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호]

그 뒤’의 現代소식

MK가 時運(시운)탔다

鄭夢九(정몽구) 자동차그룹, 재벌 4위 부상

금강산, 하이닉스에 夢憲(몽헌)계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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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 그룹 鄭夢九 회장>

‘그 뒤’의 현대엔 하이닉스가…

왕 회장으로 추앙되던 정주영(鄭周永)회장의 별세이후 현대그룹 형편이 말이 아니다.

언론을 통해 듣기로는 그룹의 운세가 현저히 기울었다. 왕 회장 생시에 적통자로 지목된 정몽헌(鄭夢憲)회장 계열에 성한 구석이 없어 보인다.

빅딜이라는 이름으로 무리하게 LG반도체를 인수한 것이나 수익성도 없는 금강산 관광사업과 대북경협 사업에 빠져든 것이 불운이었던 모양이다.

왕 회장 타계이후 세미나와 경영계 토론회에서는 정주영 경영에 대한 회고가 잇따르고 있다. 세상을 뜨고 없으니 고인의 집념과 열정을 평가해도 ‘재벌찬양’이란 오해를 받지 않으리라는 계산 때문일까.

세상인심이란 그럴 수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하면 왕 회장의 타계 ‘그 뒤’ 현대그룹의 처지가 딱해 보이고 처량하게 비치기 때문이 아닐까.

솔직히 ‘그 뒤’의 현대에는 도무지 승산이 없는 금강산 관광사업과 풀리지 않는 하이닉스 반도체와 팔리지 않는 서산농장 문제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가 그토록 열성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현대증권 등 금융 3사의 해외매각도 계속 말썽이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보도된 후에도 AIG 컨소시움측에서 신주 발행가에 이의를 제기하고 노조가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있으니 언제쯤 해결될는지 알 수가 없다.

경제활성화 대책을 논의하면 항상 불확실성 제거가 먼저 이야기되고 불확실성의 표본으로 하이닉스를 비롯한 현대문제가 제기된다.

이렇게 보면 왕 회장 타개이후 현대의 시운이 기울지 않았느냐고 의심하게 된다. 아울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살아 남을 수 있겠느냐고들 걱정한다.

현대문제는 이미 고인이 법통을 이어준 정몽헌 회장의 사업문제가 아니라 우리경제의 신뢰도 회복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鄭夢九(정몽구)의 자동차그룹에 時運(시운)닿다

세상만사에 순리가 있고 시운이 있는 법이다.

세칭 ‘왕자의 난’ 때 동생에게 줄곧 밀리는 형국이던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현대자동차 그룹이 한창 뜨고 있다.

‘MK’로 약칭되는 정몽구 회장의 자동차그룹은 그사이 16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국내 재계에서 유일하게 반짝이는 재벌이다.

삼성, LG, SK, 다음자리가 MK그룹이고 정몽헌의 현대는 그 다음 지위를 어렵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MK의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매출 33조원에 순익 1조6천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상반기 영업실적에 비춰보면 올 목표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적 명문기업인 삼성전자를 능가하리라는 계산이다.

반도체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삼성전자는 초비상경영인 반면 MK의 자동차사업은 미국경기의 침체에도 미국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형세이다.

한때 미국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던 일본의 도요다와 혼다를 제치고 현대차가 극찬을 받아가며 중산층 고객에서 점차 부유층으로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몽구 회장의 자동차경영은 IMF체제하의 기아자동차 인수로부터 저력이 발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불능격으로 꼽히던 기아자동차를 인수하여 금방 흑자로 전환시켜 현대차와 함께 세계 5위의 자동차 전문그룹이 되겠노라고 선언한 것이 MK이다.

여론은 승자 편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MK그룹이 뜨자 법통싸움에서 밀린 정몽구 회장에게 시운이 몰려왔다고 생각한다.

정몽구 회장을 두고 ‘사람이 좋다’는 평판도 나오고 ‘왕 회장의 핏줄을 제대로 상속받았다’ 고 예찬하는 이도 있다.

그의 사업적 안목이나 수완이 왕 회장을 빼 닮았다는 말은 측근에서 나왔고 ‘리더쉽이 특출 나다’는 말은 사외이사들에게서 나왔다.

결국 승자에게는 시운이 따르고 평판도 따른다는 평범한 상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실패인가, 時運탓인가

정몽헌 회장의 대북 사업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안되는 사업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을 지켜보고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행태를 보고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평양으로 갔던 8.15 통일축전팀의 엉터리 행동이나 북한당국의 정치적 행태로도 짐작할 수 있다.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했지만 아까운 돈만 날렸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운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새 사장 취임이후 달라지고 있으니 현대정신으로 부활할 것으로 개대된다.

그렇지만 하이닉스 반도체의 운명을 가늠하기 어렵다. 증시에서는 어렵게 관측하는 이가 많은 편이다.

정부가 측면에서 엄호하고 채권단이 앞장서서 6조원이 넘는 출자전환과 채권 만기연장에 동의해도 어렵다고들 내다본다. 연말까지는 신규자금 1조5천억원이 모자란다고 하는데 채권단은 이왕 빌려준 돈은 떼일셈 치고 출자전환하더라도 생돈을 추가로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기관에서는 하이닉스의 올 매출액은 잘돼야 4조3천억원 수준으로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치리라고 예측한다. 이에 따라 당기손실을 3조8천억원으로 내다보니 하이닉스의 앞날을 누가 장담하겠는가.

하이닉스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만 시장이 저토록 좋지 않으니 별 수가 나오지 않는다.

정부도 고심이 많은 입장이다.

하이닉스지원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미국 측의 비난에다 WTO 규정위반을 이유로 통상마찰 요인이 되고 있으니 이래저래 수가 막힌 꼴이다.

현대증권, 현대투신증권과 투신운용 등 금융3사는 대주주의 지분을 소각하는 조건으로 2조원을 투입키로 했지만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까지 동원하여 9천억원을 출자하는 조건으로 AIG와 협상했지만 AIG는 현대증권 신주 발행가가 높다는 이유로 양해각서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니 더 이상 수가 없다.

정주영 회장이 없어진 현대그룹이 이렇게 빨리 기운 것이 경영실패로만 볼 것인지 시운 탓인지 알 수 없다.

상반기 매출 17조, 순익 9천5백

현대자동차는 상반기중 수출 44만대를 포함하여 8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매출액 11조원 가운데 절반이 수출이었으니 내수와 함께 균형을 잘 이뤘다고 믿어진다.

올해 경기 침체 속에 현대자동차는 내수도 다소 늘렸지만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18.6%나 신장했다. 역시 수출에서 성장세를 잡은 셈이다.

MK그룹 계열로 편입된 기아자동차도 상반기 매출 5조9천억원에 순익 3천4백억원을 올렸으니 훌륭한 실적이다. 그리고 기아차도 수출액이 2조9천억원으로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를 합친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17조에 순익 9천5백억원으로 가장 눈부신 성과를 자랑하게 되었다.

이어 올해 2백80만대를 판매하여 매출액 33조와 순익 1조6천억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달성도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현대와 기아차가 내수와 수출에서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IMF체제이후 시장의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자동차업계가 5사체제에서 3사체제로 개편되었지만 대우자동차가 노사분규와 해외매각 실패에 시달리고 있을 때 MK의 자동차가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시장에서의 현대차 뉴스가 속보로 전해오고 있고 일본시장마저 본격적으로 개척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대는 지난 2월 일본에 판매회사를 설립하고 정몽구 회장이 세일즈에 나서 현대 브랜드 지명도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현대자동차가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정몽구 회장 체제하에 모그룹을 능가하는 새로운 그룹으로 발전한 것이다.

오너경영의 성공사례 되다

정몽구 회장의 자동차그룹은 현대와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16개사가 포진하고 있다.

주로 자동차 부품과 소재, 판매와 물류관계 회사들로 그룹이 형성되어 있다.

최근 INI스틸로 개칭한 인천제철과 기업인수로 끌어들인 삼미특수강 외에 현대파워텔,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그리고 중고차 도매업인 오토에버닷컴과 위성 영상판매 서비스업종인 이에이치닷컴, 물류 서비스업인 한국로지텍 등이 있고 할부금융업인 현대캐피탈과 현대 우주항공 등이 MK그룹 소속이다.

또한 대기업 빅딜 제1호로 발족된 한국철도차량도 현대모비스가 대우측 지분 39.2%를 인수함으로써 MK그룹으로 편입되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MK의 오너경영이후 자신감이 확산되어 해태 타이거스를 인수, 프로야구 구단주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MK그룹이 자동차전문으로 급속히 확대 발전한 것은 정몽구 회장이 일찍부터 자동차를 선택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MK는 98년말 삼촌인 정세영(鄭世永)현대산업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자동차를 인수하여 오너경영에 나섰었다.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은 ‘몽구에게 넘겨주라’는 한마디로 MK의 자동차 오너경영의 길을 터 주었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정주영 회장은 진작부터 현대자동차 서비스와 현대정공 등 자동차사업의 일부를 떼어주어 MK가 자동차경영에 심취할 수 있었다.

정몽구 회장의 경력을 보면 1970년 현대자동차 서울사무소장을 비롯하여 자동차 서비스사장(73년), 강관사장(81년), 현대차량사장(85년), 인천제철사장(86년) 등 자동차관련 경영에 깊이 관여해왔었다.

그리고 98년 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회장으로 본격적인 오너경영의 틀을 잡으면서 자동차를 염원했던 소망을 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MK그룹의 번영을 오너경영의 성공사례로 꼽아야 한다는 주장과 실질적인 정주영 회장의 후계자가 MK로 귀착되었다는 평가가 함께 따른다. 이는 MK가 시운을 탔다고도 할 수 있지만 스스로 시운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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