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이코노미톡뉴스 DB>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오는 3월 금융회사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노조를 중심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거론됐을 만큼 한동안 정치권의 관심사항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도적 문제와 외국인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우세해 향우 확산될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원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노조는 사회이사 3명 중 1명의 임기가 오는 18일 만료됨에 따라 노동이사제를 통한 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첵은행으로서는 최초의 시도다.

이에 IBK기업은행 노조는 15일부터 22일까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을 예정이다. 노조 측은 노동계 및 인권 분야에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인사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노동이사제를 두고 노조 측은 경영권 침해가 목적이 아니라 노동자의 주인의식 강화, 노사 간 합치 실현, 경제민주화 실현에 견인차 구실을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노종조합협의회는 지난 7일 6개월 이상 보유지분 0.194%의 위임을 받아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KB노조 측은 백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로서 KB금융지주의 취약요소인 제반 법률쟁송 리스크를 완화하고 제반 이해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조정 능력을 발휘해 시장과 감독당국과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백 변호사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으로 2014년 민주당과 세정치연합의 합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출범할 때 새정치비전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다만 이번 추천에 대해서는 백 변호사가 금융 분야의 전문성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금융의 정치적 중립성을 놓고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목소리를 내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은 노동이사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문 정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올해도 발을 떼지 못한다면 노동이사제는 사장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외인 주주들 반대 극복이 '우선'

하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더욱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

우선 KB금융의 경우 노조가 보유한 우리사주로는 노동이사제를 관철시키기 쉽지 않다.

KB노조는 이미 두 번째 무산된 바 있다. 2017년에는 하승수 변호사를 지난해에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추천했지만 2년 연속 주주통회에서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특히 KB금융의 지분 69% 가량을 보유한 외국인주주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외국인주주들은 노동이사제에 대해 대다수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반대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또 IBK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법 및 정관 상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없다.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입원의 임면)에 의거해 전무이사와 이사는 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하게 돼 있다.

여기에 IBK기업은행은 이사회 내 운영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게 돼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노조가 사외이사를 후보를 추천할 권리가 없다.

결국 IBK기업은행 노조가 주장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실행될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와이 인터뷰를 통해 “IBK기업은행 노조가 추진 중인 노동이사제는 제도적인 한계에 부딪쳐 있다”면서 “하지만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치부할 수는 없고 노조가 생각하는 가치의 한 모습으로 봐야 한다. 향후 사회이사 추천에 대해 운영위원회가 노조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다른 결론을 이끌어 낼 수 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노동이사제가 실현되기에는 무리수라며 3월에 열리는 주총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긴 힘들 것이라는 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KB국민은행 <사진=이목노미톡뉴스 DB>

우리銀 노조 반대입장…노사상생 '방점'

반면 우리사주를 6%이상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노조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지분을 높여 지주 체제의 안정화를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서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행보는 노사 관계자가 원만하고 지주사도 출범한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게 노동이사제를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주사 출범이라는 시기적인 요인과 함께 타은행 대비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 노조의 특수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노조는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약 0.5~1%의 지분을 보유한 다른 은행 노조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은행권 노조들 사이에서도 행보가 엇갈리지만 시들해질 것처럼 보였던 노동이사제 문제가 다시 점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향후 다른 은행 노조들에게도 이와 관련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대적인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융노조는 우선 기업은행 외에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노조와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36개 지부를 통해 모두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토록 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어 확산될 경우 노사 간의 갈등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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