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분식회계 결론으로 거래 정지를 당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심의대상 여부가 이번 주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심의대상이 된다면 상장폐지에 대한 논의가 정식으로 진행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번 주 내에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간 삼성바이오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심의대상으로 올릴지를 결정한다.

거래소가 삼성바이오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심의대상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면 삼성바이오는 상장유지 결론을 받아 바로 다음 거래일부터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면 이 사건은 기심위로 넘어간다.

기심위는 변호사나 교수 등 외부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의사결정기구다. 이들은 20거래일간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여부를 한층 더 면밀하게 심사한다.

기심위에서 상장 적격 판단이 내려진다면 위와 같이 상장유지로 결론 받아 거래가 재개된다. 하지만 상장 부격적이라는 판단이 나온다면 7거래일 내로 개선 기간 부여 혹은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거래소는 규정상 15거래일 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필요한 경우 15일을 추가로 더 연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거래소가 심사 기간(내달 5일)을 꽉 채우지 않고 일찍 결론을 내는 데에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의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라’는 언급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거래소가 실질심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고 거래소에 시장 불확실성이 오래 가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를 상장폐지 심사대상으로 올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조만간 나올 거래소의 결론에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순히 1차 단계로 끝내기에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기심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 계속성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인 재무상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경영 투명성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상장폐지 가능성은 제한적일 거라고 입을 모은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삼성바이오가 4조5000억 원의 분식회계 금액을 반영해 재무제표를 수정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기자본이 2017년 말로는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다”라며 “상장유지 조건에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강양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업심사위원회는 심의대상 기업의 영업지속성, 재무건전성, 기업지배구조와 내부통제제도의 중대한 훼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기업심사위원회에서 결정이 날 때까지 최소 42영업일에서 최대 57영업일 동안 매매 거래가 정지되며 개선 기간이 부여될 경우 최대 1년까지 거래 정지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5조 원대 사상 최대 규모 분식회계 때도 상장폐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심사의 관건은 거래 정지 기간이 핵심이다”라고 덧붙였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거래소가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공익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다”며 “2009년 2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 후 16개 회사가 심사대상이 되었으나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따라 상장폐지된 사례는 전무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김용범 증선위원장의 말도 제한적인 상장폐지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지난 20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분식회계 결정에 대해 불복해 행정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소장 작성과 법무 검토 작업을 거쳐 이번 주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뒤집기 논란

금융위와 삼성바이오가 더욱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정치권 등으로부터 금융위가 해당 가치평가 보고서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가 부풀려진 사실을 금융위가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묵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23일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기업 내부용 가치평가에 대해서는 당국의 직접적 감독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은 평균주가에 의해 할증·할인 없이 합병된 경우로 외부평가를 받거나 평가의견서를 공개할 의무가 없었다”면서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합병 무효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인 만큼 합병을 무효로 볼 만한 위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016년 12월 금감원은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를 통해 회사 가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질의에 ‘혐의 없음’이라고 회신했지만 지난 5월 1일 ‘고의적 분식’으로 판정한 중징계 조치안을 회사 측에 통보하면서 180도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한 회계처리는 삼정·삼일·안진 대형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판단을 받은 사안”이라며 “또 2016년 상장 시 증선위가 한국공인회계사에 위탁해 감리한 결과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의 입장이 1차 감리와 재감리 과정에서 바뀌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는 “금감원은 1차 감리에서 2012∼2014년 에피스를 연결로 처리한 것은 특별한 지적을 하지 않았으며 2015년 말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지분법 변경은 안 되고 연결을 유지해야 했었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재감리 시에는 2012년 설립부터 현재까지 모두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입장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압박을 받아 입장을 선회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역풍을 맞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삼바, 해외 상장 러브콜

한편 삼성바이오가 지난 26일 글로벌 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 제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장폐지보다는 거래 재개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전 상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홍콩거래소와 미국 나스닥으로 미국 나스닥은 삼성바이오가 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 전 상장을 준비했던 곳이다.

삼성바이오는 홍콩거래소와 미국 나스닥 모두 상장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전 상장이 제3의 카드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거래소는 2016년 상장 요건까지 완화하며 삼성바이오를 코스피에 상장시켰다.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꿨다는 게 삼성바이오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전 상장 얘기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금융위의 결론에 따라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여 이전 상장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가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려면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는 자진 상장폐지를 해야 한다. 이때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상장된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또 그룹 전체가 아닌 일부 기업의 해외 상장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그룹 전체가 아닌 삼성바이오만 자진 상폐를 하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삼성바이오의 이전 상장은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쌓아주는 것”이라며 “기존 주주들을 위해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는 있지만 삼성바이오의 코스피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전 상장 실현 가능성도 적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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