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주회사 산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병렬구조로 각자체제

▲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조선업계 빅2 재편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의 원유운반선. <사진=연합뉴스>

[이창환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조선업계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빅3 구도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빅2체제로의 재편을 앞두고 있다며 들썩거리고 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이 인수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각자 경영체제로 운영되는 방식을 두고 사실상 빅2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지주 간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자 확정이 발표된 후,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빅2체제로의 전환이 아닌 단순히 종속 구조 변경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립 경쟁체제 유지하는 병렬구조

현대중공업지주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위해 중간 지주회사로 ‘조선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이 현물출자 형식으로 참여해 2대 주주가 되면, 그 산하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병렬로 각각 자회사로 들어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8년 시도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처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어려움을 해결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산업은행이 향후 지분 매각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손을 떼고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다.

이 구조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난해 10월부터 오랜 기간 논의해 온 끝에 얻어낸 안으로, 각자 독립적으로 경영을 하면서 양사 간에 경쟁체제도 유지하게 되는 형태라는 것이 현대중공업지주 측의 설명이다. 또한 산업은행도 독립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여러 차례 언급을 해왔다는 것.

사실 정부와 조선업계 그리고 언론들은 그간 조선업의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수주 선점, 과도한 수주경쟁으로 인한 출혈 방지 등을 위해 빅2 체제로의 전환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이를 위해 이번 인수를 진행한다고 말하고 있다.

증권가도 이를 뒷받침하며 연일 조선업계 빅2 시대의 호황과 경쟁력 강화, 업황 회복에 이은 선주들의 주문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시장에 끼치는 영향 미미할 것, 빅2의 의미 없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합병이나 지분 분할 형식이 아닌, 새로 설립된 지주회사 아래 기존의 자회사들(현대중공업, 미포조선, 삼호조선)과 나란히 대우조선해양이 또 하나의 자회사로 옮겨가는 것뿐이어서 지금까지의 경쟁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회사를 합병한다면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기능의 효율성 차원에서 조정되는 부분들이 있으나 이 안대로라면 시장에 끼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며 “빅2라는 의미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노조가 구조조정과 생존권 박탈 등을 이유로 파업을 불사하고서라도 이번 인수를 막겠다며,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각자체제로 가게 되면 양사의 노조들이 우려하는 만큼의 고용조정,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한화그룹으로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무산된 지 10년 만에 산업은행 등은 이번 인수를 두고 국내 조선업계 빅2체제로의 재편이라며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배 체제가 바뀌었을 뿐 이를 빅2로 보기 힘들다는 업계의 시각은 여전히 상존한다.

다만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산업은행과는 기본적으로 합의를 한 내용이 있으나, 지금까지의 내용은 단지 인수 후보자로 확정이 됐다는 것 뿐”이라며 “아직 본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 12일 빅3 가운데 하나인 삼성중공업이 인수의향이 없다고 전달해 왔다며, 현대중공업지주가 대우조선해양의 최종 인수후보자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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