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종현 기자>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강성부 펀드(KCGI)가 한진그룹에 대해 본격적인 칼을 빼든 가운데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성사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KCGI는 공개 제안서를 통해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의 임원 취임 금지를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CGI는 21일 공개제안서와 별도 프레젠테이션(PT) 자료를 발표해 한진그룹 조 회장 등 대주주 일가를 공개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과거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당시 조 회장 일가의 대한항공 총자산에 대한 실질적 소유권은 1.5%에 불과했다”면서 “이런 일가의 일원(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구시대적 행태의 심각성은 더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KCGI는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부채비율 등이 한진그룹 위험 요소로 꼽았다.

이와 함께 제안서를 통해 KCGI는 우선 한진그룹 내에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해당 위원회는 KCGI 추천 사외이사 2인, 외부전문가 3인, 경영진 추천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해 지배구조 및 경영 관련 사항을 사전 검토·심의하자는 것.

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와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CGI는 현재 BBB0인 한진그룹의 신용등급을 2014년 한진해운 투자 전 기준인 A-로 상향시키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항공사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그룹 내 일반 직원들로 이루어진 상설협의체를 조직해 한진그룹의 사회적 책임 기능을 강화하고 사회책임경영 모범 규준을 채택하라고 제안했다. 임직원을 위한 ‘한진인 자존감 회복프로그램’ 등 소통방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KCGI는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이는 임원 취임을 금지한다는 조건도 내걸어 조 회장 일가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 정리 언급, 경영복귀 차단 숨은 뜻

KCGI 측은 또 구체적인 비주력자산과 적자사업부 정리를 주장하며 경영권 행사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우선 만성 적자인 칼호텔네트워크를 비롯해 LA월셔그랜드호텔, 와이키키리조트, 개발이 중단괸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호텔사업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저평가된 자산 매각을 통해 주력사업인 항공에 집중하고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면서도 호텔사업 정리를 통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경영복귀를 차단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09년부터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그룹 내 관광, 호텔, 식음료 부문을 총괄했다. 더욱이 LA월셔그랜드호텔의 경우 조 전 부사장이 진두지휘한 프로젝트다.

조 전 전무도 2017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에서 오르며 호텔사업 경영을 이끌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땅콩회항’, ‘물컵 갑질’ 등으로 경영에서 손을 땐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KCGI와 한진그룹이 한진칼 사외이사 교체와 관련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 봤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임기가 오는 3월 끝난다. 사내이사인 조 회장의 임기는 아직 남아 있지만 KCGI가 우호지분을 늘리면 장기적으로 ‘압박카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KCGI는 표 대결을 의식한 듯 공개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위임장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웹사이트 ‘벨류한진’을 개설한 상태다.

한진칼 지분 구조는 조 회장 일가가 28.93%, KCGI가 10.71%, 국민연금이 7.3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진은 조 회장 일가가 33.13%, KCGI가 8.03%, 국민연금이 7.41% 여기에 강성부 펀드에 출자한 조선내화가 지분 1.53%를 직접 보유 중이다.

지분율을 놓고 보면 조 회장 일가가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KCGI에 동참할 경우 조 회장 일가가 우세하지만 절대다수인 소액주주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판세가 달라져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3월 주총 표 대결에서 조 회장에 대한 해임 또는 연임 반대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주주 3분의 2이상과 총주식의 3분의 1이상 찬성이 필요해 사실상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표 대결 성사되나…소액주주 최대변수

하지만 일부 기관투자가들과 소액주주들이 KCGI에 동조한다면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업계관계자는 조 회장 퇴진까지 성사되지 못하더라도 4명의 이사자리를 놓고 이사진 변화를 이끌어낼 경우 향후 상당한 경영 압박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금운용이원회 종료 직후 “공적 연기금이 사회 활동하는 곳과 연대하는 것은 어렵다. 독자적으로 할 생각”이라면서도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계획”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는 결국 조 회장 일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관련 부서가 총출동해 제안서를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한진그룹 역시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주주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해 증권업계도 분주해졌다.

한진그룹은 삼성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한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도 한진그룹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들은 갑질 파문으로 악화된 여론의 뭇매를 맞을까 염려하면서도 수익 마련을 위해 도우미로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자문료를 통한 수익 보다 한진그룹이 매년 회사채 발행 등 다양한 딜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한진그룹은 매년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어 증권사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이다.

지난해 한진그룹은 총 898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가운데 증권사는 회사제 발행 수수료료 약 18~24억 원 정도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증권사들의 치열한 물밑 경쟁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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