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MP그룹의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현재 심사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폐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지만 MP그룹의 상폐 결론 이후 삼성바이오가 개선 기간 부여로 최종 결정이 난다면 MP그룹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코스닥시장본부 기심위는 MP그룹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정우현 전 회장이 150억 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되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지 1년 만이다. 거래소는 15영업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MP그룹에 대해 상장폐지 여부, 개선 기간 부여 여부 등을 최종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코스닥시장위가 이번 기심위 결정을 받아들이면 MP그룹은 2009년 8월 메모리앤테스팅 인수를 통해 코스닥에 우회 상장된 뒤 9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다.

MP그룹은 코스닥시장위에서 상장사 지위를 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낸 올해 반기보고서에 ‘의견거절’을 밝힌 점이 상폐 결정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거래소가 MP그룹의 항변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삼바, 상폐 심사 결과 주목

MP그룹이 상장폐지 결과를 받으며 향후 삼성바이오에 대한 결론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아직 분식회계로 인한 상장폐지는 없었지만 삼성바이오가 바뀐 회계기준을 유리한 쪽으로 판단해 회계 처리를 했다는 증권선물위원회 판단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제48조에 의거한 상장폐지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에피스를 설립할 때 합작한 미국 바이오젠의 ‘동의권’과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 등을 언급하며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규정했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종속회사는 자산 가치를 장부가액으로 계산하고 관계회사는 시장가액으로 계산한다. 이 과정에서 장부가액 2900억 원이던 에피스의 실적이 시장가액 4조8000억 원으로 뛰어오르며 삼성바이오는 4조5000억 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했고 1조9049억 원의 순이익을 얻게 된다.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 처리가 분식이라면 당시 삼성바이오는 약 2조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게 아닌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2016년 상장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올해 회계감사에서 수정된 재무제표를 제시하면 상장폐지의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콜옵션’은 행사하기 전까지 불확실한 권리이기 때문에 설립 초기부터 관계회사로 규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2016년 상장 당시 코스피 상장 규정에는 영업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상장일 기준 시가총액 6000억 원, 자기자본 2000억 원 이상이면 상장할 수 있었다”며 상장 규정을 맞추기 위해 고의로 영업실적을 부풀릴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삼성바이오는 영업의 지속성을 포함해 재무적으로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상장폐지 가능성이 낮다는 여론이 높다. 또 시가총액이 22조 원이 넘는 유가증권시장 상위 종목으로 증시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고 소액주주도 8만 명에 달해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상폐 여부는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도 “2009년 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한 후 회계처리 위반으로 상장폐지를 거친 사례는 없다”며 “거래소가 기업 계속성이나 투자자 보호 등을 감안해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양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심위는 심의대상 기업의 영업지속성, 재무건전성, 기업지배구조와 내부통제제도의 중대한 훼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5조 원대 사상 최대 규모 분식회계 때도 상장폐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심사의 관건은 거래 정지 기간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심위, 대기업 특혜 논란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심위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내는 것이냐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코스닥시장위에서 MP그룹에 대해 상장폐지로 최종 결론을 낸다면 정리매매를 시작으로 주주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은 휴짓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삼성바이오는 거래량이 상당하고 엮여 있는 투자자도 많다는 걸 근거로 들어 개선 기간 부여 정도로 이번 사태가 정리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 대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삼성바이오는 2016년 11월 코스피 상장을 위한 감리 진행에서 ‘중요한 관점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받았으며 금융위는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서까지 삼성바이오를 코스피에 상장시켰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국내 우량기업의 국내 상장 유도를 위해 거래소가 상장 규정을 변경한 것”이라며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려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금융당국은 지난 5월 1일 ‘고의적 분식’으로 판정한 중징계 조치안을 삼성바이오 측에 통보하면서 180도 입장을 바꿨다.

한 금융소비자 시민단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상장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해 이런 문제를 사전에 걸러냈어야 한다”면서 “의혹 제기가 있었음에도 규정대로 처리했다는 명목하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한편 오는 19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와 증선위를 상대로 낸 제재처분 효력 중단 가처분 심문기일을 연다. 이번 가처분은 삼성바이오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재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일단 이 처분을 정지시켜 달라는 것이다.

법원이 삼성바이오의 청구를 인용하면 삼성바이오는 본안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증선위의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또 제재처분 취소소송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2∼3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증선위의 조치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당분간 주식 거래 정지,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 검찰 고발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오는 19일 서울행정법원의 결론에 따라 금융당국과 삼성바이오의 법정 공방이 어떤 국면을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