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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문재인 정부가 규제제혁 1호로 추진했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의 외면 속에 자칫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청부는 기준 사업자의 갈증을 풀어주고 신규 사업자를 추가해 판을 키워 기존 은행권을 견제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ICT기업들이 참여에 손 사례를 치고 있어 난감해진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3일 금감원 대회의실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추진방안에 따른 인가심사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핀테크기업을 비롯해 금융회사,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가 참석해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참가 신청 단체를 살펴보면 핀테크기업(13곳), 일반기업(7곳), 금융회사(21곳), 비금융지주(3곳), 법무법인(5곳), 회계법인(3곳), 시민단체(3곳) 등 55곳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2015년 7월 22일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를 위한 설명회의 참석 열기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여서 흥행을 장담하기에는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2015년 첫 설명회 때는 참석자가 몰려 금감원 강당으로 장소를 변경했고 이후 신청인 보다 많은 300여 명이 참석해 금감원 강당 아래층에 이어 위층까지 문을 여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설명회에서 주로 인가 심사 기준에 대한 설명을 했다.

김병칠 금감원 은행감독국 팀장은 “2015년 예비인가 당시 평가 배점표의 틀을 가급적 유지할 것”이라며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추진 방안에 따라 주주 구성과 사업 계획의 혁신성·포용성·안전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일부 평가 항목의 배점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ICT, 설명회 불참…취지 무색

그러나 이번 설명회를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주요 후보로 꼽혔던 네이버, 인터파크 등 ICT기업 상당수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초 정부와 여당이 규제개혁 혁파를 외치며 추진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취지를 잃어버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특례법 개정을 통해 ICT기업에 한해서 인터넷전문은행 주식(의결권 기준)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이에 1차 선정에서 탈락했거나 고심 끝에 불참한 기업들에게는 다시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는 반대로 실제 주요 ICT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가장 유력한 휴보로 언급됐던 네이버는 지난 21일 공식 입장을 통해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은 검토했지만 참여하지 않기로 하고 그에 따라 23일에 열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국내 인터넷 뱅킹 환경이 너무 잘 형성되어 있고 1차로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또한 이미 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론”이라고 전했다.

다만 네이버 측은 “일본이나 동남아 등의 해외 금융 환경은 국내 시장과 다르기 때문에 라인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해 해외 금융업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실제 동남아의 경우 국내보다 낙후되고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고 일본은 네이버나 라인 같은 IC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100%를 소유할 수 있어 국내 여건보다 수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네이버가 국내 모바일 메신저시장에서 카카오톡에 시장을 내준 것도 고민거리로 작용했다.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옙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국내 시장 점유울은 94.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가 선보인 라인은 1.1%에 불과해 페이스북 메신저(1.8%)보다도 낮은 점유율로 고전중이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성공비결이 카카오톡과 연동한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네이버가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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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와 자금수혈, 과제로 떠울라

인터파크 역시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 심사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한 후 종종 재도전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 신규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사업 다각화보다는 우선 날로 격화되는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의 경쟁력을 먼저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 은행 진출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행보는 원활한 자금 수혈을 받지 못해 고전중인 케이뱅크를 참고한 듯 보인다. 더욱이 최소 1조 원 가량을 수혈해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NHN엔터테인먼트는 일찌감치 인터넷은행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주요 게임 업체들도 최근 불황에 따른 수익 악화로 인해 엄두조차 못내는 실정이다.

그나마 눈독을 들이는 건 증권·보험사 등 제2 금융권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키움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일부 보도에서는 키움증권, 교보생명, SBI홀딩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출을 타진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설명회에 참석한 키움증권 고위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기도 해 어떤 컨소시엄을 꾸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이날 키움증권의 계열사인 IT회사 다우기술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룹 내부 역량을 총 동원해 사활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사업 찾아나선 제2 금융권만 군침

이 외에도 롯데카드, BC카드 등도 참석해 신사업 진출을 고민하는 눈치였다.

또 신한지주, 하나금융그룹, 농협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시중은행들도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날 금융당국은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ICT기업들이 관심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을 비롯해 정부·여당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특례법을 통과시켰지만 네이버가 들어오지 않으면 말짱 꽝이지 않냐”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기존 인터넷은행들도 네이버가 최종 불참을 선언한 것에 대해 섭섭해 하는 눈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두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규제 개선을 요청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네이버 같이 큰 기업이 참여해 제3, 제4 인터넷은행이 등장해야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그만큼 필요성이 제기돼 규제 개선 부분에 있어서 힘을 받을 수 있는 데”라며 아쉬워 했다.

한편 금융위와 금감원은 그간 온라인으로 접수된 업계 문의와 이날 설명회에서 수렴한 의견 등을 바탕으로 이달 말 평가 배점표를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또 다음 달 중 새로운 인가 매뉴얼을 게시하겠다는 방침을 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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