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소득주도 성장 폐기” vs 與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
-홍 후보자 "시장 기대에 비해 속도가 빨랐다고 지적된 정책은 의지를 갖고 보완”

▲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홍 후보자의 자질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인 가운데 홍 후보자는 소통을 강화해 보완하겠다면서 정부 내에서 두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홍 후보자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야당 지적에 대해 방향을 유지하면서 수정 보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홍 후보자는 “시장수용성과 지불 여력, 경제 파급영향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하겠다. 당장 2019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도 적극 모색하겠다”며 “시장 기대에 비해 속도가 빨랐다고 지적된 정책은 의지를 갖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수출 등이 견조한 흐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고용·분배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민생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장 잠재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2019년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고 진단했다.

홍 후보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우리 경제주체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소비자심리지수(CCSI)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같은 경제심리지표의 하락에 큰 염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은 전 국민이 잘못됐다고 하지 않나”라며 “고용참사·투자·소득 다 문제 생기는데 왜 잘했다고 하는 것인가”라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폐기를 요구했다.

이에 홍 후보자는 “경제가 이렇게 된 것은 그동안 누적됐던 구조적, 경기적 요인이 함께 있다”면서 “과거 누적돼왔던 구조요인, 경제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지체됐다”고 답했다.

그는 또 “소득주도성장은 이제까지 시행해왔으나 올해 소득·경기지표가 부진하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정부가 1년 반 해온 효과는 2019년 하반기부터 가시적 지표가 반영되지 않을 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의) 내용상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시장의 기대와 달랐던 부분은 수정 보완하겠다”며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심사숙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만 소신 있게 경제정책을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며 ‘예스맨’, ‘청와대 바지사장’이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소신 없이 청와대에 끌려 다니는 것 아니냐”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김동연 부총리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니 말을 잘 듣는 ‘예스맨’인 홍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우리 경제가 왜 잘못됐는지 소신을 갖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부총리 교체로 우리 경제의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해봤는데 홍 후보자의 발언을 보니 결국 소득주도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번 인사에서는 홍 후보자를 ‘원톱’이라고 얘기하지만 시중에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히든 원톱’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지적했다.

같은 당 이종구 의원도 “시중에는 홍 후보자가 ‘청와대 바지사장’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 제도를 그대로 하겠다는데 김동연 전 부총리와 다른게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홍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 등을 보면 1기 경제팀의 정책 추진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며 “시장에서 경제정책이 달라지지 않으면 왜 부총리를 교체하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저도 공직생활을 33년 하면서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소통을 강화해 제가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야당의 지적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과 양극화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고 포용국가로 나아가는데 있어 정책 기획력과 조정 능력이 중요한데 홍 후보자가 그래서 임명된 것 같다”며 옹호했다.

심 의원은 또 “기획과 예산, 조정 등 다방면 요직을 두루 거친 홍 후보자에게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경제를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달라는 기대감이 많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홍 후보자는 공적개발원조사업을 설계하고 청와대에서 국정기획 전반을 조율하는 등 행정경험의 폭이 넓고 경제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 기획력과 조정 능력이 있다”면서 “지난 보수 정부 7년간 추락한 성장 잠재력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청문회는 정책 질의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홍 후보자의 탈세, 병역면제, 캐비닛 문건 등 도덕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오피스텔 월세를 45만 원 받았다고 했지만 국세청에 신고된 것은 월세 15만 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며 “소득을 축소 신고한 것 아니냐”고 세금축소 신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전세자금 일부만 월세로 해달라고 했기에 그렇게 신고됐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같은 당 엄용수 의원은 “지난해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서 일부는 홍 후보자가 재임시절 ‘내가 작성한 문건이 맞다’고 했다”면서 “캐비닛 문건의 사실을 인정해 당시 같이 일한 동료에게 피해를 준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했다.

앞서 홍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재직해 ‘캐비닛 문건’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홍 후보자는 “발견된 문건을 보지는 못했지만 문건 중에 제가 작성한 것이 포함돼 있어서 그렇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만성간염으로 병역이 면제됐는데 만성간염은 치료가 만만치 않다. 공무원 근무도 어렵다”며 “왜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나서 병역면제를 받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후보자는 “‘비활동성’ 만성간염이면 (공무원 근무도) 가능하다”면서 “당시 간 치료약이 없었고 법정 전염병이어서 군에서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