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손 댄 것 자체는 문제 vs 고미술계 관행으로 무관"

[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그림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 낙관은 지워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의도를 갖고 찍은 낙관이 아니라면, 소장자가 지워도 무방하다."

▲ '왼쪽 낙관이 찍혀있던 '다람쥐·수하인물도', 오른쪽 경매에 나온 낙관이 지워진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최근 미술품 경매시장에 핫한 아이템으로 등장하고 있는 고미술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다름 아닌 작가의 서명을 의미하는 낙관(落款)이 있고 없음에 대한 문제다.

낙관은 '낙성관지(落成款識)'의 준말로 중국의 옛 동기(銅器) 등의 각명(刻銘) 중에서 음각자(陰刻字)를 '관(款)', 양각자(陽刻字)를 '지(識)'라고 하는데,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씨나 그림을 완성한 뒤 작품에 자신의 아호나 이름, 그린 장소와 날짜 등을 적어 놓고 도장을 찍는 일 또는 그 도장이나 도장이 찍힌 것을 가리킨다. 자필의 증거, 작품을 완성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지난 12월 17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인사동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진행된 마이아트옥션 제30회 경매에 출품된 작품에서 비롯된다.

작자 미상의 '다람쥐·수하인물도'로 추정가 8백만~2천만 원에 경매에 붙여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경매사인 마이아트옥션이 사전에 배포한 경매작품 도록에는 낙관이 찍혀있었다. 하지만 경매출품작 사전 공개 전시와 경매에는 낙관이 사라진 채 등장한 것이다.

마이아트옥션 관계자는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 낙관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후, 소장자가 표구를 하면서 낙관을 지워서 출품한 것이다. 또한, 경매 당일 이 문제를 경매 참가자들에게 고지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미술계에서는 후낙관이 찍힌 경우 또한 서명한 작자가 불명확한 경우는 지우는 것이 관행이다"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이나 전시장에서 감상하는 이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돈을 지불하고 거래가 되는 상황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낙관 즉 작가의 서명이 있고 없음에 따라 작품의 진위와 가격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미술품 거래에 있어 중요한 판단 잣대 중에 하나인 것이 분명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 '다람쥐·수하인물도'가 출품된 마이아트옥션 홈페이지 갈무리.

고미술 회화를 전공한 전문가는 A씨는 "작품에 없었던 낙관을 찍은 이유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후세대에 지울 수도 있다. 특히 그림의 격을 떨어뜨리는 경우라면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작품에 손댄 것 자체는 문제다. 낙관을 표구를 하는 과정에서 지운다 해도 작품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미술품을 다루는 화랑 복수 관계자는 "진위 여부와 서명이 된 시기를 모를지라도, 있는 그대로 구매자에게 공개하해야 하는 것이다. 작자 미상인 고미술품의 경우 낙관이 중요한 판단이 되고, 작품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경우는 출품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관이 지워진 작품을 경매를 통해 출품한 위탁자나 그 작품을 경매에 붙여 판매를 한 경매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소지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위작 논란까지 불러올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양화와 달리 고미술품은 해당 작품에 대한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도 한 몫 하는 것이다.

최근 미술품 경매시장에 대량으로 거래되고 있는 고미술품에 대한 애호가들의 높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관행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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