 12월에 가족들과 입북했다. 북한에 갈 때도 부인인 신숙자 씨의 반대가 컸다고 한다. 김일성대학 교수직을 준다는 윤이상의 말을 믿고 북한에 갔지만, 그에게 기다린 것은 대남 공작원이라는 직책이었다. 그는 약속과 달리 북한에 가서 대남방송 등에 이용됐고, 북한체제의 실상을 알고 나선 탈출을 결심했다.

그는 탈출 후 서독에 머무르면서 가족을 되찾으려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5년 후에 대한민국 당국에 자수하고 서울로 들어왔다. 특히 입북을 권한 윤이상을 만나 그의 가족을 송환시켜 줄 것을 수차에 걸쳐 간절히 요청했다. 그러나 윤씨와 부인 이수자는 신씨 모녀 사진과 서신, 음성이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북한에서 가져와 오씨에게 두 차례 전하며 재입북을 강요했다. 윤이상은 오씨의 북한 복귀를 강요하며 안 돌아갈 경우 "은혜를 베풀어준 주석을 배반"했기에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 "가족은 죽는 줄 아시오"라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했다 한다. 오씨의 가족은 악명 높은 요덕수용소로 끌려갔고, 요덕 내에서 신숙자 씨는 서독에서 왔기에 “서독 댁”으로 불렸던 사실도 알려졌다.

2011년에는 오 박사 가족 생환운동이 벌어지고 전시회가 성황리에 개최되면서 오씨 스토리는 언론의 큰 관심을 받게 됐다. 오씨의 책이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도서출판 세이지)이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되기도 했다. 영화 “출국”은 이 책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런데 이 전시회들에서 공개된 흑백 가족사진 한 장이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바로 윤이상이 준 요덕에서의 신숙자씨 모녀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이 주는 반향은 대단했다. 더군다나 부인 신숙자씨가 윤이상과 같은 통영출신 임이 밝혀지면서 그녀에게는 “통영의 딸”이라는 칭호가 붙여졌다. 신 씨와 두 딸의 구출 청원이 이어지자, 결국 북한에 있는 오씨 가족들은 유엔으로부터 난민 인정이 됐다. 북한 당국은 2012년 4월 27일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명의로 유엔(UN)에 신 씨가 간염으로 이미 사망했음을 서한으로 통보했다. 이 운동이 확산되는 데 많은 분들이 수고했지만 김미영 세이지코리아 대표(현 전환기정의연구원 원장)와 통영의 방수열, 소신향 목사 부부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윤이상은 1963년 평양으로 비밀리에 불법 입북하는 등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1967년 동백림 사건 이후 북한을 자주 오가며 한 김일성과 주체사상 찬양을 열렬히 했다. 김일성을 "우리 역사상 최대의 영도자인 주석님"이라고 쓴 편지는 특히 유명하다. 윤 씨 부부는 김일성을 만난 순간 “분단된 조국의 운명을 짊어지고 꿋꿋이 걸어 나가는 김 주석의 모습에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고 했고, “마치 옛 고향집으로 돌아간 것 같은 따듯함을 느끼는”(이수자 ‘나의 남편 윤이상’ 하편 107쪽) 북한에서 “우리 역사상 최대의 영도자”인 “흠모하는 수령님의 영생불멸”(윤이상·이수자 부부의 편지와 방명록 글)이나 기원하고 조용히 살았으면 한다고 고백했었다. 윤 씨는 오길남 박사 이외에도 프랑스 파리에서 한인회장을 하던 허홍식 씨 등의 입북을 지속적으로 유도했고 관철시켰다. 그런데도 아직도 윤이상을 숭상하는 한국사회의 위선성은 놀랍기만 하다.

▲ 강규형 명지대 교수(전 KBS이사)

작년 7월 5일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동행했다가,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의 묘지에 헌화했고, 꽃다발 리본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 조국과 통영의 마음을 이곳에 남깁니다”라고 적혀졌다. 또한 통영에서 가져온 동백나무 한 그루가 심어졌고, 나무 앞 석판에는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란 금색 글자가 새겨졌다.

현실과 허구가 뒤죽박죽된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 혼돈은 언제쯤 바로 잡혀질 것인가. 더 자세한 오길남 스토리는 11월 26일 간행된 격주간지 “미래한국” 586호에 게재됐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마래한국을 통해 독자들이 읽을 수 있다.

* 본 칼럼은 펜앤드마이크 2018.11. 25 일 자 필자의 칼럼을 수정증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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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명지대 교수  econotalki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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