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호]

[자구 노력 성공 사례③]

죽을 각오로 자구

제값보다 매각 우선

성신양회, 유동성위기 벗어 흑자

회사채 신속인수 성공 졸업

시멘트 제조업체인 성신양회가 경영 호전에 힘입어 최근 회사채 신속 인수대상에서 당당히 졸업했다.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의 회사채 차환 발행을 돕기 위해 올해 첫 도입된 회사채 인수대상에서 졸업한 것은 성신양회가 첫 케이스다. 성신양회는 이에 따라 9월부터 올 연말까지 돌아오는 9백43억원의 회사채를 자체 능력으로 상환하거나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시멘트 제조업체 ‘빅3’가운데 하나인 성신양회가 경영난에 봉착한 것은 IMF 직후인 지난 97년 말부터다.

노태우(盧泰愚)대통령 정부의 주택 2백만호 건설계획과 이에 맞물린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 건설로 인해 시멘트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공급 물량이 크게 달렸다.

시멘트 부족이 심화되자 정부는 중국과 일본 등에서 수입하는 한편 성신양회 등 시멘트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생산을 늘리도록 독려했다.

이에 따라 성신양회는 지난 96년 총 3천5백원을 투입, 단양공장 증설에 들어가 98년 공사를 마쳤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공사비 3천5백억원 가운데 대부분(3천억원 정도)을 차입에 의존한 것이 화근이었다. IMF 관리체제가 시작되면서 경기침체가 가속화돼 시멘트 수요는 계속 감소, 공장 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진 가운데서 연 20%를 넘는 고율의 금리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 회사 경영을 압박했다.

여기 저기서 상환압력이 들어와 회사가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까지 이르렀다.

눈물 머금고 돈 되는 것 모두 팔아

회사내 분위기는 ‘이러다가 부도까지 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나돌았다. 한편에서는 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워크아웃 신청서까지 작성했다.

이처럼 회사경영이 벼랑끝까지 몰리자 성신양회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서는 회생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지난 98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1차 구조조정은 조직 및 인원 축소였다. 총 22개 부서이던 조직을 10개 부서로 55%가량 슬림화 했고, 1천5백94명이던 인원을 40% 줄여 9백70명만 남겼다. 물론 계열사 정리도 뒤따랐다. 그 결과 7개사가 시멘트 제조업종 1개사로 줄었다.

이어 99년부터는 부동산 매각작업이 시작됐다.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서울 강남 대치동에 건립한 연건평 5천여평 규모의 20층 빌딩을 ‘눈물을 머금고’ 팔았다. 총 5백억 원을 투자한 건물을 겨우 3백5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입주 한번 해보지 못하고 팔아야 하는 쓰라림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돈이 된다 싶으면 어떤 부동산이든 팔았다. 성북역에 있는 부지(2만평)는 물론 심지어 시멘트 제조업체에 꼭 필요한 레미콘 공장까지도 모두 매각했다. 알짜 부동산이라도 반값 정도에 팔았고, 자산가치가 미흡한 부동산은 그야말로 ‘헐값’ 정도에 팔았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소한 숨을 쉴 수 있도록 몸통만 남기고 팔다리는 모두 잘라버렸다.

회사측은 이 같은 과감한 부동산 매각으로 생긴 손실이 2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년반 만에 영업흑자 전환

성신양회는 기구축소나 인원정리, 그리고 계열사 정리 및 부동산 매각과는 별도로 원가절감에도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상여금을 반납했다. 또 학자금 등 각종 복지혜택도 포기했다. 그런데도 종업원들은 묵묵히 회사의 자구노력에 따라주었다. 회사사정이 나아지면 모두 보상해 주겠다는 회사측의 눈물겨운 설득이 먹혀들어 갔다. 그래서 그런지 40%나 되는 종업원을 내보낼 때까지 노사분규 한 건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침몰하던 회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때 1조4백95억원까지 치솟던 부채도 지난 8월말 현재 6천8백3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8백%를 넘던 부채비율이 현재 2백45% 정도로 줄어, 내년 말이면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2백%를 훨씬 밑도는 1백50%까지 내려갈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경영실적도 3년 반만에 흑자로 돌아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I억원에 달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IMF 직후 11%에서 현재는 24%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성신양회가 이처럼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배려도 컸다.

정부는 올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상환으로 일부 회사들이 단기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고 이들 회사들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 산업은행이 일괄 인수하는 ‘신속 인수제’를 처음 도입했다.

금리가 17%로 높고 상환조건도 1년 짜리로 다소 불리하지만 다급한 유동성 부족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생명줄’과 같은 것이었다.

오로지 한 우물만 판다

산업은행을 주 채권은행으로 하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개별 회사와 맺은 특별 약정에 의거, 자구이행의 정도를 평가해 인수졸업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성신양회가 구조조정을 모범적으로 수행, 단기 유동성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이번에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에서 맨 먼저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성신양회가 경영위기에서 벗어나자 주식시장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올해초 1천원대까지 떨어졌던 성신양회 주가는 회사가 회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계속 오름세를 보여 9월초 현재 3천6백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의 주가 흐름으로 봐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또 회사 신용등급도 상향조정됐다. 기업평가전문기관인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성신양회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종전의 BB-에서 BB로, 기업어음은 B에서 B+로 각각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등급 상향조정 배경을 ‘최신 설비의 본격적 가동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했고,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한 영업외 수지 개선에 따라 상반기에 흑자를 시현하는 등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MF가 가져다 준 교훈

성신양회는 IMF를 겪으면서 정말로 값진 교훈을 배웠다. 차입경영과 문어발식 기업확장은 결국 회사를 파멸로 이끌어간다는 생각이다. 욕심을 줄이고 오로지 경쟁력 있는 업종에만 매달리는 등 내실경영을 펼칠 때 회사는 발전할 수 있다는 평범한 교훈을 임직원 모두가 몸소 체득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시멘트 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성장속도가 느리고 수요도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라고 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건축자재로 시멘트는 줄이고 대신 목재는 늘리고 있는 것 등은 시멘트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멘트산업의 전망은 밝다는 것이 성신양회의 판단이다. 비록 시멘트 수요가 줄어 공장 가동률이 70%에 불과하지만 아직은 시멘트를 완전히 대체할만한 물질이 없고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1백년동안은 시멘트를 대체할 물질이 개발되기 어려울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도 주택경기 부양과 SOC 투자 확대 등 건설경기 활성화 노력에 진력한다면 성신양회는 더욱 알찬 회사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한 남북경협이 활성화돼 SOC투자가 미흡한 북한에서 시멘트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 시멘트 산업이 호황을 맞을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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