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국사 화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KT로서는 ‘그나마’ 다행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KT화재 사건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KT아현국사 통신구에 화재가 발생하던 긴박한 순간에 현장에는 소화기 1대를 제외하고는 전기화재를 대비한 어떤 방재도구도 없었다.

이는 아현국사가 화재 발생 시 작동될 수 있는 스프링클러(sprinkler, 천장에 설비한 자동 소화(消火) 설비)등의 방재 시설에 대한 의무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재시설에 대한 의무가 없으니, 그 화재 및 재난에 대해 관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책임을 물을 대상도 없는 셈이다.

지난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KT아현지사와 동일한 D등급은 전국 915개 국사 가운데 835곳”이라며 “이렇게 D등급을 받은 국사는 정부의 점검대상에서도 제외된다”고 밝힌바 있다.

유 장관은 이어 “D등급은 구(군)지역 가운데 피해가 크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이에 대한 모든 것(방재 등의 책임)을 통신사 자체적으로 하게끔 맡겨뒀다”고 설명했다.

이는 A,B,C 등급의 국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해서 점검을 받게 되고, D등급 국사는 자체적으로 점검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는 말인데 관계부처의 관리를 받지 않는 D등급 국사에 대한 점검을 KT가 꾸준히 행해왔다고 보기 힘들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을 통해 확인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요통신시설 지정기준’을 들여다보면 KT아현국사의 경우, D등급이 아닌 C등급에 상응하는 통신설비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유 장관은 국회에서 “이번 경우(KT아현국사 화재)에는 KT가 최근 국사 효율화를 통해 D등급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집중 시켰다”라고 실토했다.

D등급은 ‘재난 발생 시 피해범위가 시/군/구 규모인 주요시설국’에 해당하지만, C등급은 ‘재난 발생 시 피해범위가 특별자치시(세종시) 및 3개 이상의 시/군/구 규모인 주요시설집중국’에 해당한다.

들여다보면 KT아현국사 화재로 피해를 입은 지역은 용산구, 중구,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일부와 경기도 고양시 일대까지 그 규모는 C등급 규모(3개 이상의 구)에 해당하지만, 관계부처의 간섭을 피할 수 있는 D등급을 유지하면서도 그 이상의 통신설비를 추가적으로 더해온 것이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KT가 내년에 등급을 상향하려고 했다는 보도도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달라 보인다.

변재일 의원에 따르면, 1년에 1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매년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중요통신시설지정기준’에 따라 업체에 변동사항 제출 요청을 하고 KT등 업체들은 변경 등급을 신고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그 이듬해부터 등급 변경을 원하는 국사의 등급 상향 신청은 당해 7월 마지막 날까지 하도록 되어있으나 아현국사의 내년도 등급변경에 대한 부분은 지난 7월30일까지 신고된 바가 없다.

변 의원은 아현국사 사태는 해당 국사가 C등급 이상의 일을 하면서도 의도적으로 D등급 상태를 유지해, 관리를 회피해 발생한 것으로 ‘KT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종합해보면, KT는 아현국사 효율화 작업을 통해 인근 국사의 망을 핵심코어들이 모여 있는 아현동에 추가로 덧붙이고도 주무부처의 관리를 피하기 위해 등급을 C가 아닌 D등급으로 유지해오다가, 이번 통신구 화재 발생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해당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또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들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기존 A,B,C등급의 단순 관리 외에 등급의 변경이 필요한 국사나 허위로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국사가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만약 이를 파악하고 있었다면 아현국사는 분명 지적을 받았어야 맞다. 

결국 D등급 유지로 관리를 피하고 있었던 책임은 당연히 KT에게 물어야 하지만, 이로 인한 화재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은 KT 뿐 아니라 과기정통부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통신 서비스 이용 고객들에 대한 보상안은 KT가 마련해서 내놓고 있지만 일부 소상공인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아직 협의 중으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서서 합당한 보상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KT의 입장에서는 서대문구나 마포구, 용산구 등은 오래된 상가 밀집 건물들이 많아 주말 장사에 대한 상인들의 보상요구가 커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해 지역의 규모를 볼 때 만일 이 화재가 주말이 아닌 평일에 발생해 정부 부처 및 각 기관이나 언론사, 기업들이 몰려있는 주업무지역인 종로나 중구 등에서 대대적인 통신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가정해본다면, 지난 주말 KT 아현국사 화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KT로서는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 KT아현국사 통신구 화재 현장에 투입된 복구 인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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