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현실 속 눈에 보이는 숲의 모습이 아닌 기억 속에 아른 거렸던 숲의 모습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구현하는 작가 신경철(40)이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 신경철, 'T-HERE-27#3'. Acrylic,Pencil on linen, 60.6 x90.9cm, 2018.(사진=리안갤러리)

'에반에센스(Evanescence)'란 타이틀의 전시는 작가 신경철이 처음으로 서울에서 펼치는 개인 전람회이다. 전시에는 구상도 아니고 추상도 아닌 경계에서 포착한 흐릿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미지를 붓질의 강함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함께한다.

신 작가는 "모네의 작품을 좋아했습니다. 그의 후기 회화의 본질적 작업에 동조해 이미지 속에 담겨있는 인공정원을 제 작업으로 표현해 봤다"며 "이미지가 빛을 통해 반사되어 시야에서 여러 방식으로 보이는 것을 캔버스에 담아보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업은 어렴풋한 숲의 전경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모노톤으로 칠해진 흐릿하고 아른거리는 이미지는 현실의 숲을 묘사한 것이 아닌 우리의 의식 속에 관념화된 숲의 이미지를 드러낸 것이다.

어린 시절 형광색 펜으로 종이에 낙서를 하듯 즐겁게 놀았던 기억을 회화적 요소에 개입시켜 풍경화를 그리기 보다는 풍경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작가.

▲ 신경철, 'T-HERE-125'. Acrylic,Pencil on linen, 97 x 193.9cm, 2018.(사진=리안갤러리)

신 작가는 현실 공간 보다는 기억을 끄집어내어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기억의 흔적을 떠올리는 행위를 반복한다.

캔버스에 여러 번의 석회칠과 건조 과정을 거친 후 사포로 문질러 매끄러운 표면을 확보한 후 흰색 또는 은회색의 단색조 물감으로 그만의 중립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후 기억 속 이미지를 재조합하고 컴퓨터 작업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거치는 과정을 수행하는 작업 방식은 작가 신경철이 회화의 방법론으로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는 여정이다.

붓질의 느낌이 배제된 중립적 공간은 마치 안개 속에 바라본 흐릿한 기억의 공간이지만, 힘찬 붓질로 지나간 자리는 흔적을 더듬어 현실로 소환되는 처절한 기록의 공간으로 부활한다.

▲ 신경철, 'T-HERE-417'. Acrylic,Pencil on linen, 181.8 x 290.9cm, 2018.(사진=리안갤러리)

그의 작품에서 은회색이나 형광성 색채를 자주 사용하며 반사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익숙한 풍경을 비현실적으로 변환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우리가 실제 숲을 감상할 때 일렁이는 햇빛 반사광의 인상을 관념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현실의 숲에서 경험한 감각적 실제가 정신적 관념의 거울을 통해 반사되어 회화라는 새로운 자신의 정신적 내부를 투사하는 감각화된 빛의 자취로 등장한다. 전시는 12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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