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거래소>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상반기 활활 타올랐던 2018년 증권시장은 하반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된서리를 맞으며 지난 10월은 ‘최악의 한 달’이라고 기록될 정도로 얼어붙었다. 코스피 3000선을 바라보던 증시는 다시 박스권에 갇혔으며 2019년 전망도 여전히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올해 마지막 거래를 끝낸 코스피는 지난 1월 2일 개장 종가 2479.65에서 438.61포인트(17.69%) 하락한 2041.04로 장을 마감했다. 2014년 이후 4년 만에 폐장 종가가 개장 종가보다 낮아진 것이다. 올해 812.45로 시작한 코스닥도 667.88로 144.57포인트(17.79%) 떨어졌다.

시작은 이렇지 않았다. 지난해 말 증권가는 올해 ‘코스피 3000’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놔 투자자들을 꿈에 부풀게 했다.

2017년부터 이어진 증시 호황으로 올해 초 승승장구하던 코스피는 지난 1월 29일 장중 2607.10까지 오르며 2600선을 넘겨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코스닥 지수도 지난 1월 30일 장중 932.01을 기록하며 약 16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당시 전 세계 경기 호조와 반도체 업종의 호황, 풍부한 유동성, 올해 상반기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 등의 영향이 지수를 상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은 나빠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하락 반전의 중심이 됐다.

결과적으로 코스피 지수는 지난 10월 30일 1985.95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 밑으로 주저앉으며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증폭시켰다. 9개월 만에 연중 최고점 대비 23.83%의 하락 폭을 보인 것이다.

코스피가 최저점을 갈아치운 날, 코스닥 지수도 최고점에서 315.01포인트(33.80%) 하락한 617.00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다시 썼다.

대내외 악재, 주가 하락 이끌어

전문가들은 올해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을 미·중 무역분쟁으로 꼽는다.

지난 6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중국 1102개 수입제품에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16일(현지시간) 미국에 같은 규모와 강도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대응하며 미·중 무역분쟁을 본격화했다. 이에 대한 우려로 전 세계 증시가 하락세로 전환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이탈리아발 신용 리스크, 노딜 브렉시트, 중국 경기둔화, 반도체를 포함한 주력산업의 부진 등 여러 가지 대내외적 악재가 한국 증시를 압박하며 주가 하락을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연준은 올해에만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해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격차를 0.75%포인트까지 벌려놨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의 강세가 지속돼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됐고 신흥국 자금이탈도 증시에 부담이 됐다.

반도체 수급 악화로 인한 반도체업의 실적 부진이 확실시되면서 반도체주의 주가 하락도 한국 증시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4일 액면분할을 통해 ‘5만3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나 폐장일인 28일 3만8700원을 기록하며 액면분할 이후 27% 하락했다. 반도체 고점 논란과 메모리 수요 부진 때문이라는 풀이다. 액면분할로 주주 수를 늘리며 ‘국민주’로 등극했으나 이에 대한 효과는 누리지 못했다.

지난 5월 23일 종가 기준 9만5300원까지 올랐던 SK하이닉스도 6만500원으로 올해를 마감하며 올해 종가 기준 최고점 대비 36.52% 떨어졌다.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1, 2위에 자리하고 있는 반도체주 주가가 내리막을 걸으며 결국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바이오주의 분식회계 사건도 주가 하락의 한 축을 담당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를 끝내고 회계 처리 위반으로 결론을 냈다. 이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를 고의 분식회계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삼성바이오에 거래매매 정지, 과징금 80억 원, 재무제표 수정,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을 의결했다.

이후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상장유지’를 결정했으나 시총 상위에 자리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사건은 바이오주 전체에 영향을 끼치며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분식회계 의혹 바톤은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넘겨받았다. 현재 금감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모기업인 셀트리온에 국내 판권을 매각하고 받은 218억 원을 매출에 포함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감리에 착수한 상태다.

2019년, 큰 반등 없이 박스권 전망

증권업계는 2019년 증권시장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고 연준이 중립금리 이하의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지킨다면 2019년은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하락세가 계속되는 완만한 약세장을 예상한다”며 “이러한 시장흐름은 2020년 상반기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9년 상반기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의 이중고를 겪겠지만 하반기 글로벌 경기의 개선으로 국내 경기도 점차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면서도 “국내 주식시장은 전체 순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종의 이익이 줄어들면서 어두운 출발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 “경기확장국면의 끝자락 부근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글로벌 경기 감속 우려의 영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 업종의 실적 하향 조정이 본격화되고 미국 증시 역시 트럼프를 둘러싼 정치 불확실성 증대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 중국은 무역분쟁에 화웨이 이슈까지 불거졌기 때문에 대내외적 노이즈가 완화되는 시점까지 좀 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개선의 여지는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부터 미국 증시의 수익률이 부진하고 오히려 신흥국 증시의 수익률이 견조한 ‘디커플링’이 나타나고 있는데 과거 한국과 미국 증시의 디커플링 때 한국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2019년 전반에 걸쳐 이러한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주요국 중 유가 하락에 따른 생산비 절감효과와 중국의 경기부양이 코스피 실적 개선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연준의 긴축, 미·중 무역분쟁 등 2018년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변수들이 2019년에도 영향을 미쳐 역대 가장 부정적인 전망으로 새해를 맞이할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코스피는 연간 박스권 흐름 속에 악재의 순차적인 완화로 분기별로 박스권이 레벨업 되며 최악의 공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미·중 패권 다툼 과열, 연준 정책 정상화 가속, 이익 쏠림 현상, 수급 환경 악화 등 악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2019년 이익이 전년대비 20%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저평가 기준선을 하회했다”며 “여전히 선제적 가격 조정으로 나타난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고 국내 수급 개선 요인도 존재해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19년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불확실성, 이탈리아 재정 잡음, 중국 크레딧 리스크 등의 요인이 하나둘 완화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 전환이 기대된다”며 “경험적 경기 사이클 주기를 고려할 때 2019년 2분기 글로벌 경기 회복 반전이 기대되며 이즈음 논란의 반도체 가격도 반등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2019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1850∼2400선의 박스권에서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증권은 1950∼2360선으로 예상했으며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1900~2400선으로 산출했다. 신한금융투자도 1850∼23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2019년 코스피는 N패턴의 박스권 경로를 예상한다”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기업 매출 부진과 MSCI 신흥시장(EM) 지수 변경 계획에 따른 외국인 수급 방향 등이 증시 경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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