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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오락가락 상폐 결정…공정성 훼손 논란 불 지피나
  • 정보라 이코노미톡뉴스 기자
  • 승인 2019.01.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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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소, 한 달 만에 2번 결정 뒤집어…‘판단 기준 잃은 직무 유기’ 비판 제기돼
- 경실련 “형평성 없는 고무줄 잣대, 거래소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큰 이유”

<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폐지 결정을 두 번이나 번복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9월 11개 상장사에 대해 일괄 상장폐지를 강행하기까지 했던 거래소가 한 달 사이에 연속으로 이례적인 결론을 내고 있어 공정성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는 기심위에서 상폐 결정을 받았던 경남제약에 대해 지난 8일 개선 기간 1년을 부여했으며 지난해 12월 10일 MP그룹에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19일 거래소가 2017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회계감사인의 의견거절·감사범위 제한 등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이 됐던 코스닥 법인 중에서 기심위를 통해 총 11개 상장사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과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인 것이다.

투자자 반발, 부담감 커졌나…결정 번복

일각에서는 지난 11개 기업의 무더기 상장폐지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상장폐지 반대 시위가 거래소의 결정을 소극적이게 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상장폐지에 대한 많은 언급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풀이다.

이에 대해 상장사의 개선 의지와 주주 보호를 위해 개선 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한편에서는 상장폐지 판단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상반된 목소리도 동시에 들리고 있다. 상장폐지에 놓였던 기업의 소액주주들 및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유지 결정에 불만을 표한 데 따른 비판이기도 하다.

경남제약의 한 소액주주는 “경영지배인과 사내이사가 물러나는 등 회사가 노력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며 “개선 기간이 끝난 후에는 거래가 재개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11일 “한국거래소는 삼바의 분식회계 혐의가 온전하게 규명·해소되었는가를 제1의 판단 기준으로 삼았어야 마땅하나 이를 지키지 않고 삼바 상장유지 결정을 내렸다”며 “거래소가 사실상 자신의 책무를 유기한 채 분식회계의 핵심적인 원인 규명 및 범죄 혐의에 대한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줬고, 증권시장에서의 ‘대마불사(大馬不死)’논리를 확인시켰다”고 논평했다.

조승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지난해 12월 15일 논평에서 “기심위의 결정에 많은 국민들은 회계조작으로 시장을 교란한 삼성바이오에 대한 판단과의 형평성 및 공정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본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기업이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경우 과감하게 상장폐지를 시키는 등 엄벌을 해야 한다”며 “원칙적인 잣대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재발을 막고 향후 다른 기업들의 불법 행동도 예방할 수 있는데 힘의 논리, 정치 논리 등 환경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면 불법·편법 등의 행위가 재발될 가능성이 많아 최소한의 요건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록 미공개…불투명 결정 의심 커져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와 MP그룹·경남제약에 대한 같은 분식회계임에도 서로 다른 상장폐지 결정으로 정확한 기준을 모르겠다며 형평성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는 와중에도 거래소는 회의록 미공개 방침을 고수해 여론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삼성바이오의 상장유지 결론 이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MP그룹과 경남제약에 개선 기간을 부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 이들은 회의록 공개를 통해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모든 회의록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기밀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있고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상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민간부담금으로 운영되는 특수법인인 금융감독원은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제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다. 기업기밀이나 발언자 등 민감한 사항은 드러나지 않도록 작성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등도 같은 방식으로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회의록 공개로 논란이 일어난 적은 아직 없었다.

오히려 기심위의 이유도 절차도 알 수 없는 깜깜이 밀실 심사에 소액주주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구심만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납득되지 않는 결정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논란이 덜할 텐데 이를 숨기는 것 자체가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의심을 사게 하는 것”이라며 “재벌 그룹에 비해 주인이 없거나 작은 기업들은 심사 기간이 길고 결과도 달라 형평성 없는 고무줄 잣대는 거래소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큰 이유”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상장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상장폐지 결정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데 심사 가이드라인은 있으나 객관적으로 평가 기준을 제대로 세우고 공정하게 심사를 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라면서 “주관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의 상장유지에 대해서도 “거래소가 삼성바이오 거래재개 결정 과정에서 주주 보호를 언급했는데 사실상 삼성바이오는 지분의 80% 이상을 삼성 핵심계열사가 가지고 있어 삼성 보호라는 측면이 더 강해보인다”라며 “민간기관으로 등록돼 있는 거래소가 현재 금융당국으로부터 자유로운가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의원도 “민간 자문기구에 불과한 기심위가 실질적으로는 모든 결정을 내리고 있으나 결정 과정과 사유 등을 전혀 알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증선위·기심위 회의록을 공개해 결정 과정을 검증해야 하며 제도 개선을 통해 기심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책무를 강화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 규모가 4조6000억 원인데도 거래재개가 된 반면 경남제약은 49억 원에 회계장부 수정을 했음에도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는 것은 상당히 형평성이 부족하다”며 “거래소가 직접 차별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누가 봐도 차별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을 보였다. 주주들은 회사 크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대마불사’로 느껴 굉장히 억울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1월 이후 상장폐지 여부와 관련해 실질심사 중인 상장사는 총 15개사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곳, 코스닥 시장 상장사 13곳이다. 오는 3월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이 다가오고 있어 거래소가 이들에게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관심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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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이코노미톡뉴스 기자  brj729@economyt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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