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중장기전략으로 주주달래기 나서…감사선임 놓고 ‘충돌’
-이명희 전 이사장 갑질 녹취록 공개 파문…주총 표 대결 요동치나

▲ <사진=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KCGI가 올초 한진그룹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이후 오는 3월 주총 표 대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설 의향이 없다며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한 상태다. KCGI는 한진그룹에 내놓은 중장기 전략에 불만을 표시했고 한진 측은 상법 363조 2항에 규정된 주주제안권 자격요건을 두고 반격하는 모양새다. 결국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반란은 3월 주총에서 표대결을 통해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과 한진의 2대주주인 KCGI(강성부 펀드)는 18일 입장 자료를 통해 “한진그룹 측이 발표한 방안은 KCGI가 제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들은 “기존 경영진의 연임 및 대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위기를 모면하고자 급조된 임기응변이며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미봉책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CGI 또 “한진그룹이 처한 상황의 본질이 단순한 갑질 문제뿐 아니라 대주주의 사적 이익추구와 경영실패가 복합돼 주주, 채권자, 직원, 고객의 회사에 대한 신용이 무너진 제서 기인한 신용의 위기로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위기의 본질은 외면한 채 단기차입금 증가와 자산재평가라는 수단으로 상법상 감사제도를 무력화하고 의미 없는 배당성향 증대와 부채비율 급등을 야기할 수 있는 방안 등으로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모순되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 아쉽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KCGI 측이 반발하는 건 한친그룹이 발표한 방안 중 감사위원회 설치안이 자신들의 감사선임 시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해 날을 세우고 있다.

’당근책‘에 KCGI 감사선임 무력화 ’반발‘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 발표를 통해 7성급 호텔 건립이 무산된 서울 송현동 주비 매각을 비롯해 한진칼 배당 성향을 50%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또 한진칼과 한진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회사 사외이사 수를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하지만 KCGI는 “감사위원회는 한진칼이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으로 인위적으로 자산 총액을 2조 원 이상으로 늘려 설치하게 된 것”이라며 “KCGI가 제안한 감사선임을 저지하고 지배주주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한진그룹의 중장기 전략은 KCGI 주주제안에 대한 ’타협안‘이기보다는 ’당근책‘에 가까워 KCGI와의 표 대결이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번 전략에 따라 한진그룹은 2018년 당기순이익 50%를 배당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는 2015년 41.7% 주주 배당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한진칼이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배당금 규모는 추산하기 어렵지만 2017년 순이익 2388억 원을 감안할 때 배당금 규모는 1000억 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당장 배당금 당근책을 실행할 경우 주주들의 불만은 희석될 수 있어 KCGI의 공세는 다소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 3대주주인 국민연금까지 배당금으로 포섭할 경우 기존 대주주 체재 유지에 더욱 힘이 실리게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KCGI 역시 수익률이 우선인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KCGI는 주주제안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KCGI가 지난 1월 31일 한진칼과 한진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한 주주제안서를 발송했으나 이 기업들에 대한 지분보유 기간이 주주제안서 발송일 기준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법 제542조(특례조항)에는 자본금 1000억 원 이상의 상장는 주주가 6개월 전부터 0.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주주제안 등 소수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한지칼 지분 10.8%를 보유한 KCGI 출자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 설립 등기일은 2018년 8월 28일로 주주제안서 발송일 기분 6개월에 못 미친다.

이에 대해 KCGI는 지분 보유기간 6개월 이상 규정이 강제 요건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 <사진출처=KCGI 홈페이지 캡처>

6개월 제안자격 논란 행동주의 발목 잡아

KCGI 대리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상법 규정상 6개월 보유 요건은 선택적인 요건으로 이해되며 이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도 존재한다”면서“삼성물산과 엘리엇 분쟁에서 이와 달리 해석한 하급심 판결이 존재하나 이는 이례적인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KCGI 측은 “주주제안을 상법 제363조2에 따라 처리하지 않으면 소송 등을 통해 당부(當否)를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363조2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결권 없는 주식 제외)의 3%를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권을 청구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두 법률조항의 적용을 두고 법정공방까지 이어질 경우 KCGI와 한진그룹의 갈등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KCGI는 이날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는 문제로 한진칼이 주주제안을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혀 주총 표 대결 결과에 상관없이 법정공방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다.

한편 주총을 앞두고 양측의 전면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녹음파일이 이날 JTBC ’뉴스룸‘을 통해 공개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는 이 전 이사장이 필리핀 가사도우미 A씨를 상대로 2015년 폭언과 욕설을 일삼은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이 전 이사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위장 취업시킨 뒤 가사도우미 일을 시키다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져 비공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문제는 이번 갑질 녹취록이 주총 앞둔 상황에서 공개돼 소액주주들의 표 모으기에 나서고 있는 KCGI 측에 동조하는 주주들의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나와 당근책을 내놓은 한진그룹 역시 안심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업계관계자들은 주총까지 양측 모두 난타전을 이어갈 경우 주총결과에 상관없이 양측 모두가 상처만 입게 돼 실리도 명문도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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