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청와대 여민관 복도에 걸린 김구 선생의 쌀 초상'아이콘_김구'(2014)를 통해 크게 주목 받았던 작가 이동재가 성북동서 활동한 시인, 화가, 소설가, 문화재 수집가들의 모습이 담긴 작업을 선보인다.

▲ 이동재, 'icon_JeonHyoungpil'. Acrylic, crystal on canvas, 41 x 32cm, 2018.

가회동에서 성북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60화랑이 1월 21일부터 막을 올리는 '짓고 쓰고 그리다'전에는 우리 얼과 문화유산을 지켜낸 이들의 혼을 이동재 작가가 다시 보듬으며 그려낸 크리스탈 초상, 레진 오브제 등 작품을 볼 수 있다.

크리스탈을 주 재료로 한 초상작업에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김환기, 일제감정기 '님의 침묵'으로 저항 문학에 앞장선 독립운동가이자 승려 한용운, 우리 문화재를 일제로부터 지켜낸 간송 전형필, '승무'로 대표되는 청록파 시인 조지훈,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남긴 근대 단편소설가 이태준 등이다.

이동재 작가는 쌀, 콩, 녹두 등과 같은 곡식이나 레진으로 만든 작은 알파벳을 한땀 한땀 붙여가는 작업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 이동재, 'icon_Han Yong-un'. Acrylic, crystal on canvas, 41 x 32cm, 2018.

2년 전 성북동으로 생활공간을 옮긴 작가는 동네골목과 옛길을 거닐며 성북동에 흔적을 남긴 수많은 문인과 예인들의 삶에 귀 기울이게 됐다.

만해 한용운이 만년을 보낸 심우장,소설가 상허 이태준의 집을 찻집으로 꾸민 수연산방,소나무가 펼쳐진 간송미술관 등 곳곳이 성북동의 명소다.그들의 삶을 한 장씩 넘겨보며 찬찬히 짓고 그리기 시작한 것, 그것이 이번 전시의 계기가 됐다.

이동재 작가는 "자신이 거니는 장소를 거쳐간 예인과 문인들이 짓고, 쓰고, 그려나간 예술혼을 생각했다"며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제황상유인첩'이야기를 통해 작가에게 있어 환경과 일상의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 이동재, 'untitled'. Acrylic, resin object on canvas, 113.7 x 91cm, 2013.

이번 전시는 컬러와 재료의 대비만으로도 무척 인상적이다.시선을 잡아 끄는 강렬한 컬러에서 조밀하게 돋아나온 듯한 텍스트,은은한 컬러에 조명을 받은 크리스탈 입자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새로운 자극을 선사한다.

앞서간 시인들이 남긴 문학작품을 이동재 작가만의 스타일로 재현한 작업도 흥미롭다.전시장 한쪽면에 걸린 ‘님의 침묵’과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를 찾아보는 재미도 소소하다. 전시는 6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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