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증시 악화로 검은 10월을 보내면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IB(투자금융) 부문에서 약진을 보이며 최대 실적을 경신해 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이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국내 증권시장이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위축, 거래대금 감소로 파생상품 등 트레이딩 부문에서 리테일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와 PI(자기자본 투자) 부문의 수익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고 풀이한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269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2.2% 하락했으며 영업손실은 148억 원을 기록해 적자전환 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4612억 원으로 전년대비 8.66%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2018년 하반기 이후 국내외 시장 하락세가 지속되며 전년대비 파생 등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4분기 순이익은 874억 원으로 29% 감소를 보였다. 연간 순이익도 5.2% 줄어든 4983억 원이었다. 그럼에도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에 이어 연간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켰다.

NH투자증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분기 순이익이 117억 원으로 82.7% 하락했다. 다만 연간 순이익은 3.4% 증가한 3615억 원으로 NH투자증권은 전신인 한보증권 시절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4분기 순이익이 376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 하락했으나 연간 순이익은 23.12% 증가한 3344억 원을 기록하며 대형 증권사들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수금융, PI 부문 사업 등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고 WM(자산관리)과 IB 크로스 영업에서 증자, 채권발행 등의 시너지가 발생해 이에 대한 효과가 곧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실적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KB증권은 KB금융그룹 실적 공시에서 지난해 4분기 32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연간 순이익은 전년대비 34.2% 감소한 1788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KB증권은 자회사 연결재무제표 실적 공시에서 지난해 4분기 301억 원의 순손실, 연간 순이익은 전년대비 19.41% 감소한 1897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KB증권 관계자는 “KB증권의 실적은 인수구매가격조정(PPA) 적용으로 KB금융그룹에서 발표한 실적 수치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며 “하반기 들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손실,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운용손실이 큰 폭으로 발생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4분기 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적자를 면했다. 하지만 전분기 순이익 377억 원, 전년동기 순이익 147억 원에 한참 밑도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IB 수수료 수익의 급증으로 지난해 4분기 1142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동기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증권사들 중 유일하게 1000억 원이 넘는 순이익 기록으로 시장 전망치인 900억 원을 웃돌았다. 연간 순이익도 4339억 원으로 전년대비 22.2% 증가해 2017년 최고치를 재경신했다.

이남석·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종금증권은 국내외 대체투자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분산됐고, 주식 거래대금이 감소한 하반기에는 리테일의 수익 비중이 낮다는 점이 오히려 실적 방어에 유리했다”고 분석했다.

증시 훈풍에 실적 회복 전망

지난해 대부분 증권사의 아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달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로 코스피가 2200선까지 상승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1분기부터 투자심리 개선으로 주식거래 대금 증가와 함께 다양한 부문에서 손실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의 반등세를 감안할 때 지난 4분기와 같이 대규모 평가 손실 부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1분기 증권사의 수익성은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하나씩 해소되면서 올해 1분기부터 투자심리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육성 의지가 커 향후 신규 수익원 및 규제 완화 기대감이 하나씩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주요 지수들의 변동성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분기 실적은 차츰 개선될 것”이라며 “향후 추가적인 지수 급락이 없다면 이미 발행된 파생결합증권의 조기상환 및 추가 발행이 가능하고 헤지 운용상의 손실 및 PI성 자산들에 대한 평가 손실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주요 증권사들이 늘어나 자본과 다양한 딜 소싱 경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조율 능력 향상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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