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만 몰린 롯데손보, 퇴직연금 규모 2위 매력…IFRS17 등 재무적 부담이 발목
-몸값 떨어질까…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전략적 파트너십” 안전장치 강조

▲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금융사 매각에 돌입한 롯데그룹이 예비입찰을 마감한 결과 롯데카드에는 한화그룹, 하나금융지주 외에 MBK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롯데손해보험에는 전략적 투자자(SI) 없이 MBK파트너스, JKL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이 입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번 입찰에서 SI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하면서 롯데그룹의 매각 작업에도 상당수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알짜배기로 알려진 캐피탈 매각에는 금융지주들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보여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30일 오후 마감된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 한화그룹, 하나금융지주, MBK파트너스, IMM PE, 한앤컴퍼니, 오릭슨PE 등 10곳이 참여했다.

또 같은 날 마감한 롯데손보 입찰에는 MBK파트너스, JKL파트너스, 한앤컴퍼니, 오릭스PE 등 7곳이 신청서를 냈다.

앞서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말 손보를 비롯해 카드, 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매각을 공식화했다. 당초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로 마무리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과감히 금융사를 매각해 롯데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 이후 2년 이내인 오는 10월까지 금융 계열사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롯데 측은 우선 롯데카드와 손보 매각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최근 악화된 업황과 추후 발생하는 재무적 부담 등으로 IB(투자은행) 업계의 반응이 미지근 하자 캐피탈이라는 미끼상품을 내세워 패키지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자 개별 매각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 카드에만 군침…하나금융도 인수에 나서

우선 롯데카드 인수에는 한화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점쳐진다. 한화그룹은 지난해부터 한화생명을 주축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를 추진해왔다.

실제로 롯데카드 내부에서도 한화그룹 인수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화그룹은 카드사가 없는 만큼 구조조정에서 비켜갈 수 있다. 또 보험업을 비롯해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 역시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롯데백화점 고객층을 갤러리아백화점으로 유도할 수 있고 카드사 확보를 통한 금융그룹 포트폴리오 확충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하나금융지주도 카드사 강화를 위해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전략을 세웠던 만큼 중위권에서 답보상태인 하나카드와 롯데카드의 합병을 통해 상위권 진입을 모색할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하나금융지주는 타 금융지주에 비해 은행의존도가 높아 비은행 계열사 강화가 시급한 처지다.

이 외에도 MBK파트너스 등 다수의 사모펀드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SI 전멸한 손보…대주주 적격성 해법 찾을까

카드와 달리 롯데손보는 다소 우울하다. SI가 응찰하지 않았고 다수의 FI들만 인수전에 참여해 악화된 업황과 더불어 새 국계회계기준(IFRS17) 적용이 재무적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가 입찰에 응했고 한앤컴퍼니를 비롯해 오릭스PE 등 해외 FI 및 금융사가 추가로 인수경쟁에 진입했다. FI들이 관심을 보이는 건 롯데손보가 퇴직연금 규모 2위인 중소형 보험사인 만큼 기업 가치는 높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 두 곳의 입찰에서 SI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은 아쉬운 맥락이다.

이번 롯데카드 인수전에 KB금융이, 롯데손보에는 BNK금융이 유력후보군으로 언급돼 왔으나 예비입찰을 앞두고 모두 이탈했다. 잠재적 후보로 거론된 신한금융, 우리금융 역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KB금융의 경우 KB카드와 합병 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KB카드 임직원수는 1500여 명, 롯데카드는 1700여 명이나 돼 이들을 품기에는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듯하다. 또 KB증권 인수로 추가 출자여력이 바닥난 KB금융으로서는 무리하게 카드사 인수에 나설 필요성이 부족했다.

BNK금융도 손보 인수를 두고 검토했으나 IFRS17, 지급여력비율(RBC) 등을 고려했을 때 재무적 부담, 경기, 업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내 주요 FI들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자금이 부족한 S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 본 입찰까지 변수로 남아있다.

손보의 경우 현재 FI들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인수 이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여부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실탄이 부족한 한화와 자금력을 동원한 MBK파트너스의 컨소시엄 구성이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금융지주들 캐피탈에만 눈독…가격이 관건

반면 오는 2월 12일 마감하는 롯데캐피탈을 두고서는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알리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카드 및 손보 예비입찰에 나서지 않은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캐피털 인수전에서는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리딩금융그룹’ 타이틀 경쟁을 이어온 가운데 신한은 올초 오렌지라이프 인수 승인으로 격차를 대폭 줄였지만 KB금융을 확실히 따돌릴 만한 승부수가 필요하다.

KB금융은 타이들 방어를 위한 격차를 벌리기 위해 신규 M&A가 필요한 상황이다. 양사는 지난해와 올해 실적차이가 약 1000억 원 내외에 불과하다.

이에 양사는 기존 사업과 겹치는 카드와 손보 대신 연 순익 1175억 원(2017년 기준)을 창출하는 롯데캐피탈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롯데캐피탈은 자동차 금융과 기업·개인 신용대출이 고르게 분포해 인수 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고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면제 대상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지주들 뿐만 아니라 롯데캐피탈을 두고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들과 군침을 흘리고 있어 가격이 관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끼로 던졌던 캐피탈만 흥행을 예고하면서 롯데 측도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롯데그룹은 카드로 1조5000억 원, 손보로 5000억 원, 캐피탈로 1조5000억 원을 회수하길 희망하고 있지만 카드와 손보의 몸값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예상 매각가로 2조5000억 원~3조 원 수준으로 최대 3조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전략적 제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원하는 가격을 받아내길 희망하고 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31일 한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롯데카드를 매각하면서 우리도 가능하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가져가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카드를 매각하더라도 최대 장점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총성도 높은 고객 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롯데 측이 매각완료까지는 일정이 빠듯하지만 제값을 받기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롯데그룹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은 예비입찰을 마감한 후 3~4월 경 본 입찰을 진행,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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