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규모 화장품 브랜드 창업에 위탁생산 늘어나…업체와 협업도 활발

<사진=한국콜마, 코스맥스>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생산(OEM) 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승승장구하며 나란히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반면 K-뷰티를 주도했던 국내 로드숍 화장품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며 실적 하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지난 13일 한국콜마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35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3%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도 900억 원으로 34.3% 상승했으나 당기순이익은 24.3% 감소한 368억 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콜마 측은 “화장품 부문 주요 거래처의 영업 현황 호조 및 신규 대형 거래처 확보, CJ헬스케어 인수로 매출이 확대되고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면서도 “인수 이후 일회성 비용 발생 및 금융비용 증가로 당기순이익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코스맥스도 지난해 매출액 1조25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5%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1992년 창사 이래 최대 기록으로 화장품 부문에서만 1조 원을 넘었다. 영업이익도 523억 원으로 48.9%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도 35.7% 상승한 211억 원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코스메카코리아도 국내 매출 및 중국의 성장률 회복으로 실적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실적 발표 이후 지난 14, 15일 이틀 동안 각각 16.57%(1만900원), 10.94%(1만4000원) 상승을 보였으며 19일 현재도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45%(1100원), 0.35%(500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실적 성장은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 등 H&B(헬스앤뷰티) 스토어 확산과 시코르 등 뷰티 편집숍, 홈쇼핑, 온라인 등 새로운 유통망을 통한 제품 공급 증가, 외국 수출 호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국내외 중소형 벤처 브랜드의 창업이 늘면서 이들에게 화장품 생산을 맡기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도 이들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화장품그룹 로레알이 지난해 4000억 원에 인수한 스타일난다의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도 코스맥스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이마트의 자체 상표 브랜드인 ‘노브랜드’도 이들과 협업으로 화장품 출시 및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하는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들의 기존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화장품 라인 런칭과 이들의 개인 브랜드인 ‘포니이펙트’, ‘롬앤’, ‘크레이브뷰티’, ‘바이애콤’, ‘블리블리’ 등도 이들에게 생산을 위탁해 완판 행진을 이어왔다.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도 한국 ODM 업체에서 제품을 만든다. 코스맥스는 약 200여 개의 중국 고객사를 확보, 실적 상승을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가 더욱 확산되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ODM·OEM 업체들에게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며 “유통 채널 다각화로 신규 브랜드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저변이 확대됐고, 온라인과 SNS를 통한 제품 홍보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브랜드가 빠른 주기로 판매되는 양상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명동 거리 로드숍 화장품 매장 <사진=연합뉴스>

H&B 스토어 기세등등에 로드샵 위축

반면 미샤, 이니스프리, 에뛰드, 잇츠스킨, 토니모리, 클리오, 네이처리퍼블릭 등 대다수의 로드숍 화장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산하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매출은 각각 전년대비 7%, 16% 감소한 5989억 원, 26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니스프리 영업이익은 25% 감소한 809억 원이었으며 에뛰드는 적자전환 했다.

대기업이 아닌 로드숍 브랜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3300원 제품으로 1세대 로드숍 시장을 개척했던 에이블씨엔씨(미샤·어퓨 등)는 19일 지난해 영업손실이 190억 원으로 적자전환 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7.5% 하락한 3455억을 기록했다.

잇츠스킨(잇츠한불)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2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으며 2세대 로드숍 시장을 이끌었던 토니모리는 지난해 50억9000만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클리오는 7억7000만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스킨푸드는 매출 감소로 지난해 10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로드숍 화장품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경쟁 심화와 유통구조 변화, 중국 사업 부진 및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는 가격 경쟁에 따른 잦은 할인판매와 함께 유통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단일 브랜드 제품만을 위한 매장보다는 다양한 제품을 갖춘 H&B 스토어 같은 소비 채널을 찾는 것으로 트렌드가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에 따른 ‘한한령’ 조치에 중국에서의 사업 부진 및 수요가 감소한 것도 실적 악화에 한 몫을 차지했다.

게다가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Sephora)’도 올해 10월 국내에 매장 두 곳을 열기로 확정해 로드숍의 실적 악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ODM·OEM 업체는 유통망 추가로 인해 제품 공급이 더 늘어날 예정이어서 전문가들은 유통 채널 다각화 및 중소 브랜드의 위탁제조 등으로 이들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산업은 중소형 신규 화장품 브랜드들이 기존 로드숍 및 메이저 업체들의 점유율을 가져오고 있어 ODM 업체들의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도 “국내 화장품은 로드숍에서 온라인으로 고객사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며 큰 폭의 매출 증가를 시현할 것”이라며 “사드 이후 업황이 회복되고 중소브랜드들이 여럿 신생되며 국내외 고객사의 주문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각 원브랜드숍 업체들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오프라인 매장 철수 계획을 공격적으로 잡고 있다”며 “화장품 업계는 이제 온라인·벤처의 시대로 비상장 중소형 벤처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새롭게 생겨나면서 가성비를 앞세우고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어 ODM 업체에게는 수요 확대의 기회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