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국민주’로 탈바꿈한 삼성전자의 주식을 샀던 개미 투자자들이 쭉쭉 떨어지는 주가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실시한 액면분할로 주주 수는 늘었으나 주가는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액면분할과 자사주 소각이 주주를 분산하고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신의 한 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주는 지난 5월 삼성전자가 실시한 주식 액면분할로 크게 늘었다. 액면분할 전인 지난 3월 말 24만 명에서 9월 말 기준 67만 명으로 반년 만에 2.8배 증가했다. 2016년 9월 말 기준 7만 명과 비교해 보면 약 10배 가까운 투자자가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액면분할이란 기존 발행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비율로 분할해 발행주식의 총 개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기업 가치는 변동이 없어 이론적으로는 어떠한 자본이득도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주당 가격을 낮춰 유통 주식이 늘어나면 주가 상승의 기대감으로 주식 거래가 촉진돼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의 분산으로 경영권 방어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끊임없는 주가 하락

하지만 지난 10일 삼성전자 주당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750원(1.83%) 내린 4만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장중 4만 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4일 액면분할 후 5만3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나 이날 5만1900원으로 떨어진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6개월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4만 원 선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1월 21일 장중 270만7000원(액면분할 환산주가 5만414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35% 이상 하락했다.

자사주 소각도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사주 소각이란 회사가 자사의 주식을 매입해 소각하는 것으로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1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대주주는 지분 비율이 늘어나 주주가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 주주환원정책 발표 이후 3년 동안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함께 2017년까지 배당에 12조 원을 투입했다. 지난 4일에는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보통주 8억9900만 주와 우선주 1억6100만 주의 소각을 마무리했다. 시가 기준 20조 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 악화와 미·중 무역 전쟁 우려를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꼽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업황, 실적 둔화 우려를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사 재고 축소가 본격화되고 있고 반도체 출하량 역성장이 지속돼 업황 안정이 나타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모든 섹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ICT 분야에서의 G2 갈등은 반도체 및 IT와 같이 베타가 큰 산업의 실적과 투자 심리, 그리고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개미 밟고 이득 챙겨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발표하면서 계열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야 하는 상황을 고의로 알리지 않았다며 비난을 사고 있다.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는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10% 이상 갖지 못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의 보유지분을 10% 미만으로 줄이기 위해 지난 5월 30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감행했다.

문제는 매각 시기다. 당시 5만 원 선을 지키고 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블록딜 추진 소식에 4만9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삼성생명·화재는 지난 5월 31일 공시를 통해 같은 달 29일 종가인 5만1300원을 기준으로 2700만 주를 매각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6월 7일을 마지막으로 4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사전에 알리지 않아 개미 투자자를 제물로 계열사 수익 챙기기에 급급했던 셈이 됐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를 연출했다. 덕분에 총수 일가는 지배력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취하는 모양새가 됐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는 3년여에 걸친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보유 주식 수의 변화 없이 전체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015년 3분기 17.59%에서 올해 19.76%로 2%포인트 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지분율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15년 3.38%에서 지난 9월 30일 기준 3.88%로 올랐으며 이 부회장의 지분율도 0.57%에서 0.65%로 상승했다. 최근 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향후 이들의 지분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경영권을 견제하고자 했던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 효력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 이 재원으로 투자를 하면 사회적으로 더 활용도가 높을 텐데 아쉬운 결정이었다”며 “자사주를 소각해 대주주 지분율만 높이는 효과를 봤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지는 있을 수 있겠으나 삼성가는 현재 여러가지 면에서 감시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섣불리 지분율을 늘리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재벌의 오명을 벗고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한 기업이 아닌 사회공헌, 사회 환원에 주력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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