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알 수 없는 글자와 숫자 그리고 의미 없이 낙서처럼 휘갈겨 써 내린 화면을 처음 접한 관객들은 어리둥절하게 된다. 더욱이 걸레같이 찢어진 검은 천이 빨래처럼 전시장 천장에 걸려있어 더욱 혼란을 가중시킨다.

▲ '국제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 오스카 무리조가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 했다'.(사진=왕진오 기자)

이 작업들은 콜롬비아 태생으로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오스카 무리조(Oscar Murillo,32)가 국제갤러리를 통해 한국에서 처음 갖는 개인전 'Catalyst'의 설치 모습이다.

국제갤러리가 11월 29일부터 2019년 1월 6일까지 '캔디가 아트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하며 글로벌 미술계에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작가 오스카 무리조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그의 작업은 '화해'를 기반으로 강렬한 에너지를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낙서하듯 붓으로 휘갈겨 쓴 텍스트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 보다는 그때그때 작가의 무의식의 흐름을 담아내려 한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오스카 무리조는 "내적 에너지를 어떻게 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직면하고 작품을 만드는 행위의 형식적 고민을 내적 에너지의 장과 주파를 구현해내는 가장 급진적이면서 포괄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K3에 전시된 'catalyst'시리즈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담아낸 듯 한 드로잉과 비슷한 요소들이 커다란 캔버스에 역동적인 에너지로 완성된 작품이다.

▲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 K2에 설치된 오스카 무리조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사진=왕진오 기자)

신체의 에너지를 캔버스 위에 축적시킨 결과물인 작업은 작품의 완성보다는 그리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 액션 페인팅과 비슷한 형태를 취한다.

무리조의 페인팅은 작업 과정의 단순한 파생물이 아니라 전시 공간 너머, 자유롭고 변화무쌍한 그의 작업을 생성,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드러난다.

전시장 천장에 걸려있는 검은색 천 작업은 공간에 주목한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무리노는 "질서가 아닌 타자성, 수평성이 내가 탐구하는 작품 세계의 주제이다"라며 "세계를 갈라놓은 수평선은 정치적이지 않는 공간으로 문화적 독창성에 귀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다"라고 설명했다.

캔버스 천위에 검은 물감을 여러 겹 채워낸 후 조각내고 이를 친척, 지인 등 주변 이들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구성과 패턴으로 바느질해 엮어낸다.

▲ 오스카 무리조, 'AAAAI'. Oil, oil stick and graphite on canvas, linen and velvet, 165 × 170cm, 2018.(사진=왕진오 기자)

이후 스튜디오 바닥에 놓은 채 새로운 층을 덧입히거나 재구성되기도 하고, 각종 전시장에 설치되어 먼지, 흙, 얼룩 등 시간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빚어내는 유동적인 요소들에 열린 작업으로 지속됐다.

또한, 여러 나라를 이동하는 작가가 비행기 혹은 호텔에서 보내는 이동 시간의 흔적을 기록한 'flight'시리즈로 함께 전시된다.

복잡다단한 생각이 연쇄적으로 두뇌로부터 자동 다운로드 되어 손으로 흘러나가듯 볼펜으로 그려낸 무의식의 드로잉 작업들은 현실세계를 보다 수평적이고 추상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 '국제갤러리에서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오스카 무리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오스카 무리조는 제3의 시각으로 현상의 어두운 이면을 포착하고 수평적 유대감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와 화해의 촉매로 기능하는 예술의 어떠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가의 함축적인 작업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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