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 12월 반도체 수출액이 급감하고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반도체주 주가뿐만 아니라 증권시장 전체 지수가 하락했다. 반도체 기업은 코스피 전체 영업 비중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주의 하락이 증시 전체를 끌어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출선행지수는 지난해 4분기 65.9에서 46.3으로 19.6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 12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도 전월대비 17% 급감한 88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데이터센터 시설투자 둔화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완화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 때문이라는 풀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사상 최대인 1267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의 21%를 차지하는 등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올해 반도체의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전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선행지수란 한국제품을 수입하는 해외 바이어·주재상사들의 주문 동향을 토대로 수출경기를 예측하는 지수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지난 분기 대비 수출호조, 50 미만이면 수출부진을 의미한다.

이민호 KOTRA 무역기반본부장은 “2018년에는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달성했으나 2019년에는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으로 수출 성장 기조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수출 지수가 하락하며 기준치 하회로 전환돼 지난 분기 대비 수출 감소 폭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반기, 반도체 실적 부진 전망

증권업계도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대형 IT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을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평균 62조8000억 원, 13조5000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20%가량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주가도 평균 5만3000원으로 낮아졌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도 각각 평균 10조4000억 원, 5조3000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보다 20%가량 밑돌 것으로 봤다. 목표주가도 평균 7만 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전망에 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30포인트(0.81%) 내린 1993.70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코스닥 지수도 12.35포인트(1.85%) 내린 657.02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동반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150원(2.97%) 하락한 3만76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SK하이닉스도 2900원(4.79%) 하락한 5만7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들은 이날 장중 각각 3만7450원, 5만7500원까지 떨어지며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실적 부진 전망의 주요 원인은 메모리 수요 부진으로 공급사의 DRAM과 NAND 재고 수준이 늘어나며 출하량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반도체 제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지금까지 구축한 데이터센터 안정화를 위해 소프트웨어 최적화(Optimization)에 주력하고 있어 주요 서버 회사들의 DRAM 재고가 4주 이상까지 상승했다”며 “이에 따라 주문 물량이 급감하고 있어 2019년 1분기까지 DRAM 출하량과 가격 모두 시장 예상치 대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수요 공백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인해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통과 세트 업체들이 저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재고 축소에 나서고 있어 주문량의 급격한 감소로 수요 공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통계 악화와 11월 반도체 수출 급감 등 4분기 반도체 수치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동안 사이클 상승세의 주역이었던 데이터센터들이 부품 재고를 쌓기보다는 보유 재고를 소진하는 이른바 재고조정을 진행 중이어서 반도체 물량과 가격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최근 이익 하향 조정의 중심은 삼성전자가 필두인 반도체 업종”이라며 “최근 반도체 업종의 이익 하향 조정이 해당 업종의 어닝 미스를 의미한다면 향후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타나는 시점까지 대형주(반도체)의 수급은 부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 ‘상저하고’ 반등 예상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종의 부진이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9년 반도체 수요 증가율은 상저하고가 뚜렷해 다음 해 1분기가 DRAM 업황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라며 “공급 제약 지속 등의 이유로 올해 2분기부터 DRAM의 재고가 감소하고 가격 하락 폭도 축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은 현재 수급 추세 및 비수기가 겹쳐 2019년 1분기에 바닥을 찍고 2분기 일부 개선된 후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며 “DRAM 업체들의 투자 규모 축소, 인텔 CPU 공급 부족 완화, 다음 해 2분기 스마트폰 성수기 진입, 보유 재고 소진으로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가 2019년 하반기부터 다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의 우려는 주가에 선반영돼 있고 2분기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공급 조절을 통한 수급 균형은 하반기에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말 또는 2분기 초에 반도체 주가에 긍정적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 주가와 동행하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는 역사적으로 OECD 경기확산지수를 2개 분기가량 후행 중인데 OECD 경기확산지수가 지난 9월부터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월 이후 데이터 센터를 위주로 재고조정이 급격히 진행 중으로 재고조정은 1분기에도 이어지겠지만 2분기 이후 수요 반등과 공급 축소로 하반기 수급 개선이 예상된다”며 “기대감의 조정으로 부진한 연초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되는 상저하고의 주가 동향을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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