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와 간담회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부터 꾸준한 요구에도 지지부진하던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가 여당의 공론화 발언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제 주관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증권거래세 개편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현장간담회에서 “이제는 자본시장 세제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최운열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14개 증권회사와 10개 자산운용사 대표가 함께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업계 대표들은 규제 완화와 조세체계 간소화 등을 건의했으며 증권거래세의 이중과세 논란 등을 지적하며 거래세 폐지와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하는 등 자본시장의 과세체계를 종합적으로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김태년 정책위 의장은 “세제 이슈와 관련해 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문제는 당정이 조속히 검토하고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증권거래세 과세 방식은 소득이 아닌 거래행위를 대상으로 세금을 매겨 투자자는 주식을 팔 때마다 매도 금액의 0.15∼0.3%를 증권거래세로 낸다. 손실을 봐도 수익을 냈을 때와 동일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

주식 양도 시에는 양도소득세의 과세범위가 넓어지면서 한 번의 거래에도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가 동시에 부과되는 경우가 있어 이중과세 논란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둘 다 내는 비율은 전체 주식 투자자(2017년 기준 506만 명) 중 0.2%(1만1000명)로 2021년까지 과세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도 전체 투자자의 2% 미만(8만 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정치권, ‘개편 필요하다’ 주장

증권거래세 개편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투자자들의 이 같은 요구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증권거래세 폐지와 관련된 목소리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6일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핀테크 현장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권거래세 개편과 관련해 “(지난 15일) 당에서 말씀하셨으니까 앞으로 그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있지 않을까 싶다”며 “저는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쪽으로 말씀드렸는데 세제 당국은 또 세제 당국의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1월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며 “세무 당국은 세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 소극적이지만 증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7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과세방식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6일에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개최한 ‘증권거래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자본시장 과세의 형평성을 제고하면서 세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세를 축소·폐지하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지난해 10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추락하는 한국증시 대진단 정책토론회’에서는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해소를 위해 증권거래세 폐지를 포함한 세제개편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3월 농어촌특별세는 그대로 두되 증권거래세율은 단계적으로 0.1%까지 낮추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재부, ‘검토한 바 없다’ 일축

하지만 기재부는 계속해서 증권거래세 인하 및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의 어려움, 과세 시스템 미구축 등의 이유로 거둬들이는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수는 6조2828억 원으로 나타났으며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은 지난해 증권거래세수(농어촌특별세 포함)를 약 8조 원으로 집계했다.

더욱이 기재부는 증권거래세율을 0.1%포인트 인하할 경우 2017년을 기준으로 연간 약 2조1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해 상당한 세수를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증권거래세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여당과 금융위원회의 증권거래세 개편 검토 방침에 대해 “증권거래세 인하는 기재부 내부적으로 굉장히 밀도 있게 검토된 바는 없다”며 “기본 포지션대로 양도소득세 부과 문제라던가 증권거래세 관한 세입 문제는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검토해 나간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답했다. 정부 입장이 확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도 “증권거래세율 인하 시 증시 부양 효과는 크게 없으면서 세수 감소만 발생하고 단기 매매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증권거래세 조정은 향후 주식 양도소득 전면 과세를 시행하는 시점에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해 검토할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도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증권거래세 인하와 관련해 “2022년까지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확대하고 있다”며 “전면 과세와 연계해 검토할 사안이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기재부가 증권거래세 개편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 및 금융위원회의 개편 필요성 요구에 여당이 힘을 싣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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