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다음달 1일 경영참여 최종 결론…표 대결 시 정부 측에 유리
-단기차익 예외 질의로 ‘특수성’ 피력…금융위 유권해석에 따라 큰 파장 예고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경영 참여로 주식투자 목적이 변경될 경우 단기 매매 차익을 반납해야 하는 등 실제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어떤 행보를 보일 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이미 장외에서는 강성부 펀드(KCGI)와 한진가의 표 대결 양상으로 압축되고 있어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28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달 1일 오전 8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해임,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기금운용위는 지난 16일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기로 결정하고 주주권 행사 방식에 대해 수탁자책임전문위의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 23일 기금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회의가 열려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해 논의 했고 당시 위원들은 대한항공 경영참여에 대해 찬성 2명, 반대 7명, 한진칼에 대해서는 찬성 4명, 반대 5명으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여러 의견이 제기됐지만 우선 경영참여로 인해 국민연금이 기금 수익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경영참여로 전환 시 수익 하락

지난 27일 국회 복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참여를 실시했다고 가정하면 최근 3년간 469억 원의 단기매매차익을 회사에 반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23억 원, 2017년 297억 원, 2018년에는 49억 원 등이다.

복지부가 추산한 추정치는 지난 23일 수탁자책임위가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할 때 위원들에게 참고자료 형태로 제공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추산은 자본시장법 제172조에 의해 산출됐다. 이에 따르면 보유 지분이 10% 이상이고 경영참여를 투자 목적으로 하는 주주는 주식을 매수한 후 6개월 이내에 매도하거나 매도 후 6개월 이내에 매수해 이익을 얻었을 때는 그 차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그간 국민연금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대한항공 지분을 갖고 있는데 지난해말 기분 대한항공 지분을 11.7% 보유해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면 이 규정을 적용 받는다.

이 때문에 제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쉽사리 경영참여를 선언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사이 논란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먼저 지난해 일명 강성부 펀드(KCGI)가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한진가와 대결을 예고한 바 있다.

강성부 펀드 측은 지분 취득 초기 경영권 취득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결국 유휴자산 매각 및 적자 사업 정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더욱이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 일가가 최근까지 갑질 파문에 휩싸이며 공분을 사고 있어 강성부 펀드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결국 국민연금이 키맨으로 등극하면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강성부 펀드의 공개제안서 발표 당시에도 국민연금이 사적인 판단에 따라가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갈피 못 잡는 사이 문 대통령 부채질

하지만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스트어드십 코드’ 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앞서 수탁자책임위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다음달 1일 열리는 기금위에서는 표 대결까지 이뤄질 경우 정부 측 입장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금위는 수탁자책임위 의견을 존중하되 사회적인 고려사항을 검토해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통상 기금위는 선례에 맞춰 합의제 운영을 원칙으로 하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출석위원 과반수로 안건을 의결하도록 돼 있다. 이에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표 대결도 배제 할 수 없게 된다.

기금위는 위원장(복지부 장관)과 공단이사장 등 당연직 위원 5명, 사용자 대표(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3명, 노동자 대표(한국노총·민주노총·공공노조) 3명, 지역가입자 대표(농협·수협·한국공인회계사회·외식업중앙회·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바른사회시민회의) 6명, 국책연구원장 2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는 가운데 표 대결까지 벌어질 경우 정부 측 입장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위원 20명 중 8명은 관련 장·차관과 공단이사장, 국채연구원장 등 정부 인사다. 여기에 반 기업 정서가 강한 노동자 대표 3명, 바른사회시민회의, 농협, 수협 등을 포함하면 전체 구성원의 4분의 3가량이 정부 측 인사로 분류된다

투표권 행사, KCGI와 부합여부 관건

다만 국민연금이 최근 4년간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 이상 선임 등 7건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던 것으로 알려져 경영간섭 대신 기존의 주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물론 해당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표에도 불구하고 한진가와의 표 대결에서 밀려 가결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이번 이사연임 등을 두고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KCGI와 의견이 부합한다면 조양호 회장 일가에게는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한편 기금위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질의서를 보내 지본시장법 상 ‘10% 룰’과 관련한 4가지 쟁점에 대해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나 수탁자책임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기금위는 금융위에 ▲단순투자 목적을 유지한 채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지 ▲그렇지 않다면 지분보유 목적을 바꾼 후 있을 수 있는 단기매매 차익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지 ▲단기매매 차익반한 예외가 이뤄진다면 그 시점이 언제쯤일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일 전후에 주식을 거래할 경우 차익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는 지 등에 대해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는 기금위가 국민연금의 특수성을 인정해 달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기금위는 ‘국민 노후를 보장하는 금융상품 운영’이 설립 목적인만큼 경영참여를 위한 주식투자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여기에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198조 13항에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할 염려가 없고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 단기매매 차익을 반환하지 안하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외부에 맡긴 연구용역 분석 결과가 나오면 참고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적용 대상 등에 예외를 둘 경우 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민간 기관에 대한 형평성 논란 등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단기매매차익 반환’ 규정을 허물 경우 단기 투자를 조장할 수 있어 장기투자를 유도하려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에 어긋나게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놔 향후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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