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고양이 톰과 쥐 제리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처럼 현실의 삶 속에서 아옹다옹하며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독일 작가 제니 브로신스키(Jenny Brosinski, 35)의 신작이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제니 브로신스키, '14'. Oil, charcoal on linen, 145 x 130cm, 2019.(사진=왕진오 기자)

2월 20일부터 서울 삼청동 초이앤라거 갤러리에서 막을 올리는 'Catch me if You can'전은 베를린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며 이머징 아티스트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다.

작가의 작업은 세탁소에 빨래를 가져가서 돌리고 그것을 다리미로 다리는 일상의 행동처럼 캔버스를 세탁기에 넣고 청소 후 다시 세탁하기를 반복하면서 기존 색상이 지워지고 변형되는 최소한의 흔적과 옷을 접는 여러 과정을 지속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탈색한 듯 물감이 흐릿하거나 누더기를 붙여놓은 듯 바느질로 이어진 캔버스, 밑그림이 낙서로 지워진 그래피티(Graffiti)를 보는 듯하다.

또한, 익숙한 이미지인 톰과 제리와 사람의 얼굴 모양을 드로잉처럼 표현한 작품 그리고 캔버스를 바느질로 이어붙인 작품도 걸려있다.

제니 브로신스키, 'Hope is no mistake'. oil, spray paint, olive oil, oil stick and charcoal on sewn canvas, 250 x 200cm, 2019.(사진=초이앤라거 갤러리)

제니 브로신스키는 "작업을 할 때에 나는 내가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가장 신나게 작업 할 때에 사실 나는 아무 생각도 않고 오로지 캔버스 위에 결정을 내린다. 이것은 나에게 무척 재미있는 사실이다"라며 "스튜디오를 벗어난 바깥세상에서 나는 정말이지 결정이라는 걸 무척 싫어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전시 타이틀로 대부분 음악, 문학작품 혹은 영화 제목이나 특정 대사들을 가져와 정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 제목 역시 경찰과 쫓고 쫓기는 게임을 하는 매력적인 희대의 사기꾼에 관한 영화 'Catch me if you can(2003,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다양한 일로 분주한 것과 비유하듯 여러 프로세스를 거쳐 반복하고, 혼자서 세탁하고 육아도 진행해야 하는 싱글 맘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 장거리 비행을 하지 못하는 작가를 대신해 한국을 찾은 매니저 윌리엄은 "제니의 작업은 자신의 일상을 옮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통적 재료 외에 세탁을 위한 세재, 스프레이 페인트, 올리브 오일, 바느질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캔버스로 옮겨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니 브로신스키, 'T.O.M'. charcoal, oil on sewn canvas, 72 x 65cm, 2019.(사진=왕진오 기자)

그래서일까 제니의 작업은 캔버스를 액자에서 떼어냈다가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다시 붙이기를 반복하면서 즉흥적인 것 같지만 심사숙고하는 현실적 삶의 태도를 반영했다.

또, 추상으로 보이는 화면이지만 구상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Hope is no mistake(희망은 실수가 아니야)'란 작품은 무명일 때 그린 작업을 다시 그린 작품으로 당시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HOPE'란 글자를 낙서로 지운 작업을 통해 힌트를 주고 있다. 전시는 3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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