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오렌지라이프 합세로 자산·매출 탈환 기틀 만들어
-KB, 지난해 당기순이익 업계 최대…내실로 1위 자리 지켜
-우리, 지주사 체제로 실탄 마련…몸집 불리기로 도전장

▲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부터 공들여왔던 오렌지라이프 인수 작업이 최종 고비를 넘기면서 금융지주들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재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16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올해 첫 정례회의에서 신한금융이 제출한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 신청을 승인했다.

이로써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 라이프투자유한회사와 맺은 오렌지라이프 보통주 4850만 주(지분율 59.15%)를 총 2조2989억 원(주당 4만7400원)에 인수하기로 한 계약을 마무리하게 돼 14번째 자회사로 편입시키게 됐다.

오렌지라이프는 2017년 기준 총자산 31.5조 원(업계 5위), 당기순이익 3402억 원(4위), ROA 1.10%(4위), 지급여력 비율 455%(1위)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건성 및 자본적정성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자회사 편입으로 인해 신한금융은 KB금융에 내줘야 했던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한금융은 2017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9년 동안 차지했던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KB금융에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인수 승인으로 인해 신한금융은 지난해 3분기 자산기준으로 오렌지라이프를 합치면 약 490조529억 원(지분율 반영)으로 KB금융 477조7000억 원을 앞서게 된다. 또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80002억 원(지분율 반영)으로 KB금융(2조8692억 원)을 약 690억 원 격차로 벌리게 된다.

향후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생명의 나머지 지분 40.85%를 추가로 인수해 100% 보유하게 되면 자산과 이익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

그간 신한은행은 전체 그룹사 매출의 약 72%를,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는 신한카드가 약 15%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카드사는 지난해 순익 급감으로 매출 기여도가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 의존도 역시 높아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오렌지라이프가 합류하면서 보험업이 비은행 계열 기여도를 높이게 돼 다시 균형을 맞추게 됐다. 오렌지라이프 실적을 더하면 신한금융 전체 순이익 중 신한은행은 67%, 신한카드는 8%로 낮아지지만 신한생명(5%), 오렌지라이프(6%)를 합친 보험은 비중이 11%로 확대된다.

또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이 합쳐질 경우 보험업계 빅5에 오르게 돼 신한금융그룹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초 1월 말 승인을 예상했지만 결과가 앞당겨져 나왔다”면서 “최종 인수 비용 확정 및 편입은 이달 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편입 완료가 1월 말이 돼야 한다. 그 이후에 연결재무재표에 반영될 수 있다”면서 “‘리딩금융그룹’의 탈환 여부는 올해가 지나봐야 알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며 안도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KB 1위 자리, 내홍에 발목 잡히나

반면 2017년 리딩금융그룹 자리에 오른 KB금융은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당장 M&A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실적 개선을 통한 격차 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KB금융은 2년 연속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지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권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 되는 가운데 KB금융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3조4789억 원으로 전망돼 금융지주사 중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7년보다 4.05%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38%가 늘어나 5835억 원이 될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3조2621억 원으로 KB금융보다 약 2000억 원 낮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올해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에 편입되면서 양 금융지주의 격차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KB국민은행 노사갈등이 총파업까지 이르면서 1위 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 8일 1차 파업을 앞두고 담화문을 통해 “고객님을 실망시키고 다시 찾은 1등 은행의 자부심을 우리 스스로 실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당부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총파업 이후 실제 내부에서는 “1등 은행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노사 양측의 합의가 조속이 이뤄져야 KB금융 역시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KB국민은행 측은 이번 노사갈등으로 인해 주요 고객들의 이탈이 발생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경쟁사인 신한금융이 잇단 M&A로 몸집을 불리고 있어 KB금융도 몸집을 불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최근 매물로 등장한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KB금융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롯데 금융계열사는 현재로서 검토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해 내부적으로도 여전히 인수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실탄 확보한 우리, 몸집불리기 총력전

양사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지난 14일 공식 출범한 우리금융지주가 2~3년 안에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 해체 4년 만에 다시 지주사 제체로 돌아왔다. 은행체제에서의 낮은 출자여력이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되면서 지주사 전환의 계기가 됐다.

실제 우리은행 시절에는 은행법에 따라 자기자본의 20%인 약 4조2000억 원(우리은행 자기자본 21조7000억 원·지난해 9월 기준)이 출자여력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미 출자가 이뤄진 3조5000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줄차여력은 8400억 원 가량에 불과하다.

반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출자여력은 자기자본의 130%까지 확대됐다.

9월말 우리은행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28조2100억 원까지 출자할 수 있다. 이미 출자된 21조4000억 원을 제외하고도 6조8100억 원 가량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선은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회사, 저축은행과 같은 소규모 금융회사부터 인수할 계획”이라며 “자기자본비율에 여유가 생긴 이후에는 증권 및 보험회사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장기적으로 은행과 비은행 부분의 비중을 7대3에서 6대4까지 맞춰나갈 계획”이라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출자여력을 확보한 우리금융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우리금융이 과거 부실 금융사들을 인수해 정상화를 진행한 여러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실탄과 경험을 토대로 금융권 지각변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막강한 경쟁자로 부각되고 있어 ‘리딩금융그룹’의 자리를 놓고 금융지주들의 쟁탈전은 치열해 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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