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지난해 11월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책을 발표한 이후 곳곳에서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당장 다음달 1일부터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고 최근 알짜카드 단종에 이어 무이자할부 등의 혜택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의 후유증이 대형가맹점을 비롯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연 매출 500억 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를 다음달 1일부터 인상하겠다고 통보하고 있다.

이들은 일부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0.2~0.4%포인트 인상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현제 1.8%~2.0%인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은 2.04~2.25%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마트 등의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서 다음 달 인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마트 들은 실적 악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수수료율 인상이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과 배송 선점을 위한 디지털·물류투자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여력이 없다고 항변하는 등 수수료 인상을 최대한 막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형 가맹점들은 카드사들과 개별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이마트 롯데마트가 카드사들과 개별 협상에 나서는 중이며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 역시 인상안을 통보받고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적격수수료 재산정 해명에도 수익보존 '눈치만'

이에 관해 카드업계는 3년마다 진행하는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에 따른 수수료율 조정 결과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상은 변경된 마케팅비용률 적용으로 인해 원가에 추가 반영이 됐다”면서 “인상 한 달 전에 통보하게 돼 있어 추후 이의를 제기할 경우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서 조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과 진행중인 테스크포스(TF)팀에서 마케팅에 관련 결론이 나지 않아 올해 카드사의 구체적인 마케팅 비용에 관한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대형가맹점 인상 통보는 3년마다 진행되는 적격비용 재산정에 마케팅 비용 원가가 변동되면서 인상이 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올해 시행에 들어간 영세중소상인 수수료 인하분을 대형가맹점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가맹점들 수수료율은 법에 명시돼 있는 적격수수료 적용에 따른 것”이라며 “중소상인 수수료 인하분이 대형가맹점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그런 의도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대형가맹점들과 카드사들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 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며 “과거에도 카드사가 제시한 수수료율대로 정해지지는 않았다. 이제 막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을 부추기는 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기형적인 정책’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2012년 68%였던 우대 수수료율 적용 가맹점 비중은 2016년 78%, 2018년 84%까지 확대된데 이어 지난달 96%까지 적용받게 됐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100곳 중 4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수로 우대를 받는데 나머지 4곳이 느끼는 역차별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수수료 불똥 소비자 혜택 3년간 9000억 원 줄어

한편 카드수수료 불똥은 소비자에게 튀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카드사들이 제공했던 다양한 혜택이 축소되고 있다.

우선 그간 카드사들이 제공했던 졸업·입학 시즌 마케킹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 통상 카드사들은 졸업·입학 시즌에 맞춰 전제제품 구매 시 할인, 캐시백, 경품 등을 제공해 왔지만 올해 들어 잠잠하다는 평가다.

또 무이자 할부 혜택도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있다. 롯데카드는 이달 들어 일부 온라인쇼핑몰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없앴다. 신한카드를 비롯해 삼성카드 역시 온라인쇼핑몰 무이자 할부 제공 기간을 기존 최장 6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했다.

이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항공권 예매 및 통신료 할인 등 혜택이 컸던 알짜카드들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주요 제휴상품 20종의 신규·추가 발급을 지난 1월 31일부로 중단했다. 신한카드도 ‘신한 SK행복’ 등 카드 3종을, 현대카드는 ‘하이마트 모바일 M에디션2(청구할인형)’ 등을 없애는 등 대대적인 상품 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올해부터 소비자 혜택이 1000억 원, 3000억 원(2020년), 5000억 원(2021년) 등 3년간 총 9000억 원의 감소분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마케팅 비용 축소 여부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이 TF팀을 통해 가이드 라인을 내놓지 않아 마케팅 비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는 힘들다”면서 “세부 가이드 라인이 발표돼야 카드사들도 관련해서 재 산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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