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전후 리서치보고서 공표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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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위 : 건, %). <자료@금융감독원>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매도’ 의견이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사이의 괴리율도 커져 꾸준히 들리던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이에 대해 미미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신뢰성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사 리서치제도 운영현황 분석’에 따르면 증권사 47곳(내국계 32곳, 외국계 15곳)의 제도개선 방안 시행 전 1년 동안 발행한 보고서 4만4528건과 시행 후 1년간 발행한 보고서 4만4734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주식을 사라는 ‘매수’ 추천 보고서가 제도개선 전 75.7%에서 제도개선 후 76.3%로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팔라는 ‘매도’ 의견은 제도개선 전 2.1%에서 제도개선 후 2.3%로 거의 비슷했다.

금감원이 2017년 9월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와 애널리스트들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해 목표주가·실제 주가 괴리율 공시 도입, 내부검수 기능 강화 등 제도를 개선했음에도 전혀 개선의 결과가 보이지 않은 것이다.

‘매도’ 의견 비중에서는 내국계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가 큰 격차를 보였다. 내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은 0.1%(43건)로 12.4%(992건)인 내국계 증권사 ‘매도’ 비중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상장사가 ‘갑’이고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을’이라 매도의견을 냈을 때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많다”면서 “상장사는 IB(투자금융) 업무와 관련해 잠재적 고객이기에 선택을 받는 입장에서는 관련 사업 등에서 제외될 수도 있고,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매도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금감원도 2017년 1월 개선 방안에 일부 상장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고서의 수정, 삭제 등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 ‘불합리한 리서치관행 신고센터’를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이번 분석에서는 신고센터 운영과 관련된 언급이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고센터를 사용하는 연구원을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더욱이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사이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제도개선 이전 18.7%였던 목표주가 괴리율이 제도개선 후 20.6%로 벌어지며 주가 예측력이 더 떨어진 것이다.

목표주가 괴리율(평균가 기준)은 통상 1년 후 예상 주가를 뜻하는 목표주가와 분석 기간 중 실제 주가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괴리율이 클수록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실제 주가보다 높게 설정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지난해 주식시장이 하향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목표주가 괴리율이 전반적으로 확대됐다”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목표주가 괴리율은 제도개선 전과 후 모두 외국계 증권사가 내국계 증권사보다 낮았다. 이는 외국계 증권사가 내국계 증권사보다 예측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여러 증권사에 문의를 했으나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어 사실상 목표주가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며 대부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괴리율 업데이트 시간 단축 및 모니터링 등을 통해 시장변수의 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수’ 일색인 증권사들의 리서치 보고서에 금감원은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필요한 개선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매도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 개선이 먼저”라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증권사는 금감원과 상장사라는 고래들 싸움에서 등 터지는 새우의 입장”이라며 “상장사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규제한다면 리서치센터들도 매도의견을 좀 더 가감 없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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